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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4호]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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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2021-04-19 오후 5:01:16

▲ 일본 후쿠시마원전의 오염수 저장탱크. photo 뉴시스
일본 정부가 결국 후쿠시마에 모아놓은 125만t의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앞으로 2년 동안의 준비를 거친 후에 다핵종처리설비(ALPS)로 처리한 오염수를 배출 기준 이하로 희석해 30년 동안 태평양으로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어민들은 물론 인접국가와의 소통과 설득 노력을 포기해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에 가장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일본의 일방적이고 거친 결정에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본의 다핵종처리설비가 얼마나 믿을 만할까
   
   후쿠시마원전 오염수는 2011년 3월 원전사고로 녹아내려서 지하에 묻혀버린 원자로 3기의 노심에서 흘러나온 지하수를 모아놓은 것이다. 세슘-137을 비롯한 200여종의 방사성 핵종으로 오염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180t씩 흘러나오던 지하수의 양이 최근에는 하루 140t으로 줄어들었다.
   
   노심에서 흘러나온 오염수를 무작정 금속 탱크에 저장해놓을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저장탱크의 설치에도 한계가 있고, 사고나 부식(腐蝕)에 의한 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언론의 주장처럼 30년만 관리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오염된 지하수는 후쿠시마원전의 폐로가 완료되는 2051년까지 계속 흘러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첨단기술을 이용해 방사성 오염물질을 최대한 걸러낸 후에 자연으로 배출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특히 국민적 합의와 인접국가의 이해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의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반대만 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후쿠시마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일본 정부에 과학적 팩트를 기반으로 하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요구해야 한다. 감정적인 대응은 금물이다. 현재 일본이 가지고 있는 ALPS를 사용하면 삼중수소(트리튬)를 제외한 62종의 방사성 핵종을 일본의 ‘방사능 오염 안전규제 기준’을 만족하는 수준으로 걸러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ALPS가 얼마나 믿을 만한 설비이고, 일본 정부가 얼마나 성실하게 ALPS를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4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에 따르면, ALPS로 처리한 오염수의 70%가 IAEA가 인정할 수 있는 배출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현재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도 방류하기 전에 다시 정화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물론 ALPS의 성능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운영에도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일이다.
   
   실제로 현재 저장탱크에 들어 있는 오염수의 삼중수소 오염도는 L(리터)당 58만㏃(베크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배출기준인 6만㏃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오염도를 일본 정부가 약속한 1500㏃ 이하로 낮추려면 400배 이상의 희석이 필요하다. 125만t의 오염수를 바닷물 5억t으로 희석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희석 작업도 간단치 않고 충분히 느린 속도로 방류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혹시라도 정화·희석·방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리의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 오염수가 ALPS로 충분히 정화되지 않거나, 희석이 충분하지 않거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의 오염수를 방류해버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일본 정부도 정화·희석·방류 과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철저한 감시를 받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 전문가들이 그런 감시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물론 IAEA를 통한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감시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근거 없는 괴담은 무시해야
   
   방사선이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엉터리 정보에 휘둘려서 감당할 수 없는 공포에 떨 이유는 없다. 특히 방사선의 위험을 무차별적으로 과장하는 수준 이하의 전문가들을 경계해야 한다. 언론이 치명적인 질병을 들먹이고 우리의 무지(無知)를 핑계로 불필요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엉터리 괴담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방사성물질에 의한 피해는 노출량에 비례한다.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명백한 과학적 진실이다. 독성 화학물질과 감염병을 일으키는 세균·바이러스의 경우에도 이 원칙은 적용된다. 아무리 독성이 강한 방사성물질이라도 그 양이 충분히 적으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오염수를 희석하더라도 방사성 오염물질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바다에 방류하는 오염수에 의한 피해는 오염물질의 총량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나 어패류가 흡수할 수 있는 방사성물질의 양은 희석에 반비례해서 줄어들기 때문이다. 400배로 희석한 오염수를 마시면, 방사성물질 노출량은 400분의 1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후쿠시마에서 방류한 방사성 오염물질이 시간이 흐르면 동해로 흘러올 수 있다. 그러나 1년 이상 태평양 바닷물과 뒤섞이면서 희석되고 나면 더 이상 유해성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후쿠시마 앞바다에 던져놓은 페트병이 동해로 흘러올 수는 있지만, 100개의 페트병이 한꺼번에 동시에 동해로 함께 흘러올 가능성은 상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물에 떨어뜨린 잉크는 흩어지는 것이 엔트로피 증가를 요구하는 자연의 섭리다. 흩어지던 잉크가 다시 모여드는 일은 자연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1500㏃로 희석해서 방류한 삼중수소가 다시 모여들어서 어패류를 오염시킬 수는 없다는 뜻이다.
   
   삼중수소의 내부 피폭 위험성도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다. 삼중수소가 베타 붕괴를 통해서 방출하는 전자는 피부세포조차 통과하지 못한다. 삼중수소가 DNA를 변형시켜 암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삼중수소가 몸에 있는 단백질 등의 유기화합물을 오염시켜서 피해를 증폭시킨다는 주장도 역시 엉터리 괴담이다.
   
   더욱이 사람의 몸은 방사선에 대해 철저하게 무력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 몸에는 삼중수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탄소-14, 질소-15, 인-33 등의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존재한다. 결국 방사선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류의 진화를 가속화하는 역설적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의도적으로 방사성물질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일어난 바다에서 방사선에 오염된 돔이 발견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오염수를 방류한 태평양에서 잡은 모든 수산물을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괴담이다. 실제로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은 바다에도 자연적으로 생성된 삼중수소가 들어 있다. 미래의 에너지로 알려진 ‘핵융합로’의 연료로 사용할 삼중수소도 바닷물에서 채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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