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 바이러스 종식을 위해 세계 각국이 노력 중인 가운데 영국을 중심으로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구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2월 24일 현재 이탈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호주에 이어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홍콩,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유럽을 넘어 호주, 중동, 아시아까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침투하고 있다.

설상가상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도 영국으로 넘어와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 바이러스는 영국 바이러스보다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24일에는 말레이시아에서도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과는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영국에서 처음 발견한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이름은 VUI-202012/01(Variant Under Investigation in December 2020). 2020년 12월 발견돼 현재 조사 중인 변종이라는 뜻이다. 이 바이러스는 2020년 9월 20일 영국 켄트시에서 채취한 검체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게놈을 해독한 결과 돌연변이가 확인되었다.

염기 변화 1% 이하이면 변종 아닌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 ‘VUI’가 의미하듯 조사 중인 변종은 아직 변이 단계에 있음을 말한다. 즉 VUI-202012/01은 변이(variation)체이지 변이의 결과로 만들어진 변종(variant)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변이와 변종을 혼용하여 쓰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학술적으로 변종으로 분류되려면 염기가 1% 이상 달라져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약 2만9800개 유전자 염기서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VUI-202012/01은 총 23개 유전자에 변이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분석 결과를 놓고 볼 때 VUI-202012/01은 1%(298개)에 미치지 못해 돌연변이가 일부분에서 나타난 ‘변이체’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인 SARS-CoV-2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일으킨 바이러스 ‘SARS-CoV’에서 380개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따라서 서로 다른 변종 바이러스로 분류되었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변이 바이러스는 특히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많은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VUI-202012/01의 경우 69-70번째 아미노산이 결손된 deletion 69-70, 스파이크 단백질의 614번째 아미노산 자리에 있는 아스파르트산염(D)이 글리신(G)으로 바뀐 D614G 돌연변이 등이 다수다. 그중 N501Y(501번째 아미노산 아스파라긴(N)에서 티로신(Y)으로 변했다는 의미) 돌연변이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달라붙는 능력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표면에는 가시처럼 뾰족뾰족 돋아난 스파이크 단백질이 있고, 사람의 세포 표면에는 수용체 ACE2가 있다. 이 둘은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세포로 들어가는 문을 열 때 가장 먼저 접촉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세포 안으로 침입하기 더 쉬운 변이가 발생한다면 바이러스 감염의 확산은 그만큼 빨라진다.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아미노산에 결손이 일어나거나 추가되는 형태의 변이는 바이러스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변이의 발생 빈도와 정도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코로나처럼 RNA 바이러스는 항상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 기본적인 특성이다. 영국의 노팅엄대학교 분자바이러스학 조나단 볼 교수는 이번에 확인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들도 유전자를 증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중요한 점은 이런 변이가 바이러스의 행동 양상을 어떻게 바꿨는지 하루빨리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출현한 뒤 지금까지 변종은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종이 될 것인지, 아니면 변이에 그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영국의 감염병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신규 호흡기 위협 바이러스 자문그룹(NERVTAG)’은 VUI-202012/01의 전파속도가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70%나 빠른 게 특징이라고 밝혔다. 감염 재생산지수(R)도 0.4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 재생산지수는 전파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확진자 1명이 주변의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낸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 70% 빨라

예를 들어 지수가 2이면 환자 1명이 2명을 감염시킨다는 뜻이다. 2명의 확진자는 4명, 4명은 8명에게 전파하게 된다. 지수가 1을 초과하면 유행 지속, 1 미만이면 발생 감소를 의미한다. 그런데 감염 재생산지수가 2가 아니라 0.4가 높은 2.4가 되면 1명이 2.4명을 감염시킬 수 있고, 2.4명의 확진자는 다시 5.76명에게 전파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ACE2 수용체와 더 쉽게 결합하도록 변화해 전파력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영국 바이러스보다 세포에 더 잘 결합해 잠재적 전염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두 바이러스 모두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거나 다른 치료법이 필요할 정도의 치명적 변이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대응팀장 마이클 라이언 또한 변이 바이러스가 아직 통제 불능 상태는 아니라고 밝혔다.

돌연변이가 나타난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몇몇 과학자들은 덴마크의 밍크 사례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 몸 안에서 새로운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다시 사람에게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또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분자진화 및 역학과 앤드루 램버트 교수 등은 면역력이 약한 감염자 몸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장기간 생존하면서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지금 가장 큰 관심은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유효할까 하는 점이다. 다행히 현재 개발된 백신들은 바이러스의 여러 부분을 공격하도록 면역계를 훈련하는 방식이어서 변이 바이러스에도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케임브리지대 라비 굽타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은 아직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백신 대량 접종 이후다. 돌연변이는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 안에서 체내 면역 반응과 싸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므로 백신 접종으로 인간의 몸속에서 강력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면 바이러스 변이도 그만큼 더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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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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