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 전남 나주시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방역당국이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21일 전남 나주시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방역당국이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기로에서 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전국을 동시에 격상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단 수도권만 격상했다. 지난 11월 셋째 주 전국 확진자 수는 5일(17~21일) 연속 하루 300명을 넘어섰다. 확진자가 늘고 있는 전남 순천과 경남 하동도 지자체에서 2단계로 격상시켰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른 가운데 세계의 실제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공식 수치보다 훨씬 많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 17.5배로 차이 가장 심해

지난 11월 18일(현지시각) 호주국립대학교(ANU)는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 수가 공식 수치에 비해 최대 6배 많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영국왕립학회보’에 발표했다. 지난 3월에서 8월 사이 미국·이탈리아·영국·프랑스·호주·한국 등 15개국의 데이터를 이용해 8억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루 코로나19 감염자 및 사망자 숫자와 코로나19 진단검사 횟수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연구는 호주국립대학교를 주축으로 멜버른대학교, 이키가이연구원의 연구진들이 함께 진행했다.

연구진이 코로나19 감염자 수 분석에 이용한 방법은 ‘백캐스팅’이다. 이는 코로나19 환자들의 사망 시점에서 감염 시점까지의 하루 사망자 수를 역산해 예측하는 모델로, 코로나19 검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국가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설계되었다. 다시 말해 특정 국가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 수에 대한 통계를 분석한 후, 그 사망자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염돼야 하는지를 역산하는 방법이다.

백캐스팅은 특정 국가의 검사 수준에 따라 한계가 있는 역학 데이터나 항체 등의 혈청학적 자료는 이용하지 않는다. 오직 감염부터 증상, 증상에서 사망까지의 시간을 비교해 추정한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 수의 정확한 데이터만 있으면 실제 감염률 추정이 가능하다. 매우 간편한 이 접근 방식은 공중보건 전문가나 의료시설이 부족해 진단검사를 할 상황이 여의치 않은 나라나 감염률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된 지역에서 특히 유리하다는 게 호주국립대학교의 쿠엔틴 그라프톤 경제학 교수의 설명이다.

공동 연구진이 백캐스팅을 통해 15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실제 코로나19 감염률과 너무 달랐다. 공식적으로 보고된 환자(800만명)보다 평균 6.2배(4970만명)나 높게 나타났다. 특히 차이가 심한 곳은 이탈리아로 실제 감염자 수가 공식 통계보다 최대 17.5배까지 큰 격차를 보였다. 호주는 지난 4월 말까지는 15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진자를 찾아냈지만 8월 말에는 공식 보고된 수치보다 실제 확진자 수가 5배나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를 포함한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공식 보고된 감염자 수치가 실제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한편 한국은 실제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보고된 환자 수의 2.6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KIST ‘한국 실제 확진자 일평균 6.2배’

여러 나라에서 실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환자보다 더 많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지금도 각국에서 전체 인구에 비해 훨씬 적은 수를 검사하고 있다는 것을 내포하며, 그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의 숫자가 공식 보고된 수치보다 여전히 몇 배나 더 많을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낸다는 게 그라프톤 교수의 설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캐스팅의 분석 결과는 코로나19의 통제를 비롯해 공식적인 확진자 사례보다 더 많은 실제 감염률 등에 모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그라프톤 교수는 말한다.

코로나19 실제 감염자 수가 공식 수치보다 훨씬 많다는 분석은 미국에서도 나왔다. 지난 7월 21일(현지시각)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증 환자가 실제 확인된 환자보다 2배에서 최대 13배 많았다. 샌프란시스코·코네티컷·플로리다 남부·루이지애나·미주리·뉴욕 등 미국 10개 주·도시에서 1만6000명의 혈액 샘플을 수집해 항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다. 항체는 이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을 의미한다. 가장 심한 차이를 보인 곳은 미주리주다. 혈액 샘플 분석 결과 3~4월 주민의 항체 보유율이 2.8%였는데, 이는 당시 보고된 감염자의 1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결과는 대부분 불완전한 검진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밝히고 있다. 진단검사의 한계와 무증상 감염이라는 특성 탓이라는 것이다. 즉 증상이 가볍거나 무증상인 환자들이 검사를 받지 않거나 병원에 가지 않아 지역에 대규모 감염을 유발시켰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자의 40% 이상이 무증상자였을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 11월 21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김찬수 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8월 광복절 집회까지 코로나19 확진자는 불규칙적으로 증감을 반복했는데, 이때 실제 하루 평균 감염자가 보고된 확진자보다 6.2배나 많았다는 것이다. 2월 말과 3월 초에는 대구에서 신천지 교인 1명이 감염된 여파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고, 그 뒤 4월 들어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5월부터 8월 광복절 집회까지는 확진자 수가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며 불규칙적인 증감을 보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얻었다. 지역사회 속에서 개인의 속성인 이동 빅데이터, 직장·집·비정상 행동 등의 개인 행태, 개인이 처한 방역 환경, 바이러스의 감염력과 감염 지속 기간 등의 질병 정보를 입력해 감염 확산 정도를 예측해낸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맞이하고 있다. 3차 대유행은 2~3월 대구·경북 지역의 1차 유행, 8월의 수도권 중심의 2차 유행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밝히고 있다. 인구가 과밀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지만, 3차 유행은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감염경로가 형성되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방역당국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특정집단이 없다는 점에서 대규모 확산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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