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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7호]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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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근거 없는 ‘전통’에 휘둘린 식약처… 산분해·혼합 간장도 진짜 간장!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최근 염산 성분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시중 시판 간장. photo 뉴시스
앞으로 간장병에 붙어 있는 상표에 ‘혼합 비율’이 큼지막하게 표시될 모양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핑계는 옹색한 것이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산(酸)분해간장’을 무작정 ‘일제가 남겨놓은 가짜’로 매도하는 몰상식한 일부 업자들에게 ‘무능한’ 식약처가 무릎을 꿇어버렸다는 평가가 더 합리적이다. 산분해간장은 단백질을 함유한 원료를 염산으로 분해해 만든다. 시중에 판매되는 간장 중 ‘진간장’이라고 표기된 간장 대부분은 산분해간장이 들어가는 제품이다. 그런데 전통간장 제조업자들은 산분해간장 제조에 사용하는 ‘염산’을 유해물질로 공격하고 있다. 여기에 속절없이 휘둘리고 있는 식약처가 몹시 안타깝다.
   
   
   소비자가 선택하는 간장이 진짜
   
   간장은 우리 식생활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양념이다. 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분해시켜서 얻을 수 있는 아미노산을 포함한 향미(香味) 성분에 소금을 더해서 만든다. 간장의 재료와 제조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간장을 만드는 콩의 종류도 다양하고, 메주와 간장을 만드는 방법도 다양하다. 발효균의 종류도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전통간장의 정체는 지역의 환경적·문화적 특성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밀가루를 넣어서 만드는 간장도 있다. 간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음식이 모두 그렇다. 김치도 마찬가지다. 젓갈의 진한 맛을 자랑하는 전라도 김치도 있고, 평양의 시원한 백김치도 있다. 집집마다 전혀 다른 특색을 가진 전통 김치를 즐긴다.
   
   전통간장도 세월에 따라 진화(進化)한다. 새로운 품종의 콩이 개발되기도 하고, 창의적인 장인(匠人)에 의해 새로운 발효·숙성 기술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국적인 재료와 기술의 퓨전으로 새로운 향미를 가진 간장이 관심을 끌기도 한다. 우리가 조선시대의 전통간장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다.
   
   2019년의 간장 판매액 중 11%가 산분해간장이었고, 49%가 산분해간장을 넣은 혼합간장이었다. 해외로 수출되는 간장은 80%가 산분해간장과 혼합간장이라고 한다. 소비자가 가장 좋아하는 산분해간장을 합리적 이유도 없이 무작정 ‘식민지 유산’이고 ‘가짜’라고 우겨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간장이 ‘진짜’ 간장이다.
   
   오히려 간장을 전통간장,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발효간장, 혼합간장으로 구분하는 ‘식품공전’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 제조 방법에 따른 분류는 소비자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제조사가 소비자를 위해 제품의 용도를 창의적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정제염·재제염·천일염·죽염의 구분도 개정해야 하고, ‘전통’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전문성이 부족했던 식약처가 업자들의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해서 만들어진 부끄러운 구분은 너무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식약처가 아직도 ‘화학적 합성품’과 ‘천연첨가물’로 구분하는 ‘식품첨가물공전’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시대착오적 오류다. 2018년에 완성해놓은 개정안을 지금까지 묵혀 두고 있는 이유도 궁금하다. 초산(아세트산)·구연산(레몬산)·안식향산(벤조산)·낙산(부틸산)·차아염산(하이포염산) 등이 식약처가 진짜 청산해야 할 일제의 잔재다.
   
   
   전통 식품의 안전도 관리해야
   
   우리가 산분해 공법으로 만든 간장을 일본을 통해 맛보게 된 것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염산을 이용하는 산분해 공법은 일본이 처음 개발한 것이 아니다. 식품에 들어 있는 녹말·지방·단백질을 염산을 비롯한 산(酸)으로 분해하는 기술은 화학의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활용한 것이다. 그런 기술은 간장에만 사용되는 것도 아니다. 소스·캐러멜·물엿·MSG·시럽·비타민 등의 제조에도 산분해 공법을 사용한다.
   
   염산으로 만든 간장에 대한 공포도 황당한 것이다. 염산이 피부를 녹일 정도로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위에서 배출되는 위액도 강한 염산이다. 소화와 위생에 꼭 필요한 성분이다.
   
   더욱이 맹독성의 염산에 역시 강한 독성을 가진 염기성의 수산화 소듐(양잿물)을 적당하게 넣어주면 먹어도 되는 소금물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화(中和)’라고 부르는 화학의 신비다. 사실 염산은 식약처가 인정하는 618종의 식품첨가제 중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염산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식품첨가물이다.
   
   ‘전통적인 것이 안전하다’는 근거 없는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호기성(好氣性) 균을 활용하기 때문에 식약처의 위생관리시스템(HACCP) 인증을 받을 수 없다는 업자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호기성 균 중에 인체에 해로운 세균·곰팡이를 차단하는 기술을 도입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메주의 발효 과정에서 잡균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최근 시중에 유통 중인 영세업자의 전통 된장 30여 품목에서 인체 독성이 확인된 아플라톡신이 검출된 것이 사실이다. 아플라톡신은 누룩곰팡이가 만들어내는 독소다. 인체발암성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이고, 돌연변이를 유발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전통 된장과 간장에서 검출되는 생화학적 아민(biogenic amine)의 유해성을 걱정하는 전문가도 있다.
   
   산분해간장에 들어 있는 3-MCPD(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에 대한 우려도 지나치게 과장된 괴담이다. 산분해 공법에서 미량의 3-MCPD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염산이 높은 온도에서 콩과 밀에 들어 있는 유기물과 반응해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시중에 유통 중인 식품에 대해서는 3-MCPD를 0.1ppm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그마저도 2022년부터는 0.02ppm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허용기준 이하의 불순물이 위험하다는 주장은 지나친 것이다.
   
   3-MCPD가 ‘발암물질’이라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3-MCPD를 인체 발암성이 의심되는 ‘2B군’으로 분류한다. 동물실험에서는 발암성이 확인되었지만,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범죄자’와 범죄 ‘혐의자’는 확실하게 구분해야만 한다. 도둑으로 의심된다고 무작정 ‘도둑’이라고 몰아붙이면 낭패를 당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인체 발암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3-MCPD를 발암물질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식약처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식약처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괴담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입맛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엉터리 영세업자를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없다. 식약처의 윤리성까지 의심스럽게 만드는 ‘식품 등의 표시 기준’ 개정안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 오히려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식품공전’과 ‘식품첨가물공전’을 정리하는 일이 훨씬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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