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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3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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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가입비 100억 넘어도 OK! 프랜차이즈 ‘롤’에 돈 몰리는 이유

최은경  전남과학대 e스포츠과 조교수 

▲ 지난해 6월 22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열린 SK텔레콤T1과 그리핀의 LCK 서머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운집한 관중들. photo 연합
해보진 않아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게임이 ‘롤’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LOL)의 줄임말로 온라인 최대 소비 아이템이자 젊은층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게임이다. 롤의 인기를 역설적으로 증명한 건 게임판이 아니라 정치판이었다. 4·15 총선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게 정의당에서 벌어진 ‘롤 대리 사건’이었다. 지금은 국회에 입성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게임을 남이 대신하게 했다는 의혹이 공정성 논란으로 번지면서 비례대표 사태 논란에 휩싸였을 정도였다. 게임을 남이 대신 해 준 게 뭐 그렇게 큰 문제일까 싶을 수도 있지만 이 게임은 20~30대 사이에서 뼛속 깊이 파고든 아이템이다.
   
   이 게임은 2009년 미국 라이엇게임즈사가 개발한 전략 대전 게임인데 최대 5명까지 한 팀을 이뤄 상대방의 건물을 파괴하고 상대방 캐릭터와 승부를 겨루는 것이다. 상대방의 건물을 공략하는 게 목적인 게임(AOS)으로 역할수행 게임(RPG) 요소도 가미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2011년 12월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후 인기가 떨어진 적이 없다. PC방 전문 리서치 업체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11월 10일 기준 PC방 점유율이 48.34%로 절반에 가깝다. 서비스한 지 9년이 된 게임이 여전히 대세다. 초·중·고등학생은 물론 20~30대 대학생과 성인들까지 롤을 해봤거나 들어봤거나 다른 사람이 한다는 얘기를 듣거나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겪고 있다.
   
   2020년 10월의 마지막 날. 국내 e스포츠 팬들은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0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의 담원게이밍이 중국의 쑤닝을 3 대 1로 꺾고 우승했다는 소식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은 누리꾼들이 롤(LOL)과 월드컵을 결합해 ‘롤드컵’이라고 부를 정도로 열광하는 이벤트다. 전 세계에 게이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고 e스포츠의 활황을 알리는 글로벌 게임 축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제작사인 라이엇게임즈가 주최하는데 롤드컵은 12개 지역에서 24개 팀이 참가한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불참하는 경우가 생겨 11개 지역에서 22개 팀이 겨뤘다. 담원게이밍이 우승한 올해 결승전을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TV 등으로 지켜본 사람이 국내에서만 무려 100만명에 달했다.
   
   롤드컵의 기반은 국내 리그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국내 최상위 롤 대회다. 초기 LCK는 OGN, 스포티비게임즈(SPOTV GAMES)라는 게임 전문 유료방송 채널에서 주관했으나, 지난해부터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저작권을 소유한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대회는 한 해 3시즌제(윈터·스프링·서머)로 진행되고 통산 최고 성적을 낸 팀이 롤드컵에 참가한다. 이 국내 대회의 인기도 상당하다. 글로벌 게임이라서 해외에서 얻는 인기 역시 상당하다. 2019년 LCK 국내 정규리그의 해외 최고 동시 시청자수 평균은 47만5000여명인데 국내 최고 동시 시청자수 평균인 16만6000여명보다 3배나 많았다. LCK 결승전의 경우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국내 시청자수가 51만3000여명이었는데 오히려 해외에서 한국의 LOL 결승전을 보는 사람이 240만7000여명으로 5배 정도 많았다.
   
   글로벌하게 전개되는 건 시청 분야뿐만 아니다. 선수들도 마치 축구 시장처럼 글로벌하게 움직인다. 다른 프로스포츠처럼 계약기간이 끝난 선수는 FA, 즉 자유계약 선수가 되고 이적할 수 있다. 감독과 같은 코칭스태프도 시장의 일원이다. 국내 다른 팀으로 적을 옮기기도 하고 때로는 해외로도 진출한다. 최상위권 선수들의 연봉은 보통 5억~6억원 전후로 책정되고 있다. 롤에서 마이클 조던과 같은 존재로 평가받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연봉은 대외비지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측되면서 사실상 국내 프로스포츠 선수 중 최고연봉 선수로 인정받는다.
   
   이쯤 되면 사실상 프로스포츠다. 여기에 더해 완전히 프로스포츠로 기반을 굳히는 제도가 도입됐다. ‘LCK 프랜차이즈’라는 시스템이 내년부터 도입된다. 프랜차이즈는 쉽게 말하면 프로야구 같은 시스템으로 일종의 독점 파트너십이다. 해외에서는 2018년부터 도입됐는데 핵심은 라이엇게임즈의 자체 심사를 통과한 팀만으로 프랜차이즈가 구성된다는 것이다. 이 팀들은 강등 위험도 없고, 대회 성적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하게 지급받는다. 과거에는 프로축구처럼 LCK 해당 시즌에서 성적이 부진할 경우 2부 리그 상위팀과 승강전을 거쳐야 했는데 이제는 프로야구처럼 강등 없이 가입된 팀끼리 굴러간다고 이해하면 쉽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리그를 통해 얻는 중계권료나 리그 스폰서 수익을 가입 팀과 선수, 리그가 골고루 나눠 가질 수 있다. 그 덕에 일단 프로선수들은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미 1군 선수들의 최저연봉도 2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프로야구 선수 최저연봉(2700만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팀 입장에서는 강등의 염려가 사라지기에 장기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스폰서를 유치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리그를 운영하는 주최 측 역시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는 장점이 많은 제도다.
   
   
   프로야구 가입비 3배에도 2 대 1 경쟁률
   
   프랜차이즈에는 어떤 팀이 가입할까. 일단 가입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공개되진 않았지만 구단별 가입비가 100억~150억원 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다른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 가입비와 비교할 때, LCK 프랜차이즈 가입비가 훨씬 높다. 국내 인기 프로스포츠인 농구, 축구, 배구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그 격차가 크다. 그런데도 지난 7월 프랜차이즈 모집이 공개되자 국내 21개 팀이 참가 의사를 밝혔고, 2차 심사 결과 10개 팀이 최종적으로 선정됐다. 100억원 이상을 내고도 2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가입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궁금한 점이 생긴다. 100억원이 넘는 가입비와 연봉 등이 게임판에서 감당 가능한 일인지. 주최 측은 충분히 가능한 숫자라고 본다. 라이엇게임즈 측은 프랜차이즈가 가져올 매출 부문에서 긍정적인 전망치를 팀들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LCK만의 매력이 크다. LCK는 국내 시장 규모는 작지만, 해외 팬의 관심이 큰 리그다. 우리나라는 롤드컵 최다 우승국이며 수준 높은 프로게이머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해외에서 더 많이 본다는 건 중계권을 수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 외부 투자도 기대해볼 대목이다. 지난 11월 3일 농심이 ‘팀다이나믹스’라는 롤팀을 최종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과자와 스낵과 젊은층은 궁합이 잘 맞는다. 이미 SK텔레콤이나 KT, 한화생명 등이 운영하는 팀도 프랜차이즈에 가입했고 BMW나 나이키 같은 글로벌 기업이 스폰서로 등장했다.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역시 한국에서 열리는 LCK 경기 시청자의 다수가 해외에 있다는 점이다. 롤팀을 운영하거나 스폰서가 되는 것만으로도 생기는 홍보 효과가 적지 않다고 본다. 기성세대에는 그깟 게임이었을지 몰라도 이미 e스포츠 시장에는 엄청난 돈이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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