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충칭의 비트코인 채굴 업체 ‘랜드마이너’에서 비트코인 채굴용 컴퓨터를 수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중국 충칭의 비트코인 채굴 업체 ‘랜드마이너’에서 비트코인 채굴용 컴퓨터를 수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4월 7일 비트코인 시세가 7800만원대를 돌파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치 덕에 비트코인을 채굴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전 세계적 투자도 기하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친환경 자동차를 판매하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또한 15억달러를 투자해 전례 없는 비트코인 열풍에 가세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블록체인, 그중에서도 비트코인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편에선 비트코인이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원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머지않은 미래에 비트코인이 전 인류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대체 비트코인과 기후변화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채굴 전력 기후변화 대책에 치명적

지난 4월 7일 자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에는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전력 소비와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내용이 실렸다. 중국과학원대 경제·경영학부, 중국과학원(CAS) 산하 수학·시스템과학원, 칭화대 지구시스템과학과, CAS 데이터예측과학센터,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통계과학과, 영국 서리대 경영학부의 공동연구 결과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다. 블록체인의 기본 데이터 저장 단위인 ‘블록’을 생성하려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고, 수많은 계산과 검토 끝에 문제를 푸는 사람이 비트코인을 얻게 된다. 마치 광부가 광산에서 곡괭이질을 거듭한 끝에 금을 캐내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트코인 얻는 과정을 ‘비트코인 채굴’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사용하는 실물화폐는 국가가 마음대로 찍어 낼 수 없다. 그런 것처럼 2009년에 시작된 비트코인도 총 2100만개까지만 채굴하도록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채굴량이 떨어진다. 4년마다 비트코인 한 블록당 채굴량이 절반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이 점점 줄어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갈수록 암호 해독이 어려워져 점점 더 많은 컴퓨터의 연산능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높은 사양의 컴퓨터와 그래픽카드를 동원해야 해 어마어마한 전력이 소모된다. 블록체인 전문 통계 사이트인 ‘블록체인닷컴’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컴퓨터 용량이 2017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번 공동연구팀은 최대 채굴 시장인 중국에서 얼마나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모의 탄소배출 모델’을 이용해 계산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추산했다. 그 결과 2024년까지 중국에서만 소비되는 전력량이 296.59TWh(테라와트시)에 이르고, 1억305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년간 사용하는 전체 전력량을 뛰어넘는 양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네덜란드와 스페인, 체코, 카타르 등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웃돈다.

이 같은 결과는 2030년까지 실질적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려는 중국의 기후변화 대응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미국 CNBC 방송은 경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탄소 발생이 2030년 고점을 찍고, 2060년에는 탄소 중립에 도달할 것이라고 지난해 밝혔다.

비트코인은 금융 역사에서 매우 드물게 일본, 중국, 한국, 베트남 등 아시아인들의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장의 약 70%가 중국에 집중되어 있을 만큼 중국은 비트코인 채굴의 성지로 알려졌다. 고성능 장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문 하드웨어 업체가 많고 전기료가 저렴해 유지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많은 비트코인 채굴 장비에 공급되는 중국의 값싼 전기가 대부분 석탄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생산단가가 낮은 화력발전으로 전기를 만들기에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전력 소비 증가는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로 날아드는 중국의 미세먼지 또한 많아지게 되는 구조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왕소우양 중국과학원대 특훈교수는 비트코인 거래와 채굴이 친환경으로 도약하려면 화석연료 중심이 아닌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생산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녹색전기가 보편화되지 않는 한 결국 화력발전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려는 인류의 노력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상화폐 채굴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엄격한 규제와 정책 대응이 가장 시급하다고 그는 경고하고 있다.

전기에 굶주린 가상화폐

그렇다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 사용되는 전 세계의 전력량은 얼마나 될까.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비트코인 전력소모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7일 오전 기준 현재 시간당 약 15.68GW(기가와트)의 전력이 소비되고 있고, 연간 전력소비량은 136.84TWh에 이를 전망이다. 비트코인이 ‘전기 먹는 하마’인 셈이다.

한편 비트코인 채굴로 발생하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연간 배출량은 약 40Mt(메가톤)이다. 이 수치는 관광과 도박의 도시인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독일의 최대 항구도시 함부르크의 연간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가 물에 잠기는 시간표가 앞당겨지고 수많은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곤의 종말’로 존경받는 미국의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비트코인은 해로울 뿐만 아니라 범죄라고까지 강변했다. 또 누구보다 먼저 비트코인의 잠재성을 인정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지난 3월 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인류에게 알려진 다른 어떤 방법보다 거래당 전기 사용이 많아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보다 앞서 2018년 10월 미국 하와이대 연구팀은 ‘비트코인 채굴 때문에 늘어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해 30년 내에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정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비트코인을 ‘전기에 굶주린 가상화폐’라고 표현하며 이후로도 비트코인이 기후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러나 세계 국가들이 다양한 이유로 비트코인을 반대하고 인정하지 않아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여전하다. 따라서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상화폐 시장과 산업 성장 등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 관리와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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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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