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사된 무인 달 탐사선 창어5호가 달 표면에 착륙한 후 보내온 사진. ⓒphoto 뉴시스
지난해 발사된 무인 달 탐사선 창어5호가 달 표면에 착륙한 후 보내온 사진. ⓒphoto 뉴시스

우주 강국들이 이른바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자국의 우주 기술을 보호하는 동시에 발전을 꾀하고 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달 정거장을 함께 건설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 건설을 추진 중인 미국에 맞서기 위해 양국이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달은 지구의 위성이며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이다. 그렇기에 예전부터 인류의 주요 탐사 대상이 되었고, 인간이 직접 착륙해 땅을 디디기도 했다. 이제는 우주 패권을 두고 서방국가가 주축인 미국 진영과 중국·러시아 간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9일(현지시각) 중국 국가항천국(CNSA)과 러시아 연방우주국(로스코모스)은 달 정거장을 공동으로 세우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주인이 달 궤도와 표면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합 연구시설 단지의 건설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설계부터 제작, 실행, 운영까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우주 굴기 중국과 옛 영광 러시아의 협력

이들의 양해각서에 따르면, 양국은 달 표면이나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해 달 탐사를 비롯한 관측, 기초과학 실험과 기술 검증, 그리고 장기적인 과학연구 활동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쌓아온 두 나라의 과학적 우주 기술과 장비, 연구개발, 경험 등을 공유해 활용할 방침이다. 양국은 곧 달 정거장 건설 로드맵부터 만들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과학 교류를 확대하고 인류의 평화로운 우주 탐사와 이용을 촉진하는 것이다. 따라서 양국은 국제 우주과학계에 이 프로젝트를 알리고, 달 정거장 또한 여기에 관심 있는 국가들에 개방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양해각서 체결이 옛 소련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러시아와 우주 굴기의 꿈을 실현해 미국 독주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러시아는 1961년 인류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는 등 우주 탐사를 주도했다. 하지만 한동안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오가는 것 이외에는 우주 탐사와 거리를 두어왔다. 올해는 옛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1961년 4월 유인 우주비행에 나서 성공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계기로 러시아는 우주 강국 재건에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5년간 3차례의 달 탐사 계획이 그것이다.

그 첫 번째 계획이 오는 10월 1일 이뤄질 달 착륙선 ‘루나(Luna)25’의 발사다. 달 남극 인근의 ‘보구슬라브스키 크레이터’를 향해 발사할 예정이다. 1976년 ‘루나24’ 이후 45년 만에 이뤄지는 달 착륙선이다. 5년 후엔 탐사 로버 루나27을 보낼 계획이다. 루나27 프로젝트는 중국과 협력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전통의 강자라면 중국은 신흥 강자다. 중국은 우주 탐사에 늦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우주 강대국으로서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2019년 중국은 무인 탐사선 ‘창어4호’를 달 뒷면에 보내 인류 최초로 달 뒷면을 탐사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무인 달 탐사선 창어5호를 쏘아 올려 달에서 채취한 토양을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달 토양 샘플을 확보한 3번째 나라가 됐다. 달의 샘플 채취는 전 세계적으로 44년 만의 일이었다.

더구나 중국의 달 정거장 프로젝트는 1990년대 초 미국의 ISS 건설 프로젝트에서 배제된 설욕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다. 당시 미국은 ISS 건설에 러시아·캐나다·영국·일본 등 16개국을 참여시켰지만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의 신청을 거절했다.

이러한 미국의 견제로 중국은 외톨이처럼 지내다 우주선과의 도킹 연습을 목적으로 자체 개발한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1호를 2011년 야심 차게 쏘아 올렸다. 이로써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 우주정거장 발사국이 되었지만 기계·기술적 결함이 발생하면서 2016년 3월부터 톈궁1호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 지구로 추락하기 시작했고, 그 잔해는 2018년 남태평양 중부의 타히티섬에 떨어졌다. 하지만 추락 과정에서 잔해가 지상의 인구밀집 지역에 떨어지면 대참사를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로 세계의 원성을 사 명성을 잃었다.

그럼에도 중국은 우주 굴기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창어6·7·8호를 보낼 계획이다. 우주 개발 최강국을 목표로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우주 공간마저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달 게이트웨이 건설로 경쟁 구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또한 2024년 다시 유인 달 탐사에 도전한다. 이른바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이다. 2024년까지 달에 남녀 1명씩 2명의 우주비행사를 보내고, 2028년부터 사람을 상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여러 나라와 함께 달 궤도에 소형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 건설을 추진 중이다.

NASA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실현하기 위해 독자노선 대신 국제협력을 택했다. NASA의 주도로 지난해 10월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유럽우주국(ESA) 등 8개국과 협정을 체결했다. NASA를 중심으로 달 탐사 연합체가 탄생한 셈이다. 앞으로 협정 체결 대상 국가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러시아도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국제우주정거장 건설과 운영을 통해 미국과 우호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협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러시아 연방우주국의 드미트리 로고진 국장은 게이트웨이가 너무 미국 중심적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다가 결국 중국의 손을 잡았다. 미국보다 중국과 손을 잡는 게 주도권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중국과 함께 달 정거장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두 나라가 미국의 반격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로드맵에 맞춰 우주발사체와 우주선 개발이 한창이다. 2024년까지 달 탐사를 돕기 위한 게이트웨이가 건설되는 한편 인류의 착륙을 돕기 위한 다양한 로봇 탐사선들이 달 표면과 궤도 탐사에 나선다. 2024년부터 2030년까지는 달에 인류가 활동하면서 인류의 생존을 위한 다양한 구조물이 갖춰질 전망이다. 2030년부터는 달 탐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된다.

NASA의 마크 리사시치 우주탐사본부장은 새로운 착륙선과 로봇,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활용해 달 표면에서 과학기술 실험을 수행하고, 달 탐사를 통해 우주 자원 개발 등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달에 대한 배움이 끝나면 인류는 화성으로 갈 것이다. 달 탐사를 포함한 강대국 간의 우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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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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