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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1호]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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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T세포 면역학자 신의철 교수가 말하는 ‘K 방역’의 문제

대전= 최준석  선임기자 jschoi@chosun.com 2021-06-11 오전 8:46:04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는 T세포 면역학자로서 현재의 코로나19 방역 관련해서 아쉬운 게 있다. 한국의 질병관리청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최전선에서 이끄는 사람들은 역학자, 즉 예방의학자들이다. 신 교수 말을 들어본다.
   
   “항체에 관해서는 인류가 안 게 100년이 넘었다. 반면 T세포는 의대에서 배웠다 해도 지식으로서 각인이 잘 안되어 있다. T세포는 비교적 최신의 지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역학자나 감염내과 의사들이 현재 항체만 얘기한다. 어디 가서 말하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항체만 생각할 게 아니다.
   
현재의 방역 목표는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있는데, 나는 감염은 되더라도 사람이 희생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항체는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하고, 또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항체만 고려해서는 궁극적인 해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 T세포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보고자 하는 취지로 현재 논문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다. 내가 직접 실험하는 건 아니고, 극단적으로 항체가 없어도 T세포 때문에 살아남은 환자들의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리뷰 논문을 쓰려고 한다. T세포를 의식하면 똑같은 백신을 사용하더라도 디테일한 목표가 약간 달라진다. 현재의 방역 대책은 항체만 바라보는 문제가 있다. T세포는 보지 않는다.”
   
   
▲ 면역세포들을 찍은 이미지. 점 하나가 면역 세포다. 분홍색은 B세포, 윗부분의 초록색은 단핵세포, 왼쪽의 보라색과 이어지는 파란색이 T세포다.

   2019년 A형 간염이 다시 유행한 이유
   
   신 교수는 자신의 주장이 어떤 논란을 불러올까 싶어 말을 아꼈다. 그리고 자신의 원래 연구인 A형 간염 바이러스 얘기를 시작했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한국 등 몇 개국에서 때때로 유행한다. 간염 바이러스의 종류에는 신 교수가 맨 처음 연구했던 C형이 있고 B형이나 E형도 있다. 이 바이러스들은 간에 친화적인 바이러스다. 인체의 여러 세포들 중 주로 간세포에 침투를 잘해서 간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간염 바이러스라고 불리게 되었다. B형이나 C형 간염은 피를 통해 감염된다. A형은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침투한다.
   
   신 교수는 “좀 원색적으로 표현하자면 A형 간염은 남의 똥을 통해 나온 A형 간염 바이러스를 먹어서 감염되는 거다. 위생이 불결한 경우이고 전파 경로가 후진국형이다”라고 말했다. A형 간염은 연구가 많이 되어 있지 않다. A형 간염은 급성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극히 일부 환자를 위험에 빠트리기는 하나 대부분 앓고 저절로 빨리 회복되기 때문이다.
   
   A형 간염은 한번 앓으면 평생 다시 걸리지 않는다. 아이 때 걸리면 증상도 없다. 신 교수는 “그러나 성인이 A형 간염에 걸리면 간이 심하게 깨질 수 있다. 많은 경우 저절로 낫기는 하지만 0.5%는 간이 너무 심하게 망가져 사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옛날에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으므로 A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은 흔했을 것이다. 신 교수는 “한국인은 옛날에 아이 때 다 걸린 것이다. 아이 때 걸리면 증상 없이 저절로 회복되므로 자신이 바이러스에 걸렸는지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 핏속에 들어 있는 면역세포들을 비교해볼 수 있는 이미지. 위에서부터 건강한 사람, 코로나 환자, 인플루엔자 환자다.
2009년, 2019년에 A형 간염 바이러스가 한국 성인들 사이에서 유행한 건 무엇 때문일까? 신 교수는 1960년을 전후로 한국 사회에 위생이 개선되면서 어렸을 때 A형 간염에 걸리지 않고 성인이 된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A형 간염 바이러스를 경험하지 않았으니 이에 취약한 세대가 된 것이다. 게다가 A형 간염 바이러스 백신이 나와 있으나, 많은 이가 맞지 않았다. 이렇게 A형 간염에 취약하다고 하더라도 평생 A형 간염 바이러스를 만나지 않으면 상관이 없으나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먹는 등의 이유로 감염이 되면 매우 심한 A형 간염이 발병하는 것이다. 2019년의 경우 한국에서 환자가 1만5000명 이상 발생했다.
   
   신 교수는 2010년쯤 A형 간염 바이러스 면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서서히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A형 간염은 처음에는 연구 주제로 그닥 매력적이지 않았다”라고 했다. 대부분 환자가 심한 간염을 앓더라도 저절로 회복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재밌는 연구 주제를 찾았다. 바이러스학 교과서를 찾아보니, A형 간염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간세포에 감염시켜 보니 바이러스 증식은 잘되는데 간세포가 죽지 않는다고 쓰여 있었다. 그 대신 A형 간염 환자 몸 안에서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간세포를 과도하게 죽여서 심한 간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신 교수는 “1980년대 중후반 연구인데, 이건 바이러스에 대한 T세포의 면역반응이 적당하지 않고 과잉이면 간이 깨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 대목을 주시했다. T세포가 어떤 상태에서 과도한 반응을 해서 간을 깨뜨리는지에 관한 명료한 설명이 없었다. 그래서 이걸 확인하기로 했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간세포를 파괴하는 T세포의 정체는 무엇인지를 파고들었다. 1~2년 연구해보니 단서가 나왔다. ‘방관자(bystander) T세포의 활성화’ 현상이 원인이었다. 사람 몸에는 수만 가지 바이러스에 반응할 수 있는 T세포가 있다. 과거에 침입했던 바이러스를 기억해뒀다가 또 들어오면 기억을 되살려, 즉 활성화되어 침입자를 공격한다. 이게 T세포 중에서도 기억 T세포가 하는 일이다. 이 세포들은 다른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는 ‘방관자’로 남아 있다. 활성화되지 않는다.
   
   
▲ 2018년 서울에서 열린 C형 간염 바이러스 학회 모습. 신의철 교수가 주최자 중 한 명이다.

   새로 발견한 ‘방관자’ T세포의 역할
   
   문제는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방관자 T세포들이 거의 모두 활성화된다는 거다. 어떤 환자에서는 방관자 T세포의 80%가 활성화되기도 했다. 이 같은 발견은 면역학 교과서 제1장에 나오는 법칙에 어긋난다. 면역학 책 1장의 법칙은 ‘특이성’이다. T세포는 특이적인 바이러스와 세균에 반응한다라고 되어 있다. 신 교수는 “1장 법칙의 도그마(원리)에 위배되는 발견이어서 놀라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연구 끝에 “A형 간염에 걸린 환자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특이적인 T세포는 몸에 이롭고, 방관자 T세포는 간세포를 죽이고 다닌다”는 걸 알아냈다. 그리고 이런 방관자 T세포 활성화 때문에 A형 간염 환자에서 심한 간염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논문은 2018년 학술지 ‘이뮤니티(Immunity·면역)’에 보고했다. ‘이뮤니티’는 면역 분야 최고의 학술지다. 신 교수는 “힌트를 얻은 데에서부터 논문을 보고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기존의 면역학 상식과 어긋나기 때문에 남들을 설득하기가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T세포의 바이러스 특이적인 반응이라는 업적으로 199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피터 도허티(호주)와 롤프 칭커나겔(스위스)이 있다. 이 중 칭커나겔이 방관자 T세포의 역할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의미 없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면역학계의 권위자가 한 말을 뚫고 논문을 내야 했기에 힘들었다.
   
   신 교수는 “A형 간염 바이러스 연구 때문에 방관자 T세포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여기에는 훨씬 더 큰 함의가 있다”고 했다. “그동안 의학계에서 무시되었던 방관자 T세포 활성화라는 현상이, 내 논문이 실리면서 여러 질병의 원인으로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걸리더라도 어린이는 증상이 없는 이유도 알아냈다. 어린이 몸에는 기억 T세포가 적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외부의 세균과 바이러스를 아직 많이 경험하지 못했기에 ‘기억’하고 있는 것이 적은 것이다. 그러니 A형 간염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방관자 T세포가 거의 없다.
   
   신 교수는 연구 주제를 계속 밀고 나갔다. 그러니 더 큰 게 보였다. 그는 A형 간염 이외에도 방관자 T세포 활성화가 일으키는 질병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관자 T세포 활성화를 어떻게 올리거나 낮출 수 있는지도 연구하고 있다. 그 결과 어떤 약물은 방관자 T세포를 활성화시키고 또 어떤 약물은 반대의 작용을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신 교수는 “시작은 남들이 관심 없는 A형 간염으로 했다. 그런데 A형 간염은 내게 더 큰 발견의 계기가 되어준 창문과 같은 질병(window disease)이 된 셈이다”라고 했다.
   
   그는 “‘신의철’ 하면 T세포를 열심히 연구한 사람만이 아니고 ‘새로운 이론을 주창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건 인간 질병 병리 현상에서 방관자 T세포가 중요하다는 걸 주창한 사람이라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얘기도 흥미로운 취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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