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의 빙하. 지난 7월 27일 단 하루 만에 그린란드의 빙하 85억t이 녹아내리는 사태가 벌어져 과학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그린란드의 빙하. 지난 7월 27일 단 하루 만에 그린란드의 빙하 85억t이 녹아내리는 사태가 벌어져 과학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토의 85%가 얼음으로 덮여 있는 덴마크자치령 그린란드. 이곳에서 엄청난 양의 얼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북극을 덮친 이상고온이 여름철 평균 2배에 해당하는 속도로 그린란드의 얼음을 녹여 하루에만 85억t의 얼음덩어리가 사라졌다. 이는 미국 플로리다주 전체(약 17만312㎢)를 5㎝ 높이로 뒤덮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물이라고 지난 8월 1일(한국시각) CNN 방송이 밝혔다. 세계의 기후전문가들은 이 심각한 현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3일간 184억t… 녹은 범위는 역대 최고

덴마크기상연구소는 지난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그린란드에서 녹은 빙하의 양을 분석해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일간 녹은 얼음의 양은 총 184억t. 그중 약 46%인 85억t이 27일 단 하루에 녹아내렸다. 미국 콜로라도대의 테드 스캄보스 선임연구원은 그린란드의 절반 가까운 동쪽 대부분 지역의 빙하가 하루에 없어졌다며, 이번 빙하 소실은 이례적이고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빙하는 퇴적물이 쌓여 암석이 생성되듯, 오랜 시간 녹지 않고 겹겹이 쌓인 눈의 압력으로 만들어진 두꺼운 얼음층이다. 눈이 얼음으로 변할 때 공기가 얼음 속에 갇히기 때문에 빙하 깊은 곳은 태고부터 현재까지의 기원이 되는 눈과 공기가 시대 순으로 포함된 귀중한 타임캡슐인 셈이다.

그린란드의 빙하는 보통 여름철(6~8월) 중 7월에 녹는 현상이 발생한다. 덴마크기상연구소는 최근 며칠 동안 그린란드 북부지역 기온이 이례적으로 20도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린란드 북동쪽에 위치한 네를레리트 이나트(Nerlerit Inaat) 공항의 지난 7월 29일 기온이 기온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인 섭씨 23.4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후변화로 그린란드가 직격탄을 맞아 여름철에도 잘 녹지 않는 단단한 빙하를 아이스크림 녹듯 녹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녹아내린 얼음의 양은 2019년과 2012년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 10년 사이 그린란드의 얼음이 극단적으로 녹아내린 사건이 3번이나 발생한 것이다. 가장 많은 양이 녹은 건 2019년 여름이었다. 이 한 해 동안 약 5320억t의 얼음이 녹아 바다로 흘러갔다. 전체 얼음 표면이 거의 녹았고 이로 인해 지구의 해수면 높이는 1.5㎜ 상승했다. 한편 이번 3일 동안 녹은 지역의 범위는 역대 최대를 기록한 2년 전보다 훨씬 넓다. 1970년대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내륙으로 가장 많이 확장되었다.

지난 1월 영국 리즈대 빙하학자 토머스 슬래터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빙권(Cryosphere)’에 게재한 연구에서도 그린란드 얼음의 녹는 양은 엄청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7년까지 23년간 지구에서 사라진 얼음 양은 28조t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의 해수면을 약 35㎜ 상승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팀이 전 세계에서 녹아내리는 얼음 양을 알기 위해 조사한 지역은 극지만이 아니다. 북극, 남극, 남극해, 산악 빙하, 그린란드 빙하 등 21만5000개에 이르는 빙원을 위성 관측 자료와 수치 모델을 비교해 분석했다. 그 결과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권에서 대부분의 얼음이 사라졌다.

사라진 얼음 28조t 중 그린란드 빙하와 남극의 얼음층인 빙붕이 50%를 차지했다. 6조5000억t의 얼음이 남극에서 없어졌고, 그린란드는 이보다 더 많은 7조6000억t의 얼음이 녹아내렸다. 빙붕은 빙하나 빙상이 바다를 만나 떠 있는 300~900m 두께의 평평한 얼음덩어리다. 빙하는 빙상과 빙붕으로 나뉘는데, 빙상은 땅을 넓게 덮고 있는 육지의 얼음덩어리로 보통 면적이 5만㎢ 이상인 거대 얼음 평원이다.

빙하의 녹는 속도 또한 빨라졌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녹아내린 빙하의 양이 2000년 이전과 비교해 약 4배 더 많다. 빙하는 1990년대부터 녹기 시작해 2000년 이후 가속화됐다. 1990년대에는 매년 약 8000억t의 얼음이 녹아내렸다. 하지만 2000년대는 1조2000억t이 소실됐다. 2010년대에는 매년 1조3000억t의 얼음이 녹아 없어졌다. 1990년대 중반부터 높아지기 시작한 기온과 해수온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올라가 나타난 결과다. 기온이 상승하면 극지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빙붕과 빙산을 부순다. 빙산은 빙붕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얼음이다.

얼음 색깔 띠며 빛 흡수 가속

최근 그린란드의 빙하 일부는 물감을 뿌린 듯 홍색으로, 빙상 일부의 가장자리는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다. 또 남극의 일부 빙하는 녹색으로,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산맥에 쌓인 눈은 분홍색으로 변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속에 살고 있던 미생물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로 열을 품게 된 대기는 먼저 표면에 갓 생성된 흰색 얼음을 녹인다. 이 때문에 색깔 있는 얼음이 노출된다.

남극의 녹색은 광합성작용을 하는 빙하 속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엽록소를 통해 녹색 빛을 발한다. 북극의 분홍색 빙하 역시 광합성을 하는 조류, 그중에서도 우뭇가사리처럼 붉은빛을 발하는 홍조류에 의해 핑크빛으로 물들어 보인다. 대기 중에 떠다니던 에어로졸이나 검댕들이 빙상에 내려앉으면 검은색으로 보인다.

색깔이 있는 빙하는 얼음의 녹는 속도를 빠르게 증가시킨다. 땡볕에 세워놓은 검은색 차량이 더 빨리 뜨거워지는 것처럼, 색이 있으면 빛의 흡수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반면 하얀 눈과 하얀 얼음은 빛에너지를 반사해서 빙하를 차갑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3일 동안의 극단적 해빙(解氷)의 원인으로 ‘아열대성 제트기류’를 꼽고 있다. 이 기류가 한대 전선 제트(Polar jet)와 만나면서 플로리다 근교의 따뜻하고 촉촉한 공기를 북쪽으로 이끌어 그린란드로 옮겨놓았다는 것이다. 스칸디나비아반도 북쪽의 북극해 얼음 표면 부족은 이런 온기를 추가로 약간 더 밀어 올렸고 그린란드에도 영향을 줬다. 설상가상으로 그린란드 상공에는 최근 몇 주간 구름 양(cloud cover)도 적어 기온 상승에 일조했다. 덴마크기상연구소는 이런 유형이 더 빈번할 것이라고 말한다.

빙하섬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남극에 이어 2위 수준인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내리면 해수면 상승과 함께 해안지역의 침수를 불러올 것이다. 기후학자들이 그린란드 얼음에 주목하는 이유다.

기후학자들은 그린란드 얼음이 모두 녹을 경우 전 세계 해수면 높이가 6m 이상 높아져 해안의 주요 도시들이 바닷물에 잠길 것으로 예측한다. 당연히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린란드의 해빙으로 해수면 1∼2m 상승을 초래하는 사태는 이미 막을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온실가스를 줄일 대책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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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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