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7월 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photo 뉴시스

S2F는 ‘스톡 투 플로(Stock to Flow)’의 줄임말로 재고를 공급량으로 나눈 값이다. 전체 공급량에 비해 얼마나 많은 양의 자원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소비재는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모된다. 재고가 적기 때문에 S2F 값이 작다. 반대로 금이나 은 같은 가치가 높은 재화는 시장에 풀리기보다 자산가치 상승을 노리며 쥐고 있는 경우가 많아 S2F 값이 크다.

비트코인도 이 기준에 잘 맞는 자산이다.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측정하기 위해 S2F 모델을 적용한 네덜란드의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플랜B’(트위터 네임)는 6월 중순만 해도 비트코인이 2021년 말에는 10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추정한 가격은 이랬다. “1비트코인의 가격은 9월 4만3000달러, 10월 6만3000달러, 11월 13만5000달러에 도달할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생각에 비트코인 시즌2는 아직 종료된 게 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생각을 달리 먹었다. 지난 7월 2일 “다음의 6개월이 운명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트위터에서 언급했다. 그의 모델에 따르면 트윗을 올린 그날, 1비트코인의 가격은 7만7760달러여야 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에서 1비트코인은 3만500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었다.

사라진 가격 전환의 동력들

2021년 4월 사상 최고 가격을 기록했던 비트코인은 5월에 폭락장을 맞았고 반토막이 났다. 가격의 등락을 지켜보고 있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지금이 ‘시즌2의 종료’인지를 궁금해한다. 시즌1이 2017년 하반기~2018년 상반기의 ‘불장’이었다면 이번 랠리는 시즌2에 해당했다. 3년이라는 기나긴 정체기가 끝나고 맞은 잠깐의 봄날이 이제는 진짜로 끝난 걸까.

종료로 받아들일 만한 지표가 많다. 계좌는 플러스보다 마이너스를 향했고 지난 2분기는 모두가 인정하는 하락장이었다. 2021년 2분기(4~6월) 비트코인이 기록한 실적은 폭락장이 벌어졌던 2018년 2분기 이후 최악이다. 7월 1일 암호화폐 전문매체 ‘디크립트(Decrypt)’는 비트코인이 지난 4월 5만8800달러로 시작해 3만4000달러대까지 떨어진 채로 6월을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1분기 비트코인의 수익률은 102%였지만 2분기 수익률은 마이너스 40%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지게 했다.

이런 저조한 성적은 개선될 가능성이 있을까. 먼저 중요한 동력을 상실했다. 시즌2의 서막을 연 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현실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던 한마디부터였다. 3월 말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발표가 랠리를 이끌었다면 5월 19일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를 잠정 중단한다’는 발표는 시장을 급랭시켰다. 특히 5월의 발언은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주요 거래소의 서버에 장애가 생길 정도로 매도세를 이끌었다.

암호화폐는 그간 인지도를 얻기 위해 셀럽 마케팅을 애용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셀럽이 직접 플레이어로 뛰는 경우는 많지 않다. 5월까지라면 머스크가 가진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 증명됐다. 하지만 급락 이후 머스크의 트윗은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머스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양치기 소년이 된 채로 평판을 잃은 이 억만장자는 앞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랠리에 기여하기 어렵게 됐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도미넌스 측면에서 현재의 시장을 해석하고 있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총액 중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시장이 우상향할 때를 돌이켜보면 도미넌스가 50% 이상일 때가 많다. 불장이던 지난 4월 초의 경우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60%대였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전체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야 약세장이 끝난다는 얘기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의 시장 점유율이 낮다는 건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었다는 걸 의미하는 부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8일 기준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44%대에 불과하다.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기관투자자의 진입이 증가했다는 건 시즌1과 뚜렷하게 다른 점이었다. 기관과 고래, 개미들은 서로 끌며 암호화폐 시즌2를 만들었다. 아직 기관이 있다는 이유로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는 투자자들도 많다. 반면 기관은 개인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반등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JP모건의 니콜라오스 파니지르조글루(Nikolaos Panigirtzoglou)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기관들이 관심을 덜 갖게 됐다. 일부는 부정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뉴욕멜론은행 자회사인 인사이트인베스트먼트(Insight Investment)가 “높은 변동성과 낮은 유동성, 거버넌스 문제 등으로 비트코인이 기관투자자들에게 적절한 투자처가 되지 못한다”고 언급한 내용을 전했다. 인사이트인베스트먼트는 자산 1조달러 이상을 굴리는 운용사다.

“떠날 사람은 다 떠났다”

수급을 담당하던 개인투자자들의 돈도 급격히 시장을 떠났다. 업비트 하나가 기록한 1일 거래대금이 15조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주요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를 다 합쳐도 10조원이 안 된다. 최근 주식예탁금이 증가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이건 개인의 코인판 돈이 주식으로 이동했다는 걸 뜻했다. 암호화폐가 활황이던 4월 말 58조원이던 투자자예탁금은 6월 말 기준 66조원까지 증가했다.

지금 암호화폐 시장에는 호들러(Hodler·‘holder’의 은어로 암호화폐 장기투자자를 뜻함)만 남았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한 코인트레이더는 “개미들 중 떠날 사람은 대부분 떠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의 급락은 올해 진입한 사람들이 던진 물량이 많은 것도 이유였다. 월렛을 봐도 짧은 기간 홀딩한 사람들의 매도 비중이 가장 컸다. 오히려 작년 이전에 낮은 평단에 진입한 사람은 평안한 마음으로 쥐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기다리다 보면 오른다는 게 시즌2가 준 교훈이다.”

최근 ESG 이슈가 부각되는 것도 암호화폐 시장에는 부담이다. 7월 5일 외신들은 미국 뉴욕주 북부 드레스덴 지역 핑거호(湖)의 가장 큰 호수인 세네카호수의 수온이 급상승했다고 보도했다. 갑작스러운 온수화 때문에 물고기마저 자취를 감췄다. 원인은 호수 인근에 자리 잡은 비트코인 채굴회사였다. 24시간 쉬지 않고 8000대 이상의 고성능 컴퓨터가 돌아가면서 엄청난 열이 발생해 수온을 올려버렸다.

이런 환경 이슈는 정부의 개입을 수월하게 만들었다. 중국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암호화폐 가격 급락을 가져온 조치 중 하나로 꼽히는 게 지난 5월 21일 중국 정부가 내건 암호화폐 채굴장 폐쇄 발표였다. 이때 제시했던 명분이 “비트코인 채굴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과 배치된다”였다. 디지털통화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단속의 고삐를 죄려던 중국 정부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명분은 없었다.

업계 안팎에선 하락 추세를 전환할 동력이 크지 않은 만큼 강세장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큰 편이다. 이대로라면 시즌2의 종료가 된다. 다만 시즌2의 종료가 영원한 하락을 뜻하는 건 아니다. 암호화폐 시장 시즌1 때는 현물 거래 중심으로 돌아갔다면 시즌2 때는 레버리지와 선물,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등 다양하고 복잡한 투자 양상으로 시장이 변모했다. 시즌1이 끝나고 시즌2가 시작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 그보다 더 빨리 시즌3가 다가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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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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