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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2호] 202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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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사’ 자 전문직과 플랫폼들의 전쟁

배용진  기자 max@chosun.com 2021-06-15 오전 10:54:35

▲ 지난 4월 21일 대한변호사협회가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변호사 대량배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변협과 로톡의 갈등 기저에는 변호사 대량 양성으로 인한 변호사들 간 과당경쟁이 깔려 있다. photo 뉴시스
특정 전문직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업체와 전문직 간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인 ‘로톡’, 미용·의료 서비스 플랫폼인 ‘강남언니’, 세무회계 플랫폼인 ‘자비스’ 등이 각각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대한의사협회(의협), 한국세무사고시회 등과 잇따라 고소·고발 등 송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사례는 단연 변호사협회와 ‘로톡’의 충돌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변호사 단체들과 로톡의 충돌은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5월 31일 변협은 로톡 등 변호사 소개 법률플랫폼에 회원들의 가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개정안, 그리고 변협 회칙인 ‘변호사윤리장전’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비(非)변호사의 변호사 소개 및 판결 예측 서비스 등과 관련한 광고를 할 때 회원(변호사)들이 참여·협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사실상 로톡을 저격한 것이다. ‘변호사는 건전한 수임질서를 교란하는 과당 염가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 ‘변호사 또는 법률사무 소개를 내용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전자 매체 기반 영업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협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신설됐다. 이 개정안은 오는 8월부터 당장 시행되는데, 아직까지 개정안을 어긴 변호사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결정되지는 않았다.
   
   변협과 갈등을 빚고 있는 로톡의 수익 구조는 다음과 같다. 로톡에 광고를 원하는 변호사는 월정액으로 키워드마다 최대 50만원까지 광고비를 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이혼’ ‘상속’ ‘성범죄’ 등 77개 법률 분야가 존재하고, 세부적으로 다시 수백 개의 키워드가 존재한다. 예컨대 이혼 분야에는 다시 ‘양육비 청구’ ‘약혼’ 등의 키워드가 존재하는 식이다. 회원으로 가입한 변호사가 낸 광고비가 수익 모델인 만큼, 로톡 서비스의 핵심은 광고와 연결되어 있다.
   
   
▲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왼쪽), 미용·의료 서비스 플랫폼 ‘강남언니’.

   변협 vs 로톡 전면전
   
   변협과 로톡의 충돌은 변호사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매우 크다. 그만큼 로톡은 기성 변호사 업계의 영업 관행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개업을 하려는 모든 변호사는 변협에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변협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도 변협에 가서 연수를 받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변협,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변호사 단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로톡’을 곱지 않은 눈길로 보고 있었다. 로톡은 2014년 서비스가 처음 출시됐는데, 당시에는 변호사 회원이 5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변협의 경계심은 대단했다. 2015년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로톡의 회원 수가 급증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올 3월 기준 로톡에 등록한 변호사 회원 수는 3966명. 변협에 등록된 전체 변호사가 3만여명 규모인데, 전체의 12%에 달하는 변호사가 로톡에 가입한 것이다. 이전부터 로톡에 강경 대응을 주장해 온 서울지방변호사회 김정욱 회장은 지난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 당시부터 “로톡을 비롯한 플랫폼에 대한 강경 대응”을 천명해 왔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주간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저희는 로톡이 인터넷 사무장 스타트업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며 “그들은 리걸 테크(Legal Tech)라고 말하지만 특별한 기술이 있지도 않고, 그냥 사무장들이 변호사들 명단을 갖고 다니면서 영업하는 인터넷 사무장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법률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인 사무장들이 변호사 사건 수임을 물어오는, 이른바 ‘법조 브로커’가 온라인으로 옮겨 간 형태일 뿐이라는 것이 김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로톡은 광고업체일 뿐이고 법률사무를 직접 보는 게 아닌데 자신들이 사업자인 것처럼, 마치 로펌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데 실제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광고업체일 뿐”이라며 “국민들이 이 점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지 않냐”고도 했다.
   
   변협이 사실상의 ‘전면전’ 카드를 꺼내자 로톡도 변호사 60명과 함께 즉각 대응에 나섰다. “법률 소비자를 위한 혁신을 짓밟는 대한변협의 징계 규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변협의 규정 개정에 대해 로톡이 헌법소원으로 맞대응하면서 현재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상태다.
   
   비슷한 대립은 현재 다른 전문직 업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의사와 세무사 단체 역시 각각의 플랫폼 업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의협은 ‘강남언니’ ‘바디톡’ 등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을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해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무사들의 단체인 한국세무사고시회도 지난 4월 허위 과장광고를 일삼고 있다며 세무회계 플랫폼 운영업체 ‘자비스’를 경찰에 고소했다.
   
   
   또 하나의 ‘타다 사태’ 되나
   
   이 같은 갈등 양상은 재작년 한창 논란이 된 ‘타다 사태’와 유사하다는 것이 플랫폼 업계의 시각이다. 쏘카 자회사 VCNC는 승차공유 서비스로 한때 회원을 170만명이나 확보했지만 택시 업계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사업을 접은 바 있다. ‘타다 논란’ 당시와 달리 플랫폼 업계가 전문직 영역까지 넘어왔다는 점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다. 오랜 수련 기간과 전문적 교육을 거친 뒤 국가 면허를 발급받는 전문직은 특성상 다른 직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미디어총괄은 이 같은 전문직과 플랫폼의 충돌에 대해 “전문직이라는 분류보다는 라이선스(면허)가 있고 없고의 문제로 보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본래 라이선스를 통해 자신들의 직역에 철벽을 치고 있던 이들과, 빅데이터와 AI 등 신기술을 통해 업계에 진입하고 있는 플랫폼이 충돌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음성원 총괄의 설명처럼 플랫폼 업체와 기존 직역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업계는 국가 등 권위를 가진 주체가 발급한 면허가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2년 쿠팡이 직배송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던 시점에는 화물연대 등 기존 화물차 업계의 반대가 있었고, ‘타다 사태’ 당시에는 택시 업계의 반대가 있었다. 에어비앤비 등이 부딪히고 있는 공유숙박 문제 역시 기존 숙박업체들이 ‘숙박업’이라는 라이선스를 지니고 있었다. 음 총괄은 “기존의 어떤 장벽을 구축한 사람들이 라이선스를 통해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을 배제해 온 것이 그 세계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플랫폼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질서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태의 본질이라는 게 플랫폼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에서도 플랫폼 비즈니스는 ‘디스럽터(disruptor·혼란스럽게 하는 것)’로 불린다. 기존 질서를 파괴한다는 의미다. ‘우버’ 등 승차공유 서비스는 미국 뉴욕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이미 기존 업계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처럼 플랫폼 업계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변호사 등 기존 직역 단체들은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면 변호사와 의사 등도 플랫폼 업체에 종속된 배달 라이더들과 비슷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플랫폼을 소유해 기존 직역의 영역까지 침범할 경우 독점으로 인한 소비자의 후생 감소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플랫폼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소비 트렌드가 바뀌는 데 따라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주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을 이용해 소비를 하는 만큼 당연히 거기에 종속되는 것이고, 이는 기존의 마트·백화점 등 유통업체가 구매력을 통한 지배력을 갖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이슈가 있을 수는 있는데, 로톡은 대기업이 아니잖냐”며 “성장하기도 전에 이게 대기업이 될 거라 생각해서 미리 싹을 치는 거냐”고 반문했다.
   
   
   레임덕 휩쓸린 ‘한걸음 모델’
   
   플랫폼 업체들로 대표되는 새 사업자와 기존 사업자의 갈등에서 좀처럼 양측이 만족할 만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 해결이 어려운 현재의 거버넌스(governance) 구조가 꼽힌다. 과거에는 국가가 주도해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한 사회구조였는데, 현재는 국가 경제 수준이 올라가고 민주주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처해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장려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정부 초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었다. 초반에는 블루홀의 장병규 의장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한때 주목받았지만 이후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이 신설 기구로 중재자 역할을 하려고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타다’ 논란에 이어 공유숙박 등 비슷한 갈등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6월에는 ‘한걸음 모델’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한걸음 모델은 ‘타다’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해 기존 이해당사자와 대립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조정자로 나서는 방식이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주무부처로 신규 해결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도심 내국인 공유숙박, 농어촌 빈집 개발 활용, 산림관광 등 3개 과제를 선정해 한걸음 모델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임기 종료 시점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는 새로운 과제 발굴조차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가 정한 세 가지 과제 중 산림관광 과제인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는 사실상 좌초됐고, 공유숙박 과제인 도심 내국인 공유숙박도 연간 180일간 허용하는 방안을 두고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조만간 공유숙박과 관련한 새로운 한걸음 모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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