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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0호]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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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갤럭시폰의 패러다임 시프트 ‘접어야 산다’

김회권  기자 khg@chosun.com 2021-08-09 오전 10:03:07

▲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2’는 등장 당시 가격이 239만원을 상회했는데, 차기작은 이보다 4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photo 셔터스톡
요즘 스마트폰 앞면 베젤은 거의 사라졌다. 전면이 디스플레이로 가득 차 있다. 디자이너들은 화면을 키우는 걸 가로막는 장벽들을 거의 제거해냈다. 세계 유수의 메이커들은 플래그십(최상위 대표제품) 스마트폰 화면이 커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이제는 그 크기도 한계에 도달했다. 강력한 성능, 끝내주는 카메라, 얇은 두께, 화면 비율 등을 서로 장단점으로 내세우며 구매욕을 자극하지만 다들 비슷한 모양과 기능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직사각형 바(bar) 모양의 스마트폰은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 메이커들의 아이디어 역시 점점 고갈돼간다.
   
   흥미가 떨어지면 시장도 정체기를 맞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3억3250만대였다. 2017년 15억6570만대, 2018년 15억520만대, 2019년 14억7910만대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2020년의 감소는 코로나19가 한몫했지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목한 주된 이유는 길어진 스마트폰 교체주기이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등장할 때마다 ‘잇템(it tem·반드시 가져야 할 아이템)’ 대접을 받으며 지갑을 열었던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는 의미다. 기술이 상향 평준화된 것, 비슷비슷한 생김새가 문제다. 1~2년 전 출시한 전작과 비교할 때 차별화된 부분을 찾지 못하니 굳이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타 메이커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전작과 경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렇다 보니 메이커들은 고민에 빠졌다. 최고 성능의 스마트폰을 봐도 사람들이 흥분하지 않는 세상에 변화를 줘야 할 필요가 생겼다.
   
   
   폴더블폰 ‘대세화’ 선언
   
   “폴더블폰 ‘대세화’를 추진하겠습니다.”
   
   지난 7월 29일 삼성전자의 2021년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가진 콘퍼런스콜. 김성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대중화’가 아니라 ‘대세화’란 표현을 썼다. 좀 더 강력한 단어를 사용했다. 폴더블폰이 대세가 되려면 결국 사람들이 많이 사야 한다. 판매량이 늘어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니 기업 입장에서도 사활을 걸어야 한다. 8월 11일 온라인으로 열리는 글로벌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라인업을 공개한다.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3’가 이날 공개되는데, 언팩 행사는 폴더블폰 출사표를 던지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폴더블폰 대세화’란 표현은 삼성전자가 지금의 정체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직사각형 스마트폰’ 시대를 폴더블폰이라는 ‘접는 폰의 시대’로 판갈이하겠다는 얘기다. 현 시장의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정도는 메이커마다 다르다.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2021년 2분기 실적을 보자. 삼성전자가 기록한 올해 2분기 IM(IT·모바일) 부문 매출액은 22조6700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9.3% 증가했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 매출액만으로 397억달러(약 46조원)를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보다 약 50%가량 증가한 규모다. 아이폰 라인업으로 올린 매출액이 삼성전자 IM 부문 매출의 2배나 된다.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다. 하지만 늦게 뛰어든 애플에 추월당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1분기 전 세계 5G 스마트폰 출하량 중 34%를 차지했다. 13%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크게 웃돌았다.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는 출시 7개월 만에 1억대 판매를 돌파하며 정체된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매출은 간격이 더 크다. 애플의 매출 기준 5G 스마트폰 점유율은 53%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14%다. 팔기는 삼성전자가 많이 팔지만 돈은 애플이 쓸어가는 형국이다. 바 형태 스마트폰 전장은 정체되고 있고 게다가 전투에서도 밀린다면, 전장을 바꾸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폴더블폰은 소비자가 딱히 새로운 스마트폰의 구매를 자극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급자가 이끄는 시장이다. 폼팩터(모바일 기기의 외형) 변화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져올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 모토로라의 영광을 이끌었던 ‘스타택’은 접는 폰이 대세였던 시절의 ‘잇템’이었다. photo 셔터스톡

   응답자 50%는 ‘내구성과 품질’ 우려
   
   세상에 폴더블폰이 제대로 된 상품으로 처음 등장한 건 2018년이었다. 그해 11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 2018’에서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전무의 손에는 작은 기기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는 7.3인치(18.5㎝) 디스플레이의 작은 태블릿PC 같은 이 디바이스를 반으로 접어버렸다. 그러자 접힌 부분의 윗면은 4.85인치의 디스플레이로 변했고, 태블릿 모양의 기계는 접힌 스마트폰으로 변신했다. 바 형태의 스마트폰을 대체할 폴더블폰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화려한 데뷔와 달리 폴더블폰이 그간 거둔 성적을 보면 소비자들은 왜 굳이 접어야 하는지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폴더블폰이 태동할 무렵인 2018년,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폴더블폰 판매량이 2019년 70만대를 시작으로 2020년 1360만대, 2021년 3040만대, 2022년 5010만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성적표는 어땠을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폴더블폰 판매량은 50만대, 2020년은 280만대에 불과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하면 과거 전망치의 20% 정도만 현실이 됐다.
   
   폴더블폰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을 시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가격’, 다른 하나는 ‘쓸모’다. 폴더블폰의 가격은 높은 허들이었다. 현재 삼성전자 폴더블폰 중 ‘갤럭시Z폴드2’의 등장 당시 가격은 239만8000원이었다. 보통의 최상위 모델 스마트폰보다 훨씬 비싸다. IT전문매체인 씨넷(Cnet)은 “폴더블폰의 가격이 일반 플래그십 제품보다 비싸다는 건 소비자들이 접는 기능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고 구매로 이어지는 게 드물다는 걸 뜻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나올 신작은 가격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들였다.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이동통신사에 ‘갤럭시Z폴드3’의 가격을 199만원대로 제시했다. 전작 가격보다 40만원가량 저렴하다. 물론 그래도 고가이기에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시장 성적이 나와봐야 평가할 수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생각보다는 많이 낮아진 액수다. 아이폰에서 가장 비싼 모델이 190만원 정도인데 얼추 비슷해졌다는 점에서 과거보다는 경쟁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물론 가격이 비싸더라도 그만큼 쓸모가 있다면 시장에서 흥행할 수 있다. 그간 부족했던 부분은 ‘쓸모’였을지 모른다. 원래 휴대폰은 접는 물건이었다. 네모난 군대 무전기처럼 생긴 벽돌폰의 유행을 대체한 건 모토로라의 ‘스타택(StarTAC)’처럼 ‘접는 휴대폰’인 폴더폰이었다. 이런 폴더폰의 전성기를 바꾼 건 3.5인치(8.9㎝) 화면을 가진 아이폰이었다. 폴더블폰이 대세가 되려면 ‘왜 다시 접어야 하는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폴더블폰은 큰 디스플레이를 작게 휴대하는 법에 대한 해법 중 하나다. 접는 게 아니라 접은 걸 펼치는 게 포인트다”라고 말했다. 폴더폰이 전화기의 크기를 작게 만들기 위해 접는 거라면 폴더블폰은 크게 펼칠 디스플레이를 휴대하기 위해 접는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접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우려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는 지난 4월 폴더블폰에 관한 여론을 알아봤다. 미국 소비자 중 50%가 폴더블폰 구입에 관심이 있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다. 흥미의 이유로는 ‘휴대성 및 편리성’을 꼽는 사람이 67%로 가장 많았다. ‘쿨해서’라는 응답도 29%였고 ‘멀티태스킹에 유용해서’라는 대답이 28%를 얻어 2~3위를 기록했다.
   
   우려점은 없었을까. 50%의 응답자가 걱정한 지점은 ‘품질과 내구성’이었다. 갤럭시폴드의 초기 모델은 경첩 부분이 부러지는 등의 문제를 겪었다. 비싼 돈 주고 산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부분에서 주름이 생기는 것도 예민한 문제다. 이런 부분에 관해 이번에 공개할 폴더블폰은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명 IT팁스터(정보유출가)인 아이스유니버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의 ‘화면 주름’ 문제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뤘다. 출시될 폴더블폰에서는 주름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폴더블폰 소유자만의 사용자 경험이 중요
   
   응답자의 43%는 폴더블폰을 ‘지나가는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이거야말로 폴더블폰이 풀어야 할 숙제다. 폴더블폰이 등장하자 접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를 두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렸다. 카네기멜론대학 ‘인간-컴퓨터상호작용연구소(HCII)’의 크리스 해리슨 교수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을 두고 ‘재밌다’는 표현을 썼다. 그는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는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나온 것이다. 이제는 화면 크기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대형 화면을 확보하려면 접는 것 정도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구글에서 픽셀폰 제작을 총괄했던 전직 임원인 마리오 케이로스는 폴더블폰에 대해 이런 인상평을 남겼다. “휴대폰을 접는 건 재미있는 아이디어이고 접은 걸 펴서 태블릿으로 바꾸는 건 좋지만 지금의 시장을 타개할 돌파구는 아니라고 본다.”
   
   한순간의 유행이 아니라 대세가 되기 위해서는 폼팩터의 변화가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폰이 순식간에 시장을 바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디자인에서 주는 사용자 환경,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제공이 큰 역할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생태계는 지금도 유지된다. 폴더블폰 소유자만이 누리는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나온 갤럭시Z폴드2는 넓은 화면을 이용한 멀티태스킹이나 여러 각도로 접어서 활용할 수 있는 ‘플렉스 모드’ 등을 선보이며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줬다. 이번 신작도 이 지점을 특히 신경 쓴 모양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월 27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개방형 생태계만이 사용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경험을 창조할 수 있다”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강조했다.
   
   과거 피처폰 시대였을 때 삼성전자는 노키아를 목표로 삼고 추격했다. 노키아를 따라잡았을 무렵에는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혁신 경쟁에서 선두에 섰다. 그 사이 노키아와 블랙베리, 모토로라, 그리고 LG전자 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뒤졌고 결국 사업을 접으며 철수해야 했다. 삼성전자는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의 퇴장을 눈앞에서 지켜본 산증인이다. 그들이 갖는 위기감에 ‘접어야 산다’라는 결론은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소문이 무성한 새 제품이 등장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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