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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7호] 202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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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심해 5000m ‘광물 노다지’ 채굴에 로봇이 나섰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2021-10-07 오전 8:26:51

▲ 캐나다 해저채굴업체 메탈스컴퍼니가 상용화를 추진 중인 해저 채굴 로봇. photo Metalscompany
캐나다의 해저채굴업체 메탈스컴퍼니가 ‘광물 노다지’로 알려진 태평양 심해저에서 로봇을 활용해 생태계 파괴 없이 망간단괴를 채굴하겠다고 발표해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와이에서 동남쪽으로 2000㎞쯤 떨어진 5000m 깊이의 ‘클라리온-클리퍼톤 단열대(CCFZ)’가 채굴 지역이다. 세계적으로 부족한 배터리 원료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 망간단괴 채굴 목적이고, 2024년 채굴 로봇의 상용화가 목표다.
   
   
▲ 해저에서 채굴한 망간단괴. photo wikipedia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로봇 투입
   
   망간단괴는 망간(Mn), 니켈(Ni), 코발트(Co), 구리(Cu) 등 40여종의 금속 물질을 함유한 광물 덩어리다. 여러 성분 중 망간을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어 망간단괴라고 한다. 망간단괴 한 개(지름 1~25㎝)에는 망간 25.4%, 니켈 1.28%, 구리 1.02%, 코발트 0.24%가 함유돼 있다.
   
   망간단괴의 전 세계 매장량은 약 1.7조t이다. 주로 태평양이나 인도양 같은 대양의 수심 4000~6000m 심해저에 막대한 양이 자갈처럼 널리 분포돼 있고, 특히 ‘클라리온-클리퍼톤 단열대’에 집중 분포(약 5억6000만t)되어 있다. 대륙붕, 대륙사면에서도 발견된다.
   
   망간단괴는 암석 파편이나 상어 이빨 등에 바닷물 속의 금속원자들이 부착돼 생긴다. 바다 밑바닥의 퇴적물에 사는 저서생물은 먹이를 먹을 때 퇴적물을 흩뜨리고 유기물을 배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퇴적물 속의 금속원소들이 망간단괴로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위원소 측정에 따른 망간단괴의 성장 속도는 1000년에 약 0.01〜1㎜로 커지고, 동심원상으로 나이테를 그리며 매우 느리게 성장한다. 가장 흔히 발견되는 망간단괴 크기는 지름 3〜10㎝다. 이 정도 크기로 커지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유엔은 심해의 망간단괴를 지구가 오랜 세월 키워낸 인류 공동 유산으로 선언했다.
   
   망간단괴가 최초로 발견된 때는 1873년이다. 영국 해양조사선 챌린저호가 대서양 심해저를 탐사하게 되면서 전 세계 대양 해저에 망간단괴가 널리 분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처음 발견 당시에는 모양이 이상하게 생겨 ‘흑갈색 감자 모양의 괴상한 덩어리’로 불렸다.
   
   망간단괴는 산업발전에 근간이 되는 자원으로 가치가 높다. 망간, 구리, 니켈, 코발트는 제철·제강, 합금, 통신·전력, 스테인리스강, 초강합금 등의 원료를 비롯해 자동차, 전기·전자, 항공기 부품, 의료기기 산업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특히 휴대용 기기나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료로 쓰이기 때문에 망간단괴는 전 세계의 부족한 배터리 원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유용한 광물 덩어리가 심해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 할지라도 채굴하지 못하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5000m의 깊은 바다 밑에서 망간단괴를 캐어 올리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채광뿐 아니라 깊은 바다의 수압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5000m 깊이를 맨몸으로 들어간다면 머리 위에 트럭 한 대를 이고 있는 것 같은 압력이 온몸을 짓누른다. 심해에서는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높아지기 때문에 5000m 깊이에서의 수압은 수면의 500기압까지 올라간다. 지상에서 느끼는 기압의 500배이다. 따라서 엄청난 수압을 견디면서도 다양한 전자 기기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려면 최신의 기술을 적용한 기계 설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로봇을 이용한 망간단괴 채굴이다. 메탈스컴퍼니가 만들어낸 로봇은 거대한 청소기 머리처럼 생겼고, 원리 또한 진공청소기와 비슷하다. 지상에서의 광물 채굴이 땅을 파고 드릴로 바위를 깨는 방식이라면, 해저 로봇은 진공청소기처럼 바다 밑바닥을 훑고 지나가면서 해저 표면에 드러난 망간단괴를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마치 골프연습장에서 골프공을 줍는 것과 같다는 게 메탈스컴퍼니 최고재무책임자(CFO) 크레이그 세스키의 설명이다.
   
   메탈스컴퍼니는 태평양 섬나라인 나우루, 통가, 키리바시와의 계약을 통해 국제해저기구(ISA)가 허가한 약 15만㎢ 규모의 독자적 광물 탐사권을 확보했다. 세스키 CFO에 따르면 이 구역에서만 전기차 2억8000만대의 배터리 원료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광물 자원이 존재한다. 이는 전 세계 전기차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양이다.
   
   
   환경단체, 해저 환경 훼손 우려로 반대
   
   클라리온-클리퍼톤 단열대의 망간단괴 탐사권은 캐나다만 확보한 게 아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 한국 등의 몇몇 국가도 독점으로 탐사할 수 있는 구역을 확보해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1994년 세계에서 7번째로 ISA에 15만㎢ 면적의 광구를 등록했고, 2002년 북동태평양 7만5000㎢ 면적에 대해 개발 승인을 받았다. 2018년에는 ISA와 서태평양 공해상 마젤란 해저산에 각질처럼 형성된 망간각, 해저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금속이 가라앉아 퇴적된 해저열수광상 등을 독점으로 탐사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해 총 11.5만㎢에 이르는 광구를 확보하게 됐다. 2025년 망간단괴 채굴 로봇 상용화가 목표다.
   
   한편 그린피스 등의 환경단체는 메탈스컴퍼니의 심해저 망간단괴 채굴에 대해 거세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심해저를 채굴했을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불도저 같은 로봇으로 바다 밑바닥을 휘젓는 것은 심해저의 먹이사슬을 교란시켜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우려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또한 채굴에 반대하고 있다. 망간단괴도 미생물의 서식지이기 때문에 바다 밑바닥을 긁어오는 기계가 심해 서식지를 훼손해 생물종의 손실과 생태계의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심해저 광물 채굴의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채굴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SDI와 BMW, 볼보, 구글 등의 글로벌 기업들도 생태계 안전성을 이유로 지난 3월 WWF의 심해저 광물 채굴 금지 캠페인을 지지했다.
   
   반면 메탈스컴퍼니를 비롯한 해저채굴업체들은 이 같은 지적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산림 벌채와 발파·굴착·시추 등의 방식으로 대규모 유독성 폐기물이 발생하는 지상 채굴보다 환경이나 생태계 파괴 면에서 훨씬 더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마치 골프장 위의 골프공처럼 놓여 있는 망간단괴를 그냥 그대로 로봇이 빨아들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심해저의 환경 훼손이나 생물체 파괴가 극히 적다는 것이다. 만약 미처 생각지 못한 나쁜 영향이 생물체에 발생한다면 메탈스컴퍼니의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며 세스키 CFO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ISA는 곧 심해저 채굴에 대한 표준 규약을 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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