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신기하다. 기분이 좋을 때, 뭔가가 웃길 때도 웃지만, 어이가 없거나 화가 날 때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누구도 웃는 법을 가르쳐 준 적이 없지만, 인간은 아기 때부터 웃는 법을 알고 있다. 과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 등 인간에 관심을 둔 학자들은 오랫동안 웃음에 대해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를 진행해왔다. 웃음에 관한 각종 연구는 웃음이 우리의 신체적‧감정적‧정신적 행복, 심지어 우리의 인간관계와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CNN 사이언스가 인류학, 심리학, 신경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 웃음의 과학에 대해 소개했다.

인류의 생존 수단이다

학자들은 웃음이 사회적인 유대감의 한 형태이자 장난기 있는 의도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웃음은 인간뿐만 아니라 몇몇 포유동물 사이에서도 발견되는 의사소통의 방법이다. 이들 포유동물들은 간지럼을 타고 신체적인 놀이에 참여할 때 웃는다. 그러나 인간은 웃기 위해 반드시 육체적 자극이 필요하지 않다.

미국 아이오와 그리넬 대학의 인지 심리학자 자넷 깁슨 교수는 CNN에 인간이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웃음을 진화시켜왔다고 주장한다. 같은 집단 구성원을 똘똘 뭉치게 하는 일종의 생존 수단이었다는 설명이다. 깁슨 교수는 “웃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에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종의 신호이며, 이를 통해 긴장을 완화할 수 있었다”며 “그 믿음은 수세기에 걸쳐 뇌가 학습, 발전시켜왔고 지금 우리는 웃음소리를 통해 편안함과 재미있음, 놀라움, 기쁨 등을 듣게 된다”고 말했다. 인류학자들은 이런 웃음의 기능을 보편적인 현상으로 보지만, 모든 문화가 같은 것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사람이 낼 수 있는 가장 원시적 형태의 소리

웃음은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과정을 수반하는 현상이다, 우리가 웃을 때 뇌와 신체 여러 부위가 관여하고 반응한다. 전두엽에서 소리와 이미지 등 다양한 정보를 받아 해석해, 그 정보들이 재미있는지 여부를 결정는 것을 돕는다. 이게 대뇌변연계에서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하는데, 이것이 쾌락과 공포와 같은 감정을 조절하고 운동피질을 자극한다.

이것이 박장대소, 코웃음, 킥킥거림 등 신체적 반응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웃기 시작하면 갈비뼈가 매우 크고 빠르게 수축하며 몸 안의 공기를 밀어낸다. 이때 ‘하,하,하,하’ 소리가 나는데 소음을 내는 아주 원시적인 방법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인지 신경과학 소피 스콧 교수는 “뇌 수준에서 보았을 때 웃음은 엔돌핀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스콧 교수는 “웃을 때 아드레날린 수치를 낮추고 긴 시간 동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조절한다”며 “웃음을 통해 더 편안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고 기분 좋음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웃음은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적, 정서적 반응을 덜 격렬하게 만들 수 있다.

함께 자주 웃는 커플이 오래 간다

1989년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웃음에 관한 매우 유명한 연구 결과, 웃음이 오랜 연애를 한 커플들의 관계를 유지한 중요한 비결로 꼽혔다. 이 연구는 ‘오래 사귄 커플이 금방 깨진 커플보다 더 많이 웃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실험 결과 스트레스 받는 대화 중의 웃음은 감정이 더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소피 스콧 교수는 “웃음소리가 마법의 묘약이란 것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함께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란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긴장된 상황을 완화시킬 때, 웃음은 커플들이 더 쉽게 소통하고 관계를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음을 지적했다.

웃음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박장대소하며 웃는 농담에 어떤 사람들은 정색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며, 혹은 그들의 문화에서 금기시되는 누군가의 언행을 보며 웃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아무런 의미도, 맥락도 없는 소리가 모두를 웃게 만들기도 한다. 보편적인 유머이론이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웃음에는 어두운 측면도 있을 수 있다. 부적절한 웃음은 때때로 무언가가 인지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징후가 될 수 있다. 치매의 증상을 연구한 한 연구에 따르면 부적절한 순간에 웃는 것이 치매의 초기 징후 중 하나였다.

웃음은 항상 진정성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종종 사회적 과시용으로 웃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웃음 짓거나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농담을 하는 경우다. 물론, 그것이 먹힐지 안 먹힐지는 상대방에게 달린 것이지만.

웃음은 사회적인 행위다

우리는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30배 더 많이 웃는다고 한다. 웃음엔 전염성도 있어 다른 사람이 웃는 소리를 들으면 웃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고도 한다.

엔돌핀이 뇌를 순환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가 웃을 때 우리 몸 안으로 더 많은 산소가 들어온다. 뇌와 몸의 모든 세포에 더 많은 산소가 공급되는 것이다 .

깁슨 박사는 “웃음은 누구나, 언제나, 무료로 꺼내 쓸 수 있는 도구이자 약”이라며 웃음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물론 아무 때고 웃을 수는 없다. 언제나 웃음의 맥락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웃음의 치유력을 활용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잘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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