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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0호]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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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K방역이 주목해야 할 ‘신속PCR’ 성공 사례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2021-03-23 오후 3:05:41

▲ 여주시 전통시장 입구에 신속PCR 검사소가 설치돼 있다. photo 여주시청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으로 시작된 코로나19의 3차 확산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 여주시가 질병관리청이 외면하고 있는 신속 진단키트를 이용한 독자적 방역 대책으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재래식 5일장과 관공서를 ‘코로나19 안심존’으로 지정해서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생활을 누리고 있다. 지역 내 감염도 대체로 사라졌다. 1시간 이내에 결과를 알려주는 ‘신속PCR’의 가치를 정확하게 인식한 이항진 여주시장의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리더십 덕분이다. 서울대·연세대도 뒤늦게 신속PCR로 학교 운영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부가 신속PCR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를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신속PCR 도입한 여주시의 ‘코로나19 안심존’ 실험
   
   인구 11만명의 여주시가 ‘유별난’ 방역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감염자를 가려내는 검사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진정한 방역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한 결과다. 질병관리청이 응급실에서의 긴급 선별용으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던 ‘신속PCR’에 주목한 이항진 여주시장의 판단 덕분이다. 검사 현장에서 1시간 이내에 감염 여부를 확인해주는 신속PCR과 신용카드 단말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코로나19 안심존’을 운영하고 있다.
   
   여주시가 운영하는 ‘나이팅게일센터’에서 신속PCR 키트 검사를 받은 주민들은 1시간 후에 신용카드 단말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발급받는다. 여주시가 발급해준 카드를 단말기에 넣기만 하면 누구라도 즉석에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카드를 가진 주민들은 누구나 코로나19 안심존으로 설정된 관공서와 재래식 5일장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것이다. 주민들은 1주일마다 한 번씩 자유롭게 나이팅게일센터에서 확인 카드를 재발급받는다.
   
   성과는 놀라웠다.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안심존을 운영하기 시작한 1월 이후에는 자영업자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도 실질적으로 지역 내 감염이 사라져버렸다. 지난 두 달 남짓한 기간에 5만명에 가까운 주민들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19명의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기도 했다.
   
   K방역의 핵심 기술인 기존의 RT-PCR을 이용하면 검사에 보통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대형 분석장비와 전문 인력을 갖춘 분석기관에 검체를 직접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진단키트의 가격도 6만원이 넘는다. 그동안 벤처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실제 검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는데도 그렇다.
   
   작년 8월경에 대전 대덕단지의 벤처들이 개발한 ‘신속PCR’은 기존의 ‘RT-PCR’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신속PCR도 중합효소연쇄반응을 사용해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물질(RNA)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RT-PCR과 근본적으로 같은 기술이다. 다만 섭씨 60도의 일정한 온도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종류의 중합효소를 이용하는 LAMP(고리매개등온증폭법) 기술과 배터리로 작동하는 휴대용 분석 장비를 활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신속PCR을 사용하면 전문 인력이 없는 검사 현장에서 1시간 이내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비용도 절반 이하로 크게 줄어든다.
   
   질병관리청은 초기에 개발된 신속PCR 키트의 정확도를 신뢰하지 않았다고 한다. 개발 초기 진단키트의 경우 양성 검체를 확인하는 민감도와 음성 검체를 가려내는 특이도가 기존의 RT-PCR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술은 언제나 빠르게 발전하기 마련이다. 이제는 신속PCR의 민감도·특이도가 기존의 RT-PCR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 여주시의 경험이다.
   
   
   확진자 1명 찾기 위해 1000만원 계속 써야 하나
   
   지난해 3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191개 국가가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했던 상황은 절망적인 것이었다. 다행히 지난해 2월 4일 대덕의 우리 벤처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RT-PCR’ 진단키트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자랑하는 K방역이 민주주의·투명성 덕분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궤변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산발적인 대규모 집단감염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은밀한 감염과 변종의 해외 유입도 계속되고 있다. 전염성·독성이 더 강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국·남아공·브라질·미국의 변종이 모두 유입되어 있는 상황이다. 공항에서의 입국관리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제 세계적인 자랑거리라는 빛바랜 명성만 앞세워 경직된 검사·추적과 과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집하는 K방역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여주시의 도전적인 시도와 같은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산발적인 집단감염의 발생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선별진료소의 검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검사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우리가 무한정의 비용을 감당해주는 화수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검사소의 확진 비율은 0.6% 수준이다. 확진자 1명을 찾기 위해서 167명을 검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RT-PCR을 사용할 경우 확진자 1명을 찾기 위해 진단키트에만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속PCR을 사용하면 그 비용을 절반인 500만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하루 2만명을 검사한다면 진단키트 비용만으로 6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질병관리청이 그런 신속PCR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자칫하면 질병관리청이 윤리적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비록 민감도·특이도가 조금 떨어지지만, 가격이 매우 싸고 결과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항원·항체 키트도 외면할 이유가 없다. 확진자를 가려내는 ‘검사·추적’이 아니라 특정 지역·집단의 감염 상황을 ‘감시(surveillance)’하는 용도로는 충분한 활용가치가 있다. 우선 신속 항원·항체 키트로 상황을 파악하고, 집단감염이 의심스러운 지역·집단을 집중적으로 검사하는 ‘감시·완화’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백신에 대한 유연한 대응도 필요하다. 1.50%에 이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이상증상 발생 비율은 화이자의 0.42%보다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당연한 증상이니 무조건 참고 견디라는 정부의 입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증 의심 8명과 사망 16명에 대한 더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백신 접종률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미국과 유럽의 감염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상황은 정반대다. 감염재생산지수가 1.0을 오르내리고 있다. 전체 감염자가 10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더 늘어나면 국민들의 인내도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정부가 K방역의 알량한 성과나 자랑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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