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월성원전 비계획적 방사성물질 누출 사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월성원전 비계획적 방사성물질 누출 사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새해 벽두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이어 사고를 치고 있다. 설익은 전직 대통령의 사면(赦免)을 들먹이다가 여의치 않자 느닷없이 감사원을 걸고넘어졌다. 1년 넘게 월성원전을 감사하면서도 원전 부지 안 10여곳의 지하수에서 리터당 71만3000베크렐이라는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국무총리로 재임 중이던 2018년 12월에 국회가 본회의 표결로 감사원에 요청했던 감사는 경제성 평가 ‘조작’을 근거로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했던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결정에 한정된 것이었다. 원전의 안전성 확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감사원이 제멋대로 아무것이나 감사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권을 꿈꾸고 있는 여당 대표가 그런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정치적 목적으로 감사원을 폄하했다면 도덕적으로 낙제다.

여당이 퍼뜨리는 가짜뉴스와 괴담

이 대표 발언은 새로운 것도 아니고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작년 6월에 내놓은 26쪽짜리 한수원 보고서를 뒤늦게 입수한 포항 MBC의 어설픈 보도를 대책 없이 되풀이한 뒷북 폭로였다. 생뚱맞게 원전 마피아와의 결탁 가능성까지 덧붙인 것도 문제였다.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의 추가 해명은 더욱 가관이었다.

원전 안전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던 여당 의원 19명의 공동 기자회견도 꼴불견이었다. 주민들의 몸속에서 ‘내부피폭’을 일으키는 방사성 삼중수소가 끊임없이 ‘검출되고 있다’는 괴담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삼중수소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원소’라는 몰상식한 억지도 쏟아냈다.

문제는 삼중수소만이 아니었다는 것이 민주당의 지적이다. 2018년 8월에 인지한 방사성물질 유출 차단 차수막의 손상을 그대로 방치해두었다가 2019년 5월에야 주민들에게 통보하는 규정 위반도 있었다고 한다. ‘감마핵종’의 누출도 발견되었고, 사용후핵연료 수조의 에폭시 방수처리에도 총 502건의 열화손상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물론 월성의 주민들이 허용기준을 넘는 방사성물질에 노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는 한수원은 물론이고 원전의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총리 산하의 원자력안전위원회도 확인해줬고, 주민들도 알고 있는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장하듯이 여당 의원들이 들먹이는 온갖 허용 기준은 ‘그 나라에 가서 물어볼 일’이다.

여당 의원들의 옹색한 지적도 사실은 누워서 침 뱉기였다. 지난 3년 반 동안 정부의 무차별적인 탈원전에 짓눌린 한수원의 직무기강이 해이해졌고, 원안위의 감시·감독이 느슨해진 사실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원안위를 원전 문외한들로 채워 무력화시켜버린 것도 온전하게 정부의 책임이다. 원전 노후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2008년 6개월 동안 국정을 통째로 마비시켰던 광우병 사태의 데자뷔가 따로 없는 상황이다. 야당은 ‘광우병 시즌2’가 시작됐다면서 오히려 본격적인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의 섣부른 주장은 명백하게 도를 넘어서는 가짜뉴스이고 괴담이다.

삼중수소는 우주에서 들어오는 고에너지의 우주선(線)에 의해 연간 200g이나 만들어져서 바다로 떨어진다. 사실 삼중수소가 ‘자연’인지 ‘인공’인지의 구분은 무의미한 것이다. 방사선의 위험은 핵종 그 자체가 아니라 알파선·베타선·감마선으로 구분되는 방사선의 피폭 때문이다. KAIST 정용훈 교수의 ‘멸치 1g 발언’은 그런 방사선의 선량(線量)을 비교한 것이다.

가장 작은 방사성 원소인 삼중수소에서는 피부도 투과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베타선만 방출된다. 혹시라도 삼중수소수(HTO) 형태로 체내에 흡수되더라도 일주일 이내에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조차 엉망으로 망쳐놓은 서울대 보건 전문가의 멸치 1g에 대한 어쭙잖은 평가에는 방사선에 대한 무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보건 전문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몸에 붙어 있지 않고 이동하는 칼륨과 달리 삼중수소는 DNA나 몸속 다른 결체의 구성 성분이 될 수 있다. 만약 DNA에 삼중수소가 결합했다가 분열하고 나면 그 자리에 수소가 아닌 다른 물질이 오면서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월성에서 검출된 삼중수소의 양은 화학적 영향을 걱정할 수준도 아니다. 외부에서 유입된 삼중수소가 인체의 DNA나 다른 결체의 구성 성분이 될 가능성도 없다.

다행히 광우병 시즌 2에서는 여당의 떠들썩한 ‘선동’이 도무지 먹혀들지 않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가 당장 삼중수소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서 혼란을 초래한 사람을 색출해 책임을 묻자고 나섰다. ‘원자력 마피아’를 들먹인 이낙연 대표의 확실한 사과도 요구했다.

지자체와 주민들도 여당의 섣부른 선동에 분노하고 있다. 심지어 한 배를 탔던 한수원의 정재훈 사장까지 여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여당 대표를 한순간에 ‘팩트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지 않은 무책임한 극소수 운동가’의 우두머리로 만들어버렸다.

엉터리로 판명난 탈원전 공약

이번에는 오래전에 물러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나섰다. 공익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장을 물고 늘어졌다. 언사가 몹시 거칠다. 헌법기관의 수장에게서 무슨 ‘냄새’가 난다고 한다. 자신이 감사원장에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고 당부라도 했던 모양이다. 대단한 과대망상이다. ‘정치’를 하는 것은 감사원장이 아니다. 오히려 남의 지지율 하락을 틈타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모습에서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악취가 진동한다. ‘정치’를 자신들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언사에서는 도를 넘어선 독선과 아집이 느껴진다.

걸핏하면 ‘대선 공약’을 들고나오는 여당 의원들의 행태도 볼썽사납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은 여당이 자신들의 공약을 잊지 않고 지키겠다는 자세와 노력은 가상한 것이다. 그런데 법치를 약속한 여당이라면 ‘법’과 ‘공약’을 구별하는 능력 정도는 갖춰야 한다.

대선 공약은 공약일 뿐이다. 법과 제도에 따른 검증과 절차를 거쳐 완성된 정책이 아니다. 국민과 약속한 공약을 실행하려면 ‘정책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밀실에서 얼렁뚱땅 얼개만 만들어놓은 공약을 완성된 정책으로 착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절차’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탈원전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반복적으로 퇴짜를 맞은 엉터리 공약이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정부가 억지로 밀어붙인 공론화위원회에서도 거부당했다.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서 밀어붙인 패착으로 밝혀졌다. 멀쩡한 산업부 관료들이 문서 파기 등의 중대 범죄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선포한 ‘2050 탄소중립’의 가장 큰 걸림돌이 탈원전이다. 이제 ‘더 늦기 전에’ 탈원전 폐기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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