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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7호]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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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신종 바이러스 예고? 북극의 미생물이 깨어나고 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는 북극. photo 뉴시스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수천, 수만 년 동안 잠들었던 미지의 미생물들이 자연스럽게 깨어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구동토에는 적지 않은 양의 유기체가 얼어 있는데, 이 유기체가 호흡하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형태로 온실기체를 마구 내뿜어 지구온난화를 급격히 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더 늦기 전에 녹아내리는 영구동토층에 대한 방침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류가 접하지 못한 미생물 공격 올 수도
   
   최근 미국의 메인대학교 기후변화연구소의 킴벌리 마이너(Kimberley Miner) 교수는 미생물 환경 전문가를 비롯해 탄소 순환 전문가와 함께 깨어나는 북극 미생물에 대한 연구 지침을 마련할 것을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서 제안했다. 1987년 무르만스크 선언 후 러시아가 북극을 개방하면서 세계의 북극 연구가 본격화된 이래 영구동토층의 녹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빙하감시기구(WGMS)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빙하가 녹아내리는 비율은 지난 5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또 지난해 1월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AWI)의 보리스 비스카본 연구원 팀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전 세계 영구동토층 154곳의 땅속 온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 평균 0.29도 따뜻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온도가 크게 높아진 곳은 1도 가까이 올라가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북극의 온난화는 지구의 다른 지역들보다 4배나 더 빨리 진행되었다.
   
   영구동토는 2년 이상 온도가 0도 이하인 땅을 뜻한다. 여름 동안에도 땅속에 있는 영구동토는 얼어 있다. 북반구에서는 러시아 영토의 60%, 캐나다 북부의 50%, 알래스카의 85% 정도가 영구동토로 분류된다. 북극의 영구동토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동식물의 사체와 미생물이 언 상태로 저장되어 있다. 홍적세의 거대 동물이나 천연두에 희생된 동물들이 묻혀 있을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힘들게 채집한 미생물 샘플에서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새로운 박테리아를 발견하기도 하고, 이제껏 발견된 적 없는 미생물을 만나기도 한다.
   
   지난 1월 미국과 중국의 공동 연구팀은 티베트 굴리야 빙하의 영구동토층을 굴착해 1만50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바이러스 샘플을 확보했다. 샘플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4종의 바이러스와 처음 보는 28종의 새로운 바이러스가 들어 있었다. 이 바이러스들은 빙하기 때 만년설에 갇혀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스의 경우 최장 10만년까지 무생물 상태로 빙하 속에서 동면이 가능하며 기온이 따뜻해지면 활동을 재개한다. 2015년에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팀이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잠자던 3만년 전 바이러스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처럼 봉인되었던 유기체들이 다시 살아나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현대 환경과 상호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과 인간의 접촉을 통해 북극의 전혀 새로운 병원균이 우리의 환경으로 유입되거나 홍적세의 유기체가 깨어나 인간에게 새로운 위협을 가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현대의 병원균이 북극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어떤 미생물은 북극의 추위에 매우 잘 적응하며 살아가겠지만, 어떤 미생물은 온난화로 인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영구동토층이 녹아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고대 바이러스들이 면역력이 없는 인간 사회와 접촉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본다. 우리는 지금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영구동토층에서 잠자고 있던 잠재적 위험군인 고대 바이러스가 지구를 덮친다면 어떻게 될까.
   
   2016년 여름,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탄저병이 발생해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던 일도 그러한 하나의 사례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약 75년 전 탄저병으로 죽은 순록 한 마리의 사체가 분해돼 몸속에 갇혀 있던 탄저균이 나와 순록 2300여마리가 떼죽음을당했고, 12세 목동 1명이 숨졌다.
   
   마이너 교수는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는 이상 이 같은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은 북극 미생물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해 정확한 위험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북극과 그 밖의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북극 연구를 위한 국제적 지침을 마련해 미생물을 감시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와 메탄 대량 발생 위험
   
   한편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녹은 땅에서 식물이 자라 광합성을 통해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니 좋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마이너 교수는 식물이 흡수하는 양보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훨씬 더 많은 게 문제라고 말한다.
   
   영구동토층이 빨리 녹으면 지반이 꺼지며 물이 고이는 ‘열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진다. 시베리아와 캐나다 북부에도 열 카르스트 지형이 생겨난 곳이 있는데, 이 지형이 생기면 물웅덩이 아래의 영구동토가 더 빨리 녹으면서 미생물이 대기의 산소와 접촉하게 된 식물과 동물의 잔해를 부패시키기 때문에 대량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2018년 8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북극-북방 취약성 실험팀은 열 카르스트가 만들어진 곳에서 1.25~1.9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영구동토층 안에는 수만 년 전 땅에 묻힌 유기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되면서 만들어진 석유, 석탄, 가스 등이 묻혀 있다. 이 가스의 대부분이 메탄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강력한 온실가스 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땅이 얼어 굳어 있다면 기체가 빠져나오기 힘들지만 녹은 영구동토층에서는 기체가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결국 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온실가스 때문에 온난화가 더 빨라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2019년 8월 18일 아이슬란드에서는 기후변화로 녹아내려 최초로 빙하의 지위를 잃은 오크 빙하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지난 5년간 약 400개의 빙하 중 소형 빙하 56개가 녹아내렸고,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남은 빙하들도 200년 내에 모두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구동토의 미생물 중에는 메탄을 생성하는 고세균 ‘메탄노제닉 아르케아’와 메탄을 소비하는 ‘메탄자화균’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두 미생물 사이의 균형이 미래의 기후온난화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여러 가지 관성이 작용해서 영구동토의 탄소가 단번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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