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옌(하늘의 눈)'이라고 불리는 중국 구이저우성 핑탕현에 설치된 전파망원경. 지름이 500m에 이른다. ⓒphoto 뉴시스
'톈옌(하늘의 눈)'이라고 불리는 중국 구이저우성 핑탕현에 설치된 전파망원경. 지름이 500m에 이른다. ⓒphoto 뉴시스

중국이 올해도 과학 강국을 향한 추격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하나가 지상 최대 규모의 단일 안테나 전파망원경인 패스트(FAST)의 활약이다. 최근 중국 과학원은 FAST를 국제 공동체에 개방한 데 이어 올해부터 전 세계 과학자들이 FAST 장비 사용을 요청하면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FAST의 문호를 지구촌에 활짝 개방해 세계 어디서든 먼 우주에서 날아오는 신호를 잡아내겠다는 게 목표다.

57년 역사 전파망원경 대신 FAST 가동

중국의 ‘톈옌(天眼·하늘의 눈)’이라 불리는 FAST는 ‘지름 500m 구면 망원경(Five hundred meter Aperture Spherical Telescope)’의 영문 약자다. 2011년 구이저우성 핑탕현의 산꼭대기에서 착공을 시작한 지 5년 만인 2016년 9월 완공돼 시범 운영을 해오다 지난해 1월부터 본격 가동되었다. 축구장 30개 넓이(25만㎡)에 해당하는 크기의 전파망원경이다.

전파망원경은 굴절망원경이나 반사망원경처럼 천체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관측기구가 아니다. 안테나와 전파 수신기를 이용해 천체가 내뿜는 전파를 모아서 그 천체의 위치와 크기, 구성 성분을 알아낸다. 주로 거대한 포물면 접시형 안테나를 써서 빛을 집적하고 분광한다. 안테나 지름이 클수록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잘 수신할 수 있다. 또 역으로 지구에서 우주로 전파를 보내 다른 행성에서 전파가 어떻게 반사되는지 알아내기도 한다.

외계와의 소통 수단으로 전파에 의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간의 몸을 끌고 가기에는 별들이 너무 멀기 때문이다. 태양계를 벗어날 로켓의 동력원으로 수소 연료를 쓴다면 태양계 전체의 수소를 다 소비해야 한다. 유인우주선을 띄운다면 현재 인간의 수명으로는 겨우 목성까지 갈 수 있다.

그동안 세계의 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우주를 연구하고 외계 문명이 보내는 전파 신호를 모으기 위한 노력을 수십 년간 해왔다. 우주 어딘가에 지적인 생명체가 있다면 반드시 전파를 이용해 시그널을 보내올 거라는 생각에서다.

1974년 11월 미국령 카리브해 섬나라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전파천문대에서는 전파망원경을 통해 2만5000광년 떨어진 헤르쿨레스자리의 구상성단 M13으로 1과 0으로 이루어진 전파 형태의 ‘인류로부터의 메시지’를 쏘아 보냈다. 이 성단에 속한 10만개의 별 중 어느 하나에라도 지능 있는 생명체가 있다면, 그리하여 인류처럼 전파를 쏠 수 있다면, 답을 보내주리라는 기대를 담은 메시지였다. 아레시보 메시지에는 1~10까지의 숫자, DNA를 구성하는 주요 물질의 원자번호, 지구의 인간 개체 수 등의 정보를 담았다.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중국이 FAST를 건설하기 전까지 세계 최대 단일 망원경(지름 305m)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1일(현지시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해 8월 20일과 11월 6일 두 차례에 걸쳐 900t 무게의 전파망원경을 지탱하던 철제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안테나의 일부가 치명적 손상을 입었고, 더는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안전을 위해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최종적으로 해체를 결정했다.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1963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설치돼 57년 동안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주로 외계에서 오는 신호를 포착하는 연구에 활용됐다. 우주 전파 신호를 분석해 외계 지적생명체를 찾는 세티(SETI)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쓰였고, 은하계와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는지에 대한 연구에도 사용되었다. 1974년 미국의 천체물리학자인 러셀 헐스와 조셉 테일러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 두 개의 궤도를 도는 중성자별인 쌍둥이(쌍성) 펄서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199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제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대신 FAST가 외계 생명체 탐색의 선봉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형 행성과 외계 생명체 찾는 데 초점

FAST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나 외계 생명체 흔적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베이징(北京)대 지구우주과학과 자오웨이신(焦維新) 교수는 FAST가 높은 기준에 따라 설계돼 외계 생명체 조사 임무에 만족할 만한 수준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아레시보 전파망원경보다 3배 더 좋은 수신 감도를 보이기 때문에 FAST를 이용하면 아레시보 망원경과 동일한 민감도에서 70% 더 멀리 관측할 수 있다. 아주 희미한 무선 신호도 잡아낼 수 있다. 이 신호 중에는 영화 ‘스타트렉’ 속 클링곤처럼 외계인이 보내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FAST는 우선 은하계 안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은하계에는 화성·목성·토성 등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적지 않고, 외계 생명체가 태양계 주위 어느 행성에 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구에서 약 1470광년 떨어진 백조자리의 ‘태비의 별’(공식 명칭 KIC 8462852)이 있다. 밤하늘의 별은 저마다 주기적으로 깜박이는데 ‘태비의 별’은 다른 별들과 달리 밝기조차 제멋대로 불규칙하게 깜박인다. 며칠에서 몇 주에 걸쳐 적게는 1%에서 많을 때는 22%까지 불규칙하게 별빛이 줄어들다가 이전 광도를 회복하는 일이 반복되고,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별빛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2015년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LSU)의 천체물리학자 타베타 보야잔이 이 별을 처음 발견했다. 천문학자들은 깜박이는 별빛이 너무 특이해 어쩌면 이 별에 사는 외계인들이 고층건물을 세워 둬서 그 건물이 별빛을 막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했다. 최근엔 우주먼지가 별빛을 가린 것이 원인인 쪽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아직 어떤 가설도 이를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신비한 별의 영역에 남아 있는 것이다.

세계 천문학자들은 FAST를 이용해 ‘태비의 별’의 비밀을 풀어내고, ‘고속 전파폭발(FRB·Fast Radio Burst)’을 비롯한 성간물질에서 나오는 희미한 신호 등을 잡아낼 예정이다. ‘고속 전파폭발’은 우주로부터 들려오는 ‘꽝’ 하는 굉음으로, 수밀리초(㎳·1㎳는 1000분의 1초) 수준의 짧은 시간 동안만 전파돼 전파망원경을 통해서만 간헐적으로 측정된다. 2007년 처음 감지된 이후 약 20번의 ‘고속 전파폭발’이 확인됐지만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발생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 때문에 ‘외계인이 내는 소리’라고 불릴 정도로 천문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 FAST가 전파 포착을 통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고, 또 완전히 새로운 걸 찾아낼 거라고 확신한다. 혹 누가 알겠는가, 지구와 태비의 별 사이에 가로막고 있는 그 무엇이 ET로 밝혀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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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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