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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1호]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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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집]KNO 추진단 좌담 “10년 내 노벨상급 성과 나올 수 있다”

최준석  선임기자 jschoi@chosun.com 2021-01-15 오전 10:56:36

▲ KNO 프로젝트 추진단의 핵심 과학자들이 지난 12월 14일 온라인 좌담을 가졌다. 화면 왼쪽 시계방향으로 박명구 경북대 교수, 유인태 성균관대 교수, 김수봉 전 서울대 교수, 류동수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중성미자관측소(KNO)라는 프로젝트를 지난 수년간 준비해온 4명의 과학자를 지난해 12월 14일 온라인으로 만났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유인태 성균관대 교수(한국물리학회 부회장)와 김수봉 전 서울대 교수(르노 실험 대표)가, 천문학 분야에서는 류동수 울산과학기술원 교수(한국천문학회 회장)와 박명구 경북대 교수(한국천문학회 부회장)가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처음 보는 큰 규모의 과학 실험을 물리·천문학자들이 준비하고 있다. 비용은 35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입자물리학과 천문학 수준을 도약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응원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 천문학자와 입자물리학자 커뮤니티가 공동으로 실험을 추진하는 게 이례적이다.
   
   류동수 “한국에서 물리·천문 분야 연구자가 공동으로 이런 대형 과학실험을 추진하는 건 처음이다. 정치권이 의지를 갖고 하는 게 아니고, 학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프로젝트다. 그런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렇기에 기획 연구를 마쳐놓고, 일을 어떻게 하면 성사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 중성미자 천문학은 어떤 걸 연구하게 되나.
   
   류동수 “요즘은 다중신호 천문학 시대라고 한다. 천문학자는 천체가 방출하는 여러 가지 정보를 관측하여 천체를 이해하려고 한다. 그런 정보의 하나가 빛, 즉 전자기파다. 그리고 전자기파 외에 천체는 중력파, 그리고 아주 빨리 움직이는 입자인 우주선(Cosmic ray)이 있다. 또한 중성미자라고 하는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입자도 있다. 이런 걸 관측해서 천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는 게 천문학의 새로운 흐름이고, 이게 다중신호 천문학이다. 다중신호 천문학에서는 장비가 중요하다. 장비를 누가 만들고, 운영하느냐가 다중신호 천문학을 주도하는 바탕이 된다. 한국 천문학이 지난 40~50년간 많이 발전했지만, 장비 측면에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한국은 큰 천문학 장비를 두기에는 입지가 좋지 않다. 가령 광학망원경은 고도가 높고 건조한 장소가 필요하고, 전파망원경은 전파 잡음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인구 밀집 지역이 많고 대기가 천문학 연구에 적합하지 않아 적당한 장소를 찾기 어렵다. 중성미자 망원경은 한국에 설치하기 좋은 몇 안 되는 대형 천문학 장비다. 중성미자 천문학은 다중신호 천문학의 일부로서 새로운 천문학을 여는 계기가 되고 있다. KNO를 통해 중성미자 천문학에서는 한국이 선도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박명구 “나는 블랙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자다. 그런데 천체물리학에서는 초신성이 어떻게 터지는지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 굉장히 무거운 별이 늙으면 마지막 순간에 폭발한다. 그런데 컴퓨터로 계산해 보면 무거운 별이 터지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 그게 무슨 말인가.
   
   박명구 “폭탄이 힘이 있으면 빵 터져서 날아간다. 그런데 초신성은 그렇지 않다. 처음에 터지다가 중력에 의해 주저앉는 경우가 컴퓨터 계산에서 보인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아직은 초신성이 터지는 과정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특히 중성미자의 역할과 관련된 부분을 아직 잘 모른다. 또 중성자별이 무거워지면 블랙홀이 되는데, 바로 블랙홀이 되는지, 아니면 어느 정도 지난 뒤 블랙홀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노벨상을 받은 1987년의 일본의 초신성 중성미자 관측은 중성미자를 열몇 개 검출했을 뿐이다.”
   
   
   - KNO가 설치되면 본격적인 중성미자 천문학 시대가 열린다는 말인가.
   
   류동수 “중성미자 천문학 시대는 이미 열렸다. 초신성이 아닌 다른 천체에서 오는 중성미자를 관측하고 있다. 남극의 아이스큐브 실험이 10년 전부터 진행 중이다. 일본의 가미오칸데 실험도 수십 년 되었다. 중성미자 망원경들은 장비마다 특성이 다르다. 남극의 아이스큐브는 굉장히 에너지가 높은 중성미자를 관측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활동성 은하의 중심 핵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를 본다. 활동성 은하의 중심에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 KNO와 일본의 하이퍼-가미오칸데 실험은 그것보다 낮은 에너지의 중성미자를 관측한다. KNO는 초신성 폭발이라든지 블랙홀이 되는 과정을 관측한다. 그리고 우리은하 내 펄사(pulsar)라든지, 초신성 잔해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도 볼 수 있다. 펄사는 대단히 빨리 회전하는 중성자별이다. 외부은하 연구도 있다. 별이 많이 만들어지는 별 탄생 은하들이 있다. 별 탄생 은하에서도 중성미자가 많이 만들어진다. 그런 중성미자도 KNO가 관측할 수 있는 에너지 범위 안에 있다. 이런 낮은 에너지의 중성미자를 관측하게 된다면, 펄사와 별 탄생 은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천문학 현상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 특히 KNO는 하이퍼-가미오칸데보다 감도가 2~3배 더 높아 기대된다.”
   
   
   - 한국은 대형 광학망원경도 운영해본 적이 없는데, 중성미자 망원경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건가.
   
   박명구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중성미자 망원경을 초등학생에게 설명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물을 떠놓고 이 물을 한없이 쳐다보는 것이다. 갑자기 물에서 빛이 나타나는지를 지켜본다.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가능한 물을 많이 떠놓고 있어야 하고, 빛이 너무 미약하기 때문에 민감한 광센서를 둬야 한다. 대형 광학망원경은 지구상에서는 남미 안데스산맥과 하와이 외에는 망원경을 둘 데가 별로 없다. 국내에서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중성미자 망원경을 설치하기에는 한국이 최적이다. 한국의 암반 상태가 좋다. 그리고 일본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 빔을 갖고 연구할 수도 있다. 한국의 중성미자 연구자들은 김수봉 교수의 르노(RENO) 실험 등을 통해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중성미자 관측소는 물리학 연구와 천문학 연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굉장히 특이한 실험장비이고, 여러 가지 조건이 굉장히 잘 맞아떨어진 특별한 경우라고 말하고 싶다.”
   
   
   - 중성미자 천문학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가.
   
   류동수 “중성미자 천문학은 세계 천문학을 놓고 보면 아직은 상당히 작은 분야다. 그럼에도 최근 중성미자 천문학 실험을 찾아보면 만만치 않다. 미국 그룹이 남극대륙에서 하는 아이스큐브 실험은 10년 됐는데, 이 장비가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아이스큐브에서는 더 높은 에너지를 보겠다는 후속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실험 비용으로 따지면 KNO보다 수십 배의 돈이 들어가는 실험이다. 유럽은 KM3NeT실험이라고 해서 지중해 물을 갖고 실험한다. 검출기를 지중해 바다에 넣고 하는 실험인데, 그것도 조 단위 프로젝트다. 러시아는 바이칼호수에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역시 거대 장비를 활용하는 실험이다.”
   
   박명구 “천문학 입장에서 보면 빛으로 우주를 관측하는 건 완전히 무르익었다. 400년 이상 됐다. 중력파 관측은 천문학에서 현재 뜨겁다. 중성미자 천문학은 앞으로 뜨거워질 분야이다.”
   
   
   - 중성미자 물리학에 관해 물어보겠다. 김수봉 교수는 르노 실험(2006년 공사 시작, 2011년부터 실험 시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성미자 물리학 입장에서는 왜 KNO를 해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
   
   김수봉 “중성미자를 관측하기 힘들어 발전이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20년간 관측 기술의 발전으로 중성미자의 여러 가지 성질이 하나씩 밝혀졌고, 그 연구에 노벨상이 주어졌다. 그럼에도 중성미자는 연구할 게 많이 남아 있다. 남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또 관측이 용이한 장비를 만들어내야 한다. 남은 의문에는 중성미자의 절대질량 측정이 있다. 질량이 얼마인지 우리는 모르고 있다. 또 하나의 의문은 물질, 반물질 비대칭이다. 우주를 보면 물질만 보인다. 가속기에서 입자를 생산하면, 거기에는 입자뿐만 아니라 반입자도 나온다. 입자가 있으면 반입자가 있어야 한다. 입자와 반입자가 가속기에서 동시에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주에서도 두 입자가 같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주에는 반물질이 사라져 물질만 남았다. 우주가 물질과 반물질에 대해 비대칭적인 이유는 풀리지 않는 궁극적인 의문이다.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가 똑같은 성질을 갖고 있을 것인가를 일본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나, 대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중성미자를 갖고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관측이 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토픽이 된다. 그리고 좀 어렵게 들리겠지만, 중성미자가 디랙 입자인지, 마요라나 입자인지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유인태 “물리학은 중성미자라는 입자의 성질에 연구가 집중되어 있고, 천문학은 중성미자를 통해 우주를 보려는 것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 기획보고서를 지난해 11월 말 정부에 제출했는데, 보고서 준비 과정을 들려 달라.
   
   유인태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부터 3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김수봉 교수와 도쿄대 가지타 다카아키 교수(2015년 노벨상)가 주관했다. 일본에서 입자가속기에서 나오는 중성미자 다발을 사용하는 T2K 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때다. 그 중성미자 다발은 300㎞ 떨어진 가미오칸데 실험장으로 쏘아 보내는데, 도쿄대의 가지타 교수가 한국에 검출기를 하나 더 만드는 걸 진지하게 검토해 보자고 제안해왔다. 워크숍이 양국에서 세 번 열렸고, 논문들도 나왔다. 그러다가 양쪽이 다 바빠지면서 논의가 뜸해졌다. 2012년쯤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일본이 슈퍼-가미오칸데 후속 실험으로 하이퍼-가미오칸데 실험을 짓는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다. 일본뿐 아니라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한국에 하이퍼-가미오칸데 같은 장비를 하나 더 지으면 성능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특히 영국 런던에서 중성미자 관련 큰 학회가 열렸을 때는 한국에 새로운 검출기를 짓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걸 우리가 KNO라는 이름을 붙여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 KNO 추진단 얘기를 좀 들려 달라.
   
   유인태 “2018년 10월 KNO 추진단 모임을 서울역 회의실에서 처음 가졌다. 그게 KNO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다. 그 이후에 논의를 진전시켜 사업을 위해 어떤 사전연구를 해야 하는지를 고려하였고, 그 결과 기획연구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2018년에 갑자기 추진단을 만든 게 아니고 입자물리학자와 천문학자가 모여 그전부터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 기획보고서를 왜 지난해 12월에 제출했나. 앞으로 어떤 과정을 밟아가야 하는지 궁금하다.
   
   유인태 “추정 비용이 3500억원이다 보니 기존의 과학 연구를 신청하는 절차로는 KNO를 추진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다. 일단 과기부 담당자에게 설명하고, 기획연구비를 받아 지난해 5월부터 기획연구를 했다. 그 결과가 지난해 11월에 낸 보고서다.”
   
   
   - KNO 실험을 시작해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마냥 늦춰서는 안 되는 듯하다.
   
   유인태 “일본은 2020년에 공사를 시작했다. 한국이 건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3년까지는 늦게 출발해도 괜찮은데, 5~6년이 지나면 일본과의 경쟁이 힘들다.”
   
   류동수 “보충하면, 우리가 2023년이나 2024년에는 공사가 시작되어야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보다 늦으면 힘들어질 수 있다. 같은 돈을 들여 장비를 만들더라도 경쟁에서 처질 수 있다.”
   
   박명구 “논리나 타당성을 갖고 학계나 정부와 열심히 얘기하고 정치권에 설명하면 좋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그런 희망을 갖고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준비해도, 이 일은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 작업이다. 우리는 대부분 퇴임해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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