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물을 히드로겔 정제 방식으로 정화하는 기술을 찾아낸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연구자들. ⓒphoto impact.utexas.edu
오염된 물을 히드로겔 정제 방식으로 정화하는 기술을 찾아낸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연구자들. ⓒphoto impact.utexas.edu

바다의 염수나 오염된 강물을 빠르게 정화해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화제다. 햇빛과 물 친수성을 가진 히드로겔(hydrogel) 정제를 만들어 음용수로 만들 방법을 찾은 것이다. 물이 부족한 세계의 오염 지역을 ‘목마름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새로운 기술이다. 연구의 주인공은 미국 코크렐공대 워커 기계공학부 기후아 유(Guihua Yu) 교수가 이끄는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UT at Austin) 연구자들이다.

수질 정화의 돌파구는 햇빛과 ‘히드로겔’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약 14억㎦. 이 중 97.5%가 염수이고,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물(담수)은 2.5%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물 수요는 지난 40년간 30배나 늘었고 앞으로 35년 이내에 지금 사용량의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환경오염으로 강물뿐 아니라 중금속이 섞인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깨끗하게 정화돼 모인 지하수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쓸 수 있는 물이 더 줄어드는 셈이다.

유엔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3분의1이 깨끗한 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비위생적인 물의 소비와 사용으로 매주 3만명이 사망한다. 사망자의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지만 선진국인 미국 등도 허리케인, 열대성 태풍, 기타 자연재해 발생으로 예기치 못한 물 부족 사태를 겪는다. 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세계 인구의 반이 물 부족 지역에서 살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 같은 물 부족 현상과 갈수록 잦아지는 자연재해를 해결해 인류의 삶을 개선하려는 연구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최우선 과제이다.

이의 해결책으로 내놓은 기술이 바로 기후아 유 교수팀의 히드로겔 정제이다. 히드로겔은 친수성 고분자가 물리적 또는 화학적으로 반복 결합되어 구성 요소들이 3차원 망상 구조를 이루는, 묵처럼 말랑말랑한 다공성 물질이다. 물 흡수성이 뛰어나 기저귀와 같이 빠른 수분 흡수를 필요로 하는 산업에 이용된다. 산업 폐수를 정화하는 데 쓰기도 한다. 고분자는 분자량 1만 이상의 큰 분자 화합물로 독성이 없고 자연 분해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히드로겔은 친수성과 태양광 흡착력이 있는 반도체가 결합된 나노구조의 정제이다. 나노구조의 겔이 자연광 햇빛에 작용하여 물의 증발량을 늘려 담수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주변의 태양에너지를 사용하는 히드로겔 기반의 태양 증기 발생기인 셈이다. 이 히드로겔은 연구팀의 일원인 유홍 구(Youhong Guo) 대학원생이 햇빛으로 물을 정화하는 다른 연구를 하던 중 예기치 않게 발견했다.

오늘날 물을 정화하는 주요 방법은 물을 끓이거나 저온 살균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태양열 증기 기술(solar steaming technology)은 태양광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광학기기에 의존하는 매우 값비싼 공정을 필요로 한다. 이처럼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은 물이 부족한 가난한 일부 지역의 사람들에게 실용적이지 못하다.

그렇다면 연구팀의 새로운 히드로겔 담수화 기술은 어떻게 작동할까. 나노구조의 히드로겔 증발기가 위에 떠 있는 유리병에 물을 넣고 직사광선 아래에 놓는다. 그러면 히드로겔의 표면에서 수증기가 생성되고, 증기는 신선한 물을 모으는 응축기로 끌어올려 정제수로 저장된다. 오염된 물의 정화에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기존의 태양열 증기 시스템은 종종 장비에 미생물이 축적되어 오작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연구팀의 특수 히드로겔은 99.999% 이상의 효율로 박테리아를 중화시키는 과산화수소를 생성하고, 이 과산화수소가 활성탄 입자와 함께 박테리아를 죽여 유해한 잔류물이 남지 않는다.

연구팀의 히드로겔 염분 제거 특성은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지구상에서 가장 염도가 높은 사해에서 채취한 물 샘플을 이용하여 히드로겔 공정을 거친 결과 탁했던 염도가 크게 줄어 맑은 담수가 되었다. 소금은 물에서 분리하기가 가장 어려운 물질 중 하나다. 연구팀은 물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일반적인 오염물질과 소금을 걸러낼 수 있는 히드로겔의 용량과 능력을 완벽하게 입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환경보호청이 제시한 허용 가능한 식수 기준을 충족시키는 수준을 달성했다.

1시간 내에 1L의 강물 정화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구조의 겔 정제 1정은 1L의 강물을 소독할 수 있고, 1시간 이내에 마시기 적합한 상태의 강물을 만든다. 바다 또는 오염된 폐수 등 모든 공급원에서도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를 생산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담수를 추출하므로 주변 햇빛 수준의 최소한의 에너지로 물의 증발량을 현저하게 늘리는 게 가능하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세계적 재료과학 학술지 ‘첨단소재(Advanced Materials)’에 발표되었다.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기까지는 여러 기술이 활용된다. 그러나 히드로겔 정제 기술은 복잡하지 않다. 상하수도나 해수담수화 시설에 비해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비싼 광학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최소의 에너지와 간단한 물리적 장치만으로 오염물을 정제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실제로 실외에서 히드로겔을 실험해본 결과 제곱미터(㎡)당 최대 25L의 일일 증류수가 생산되었다. 이는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양으로 충분할 뿐 아니라 재난 지역에서 쓰기에도 충분한 양이라고 연구팀은 말한다.

연구팀의 히드로겔 정제의 장점은 만드는 재료가 저렴하고 합성 과정이 간단하다는 점이다. 모양과 크기가 쉽게 제어돼 다양한 용도에 맞게 만드는 작업이 가능하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태양열 담수화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를 거의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히드로겔의 구조를 변경시킬 수 있어 이미 사용 중인 담수화 시스템을 다시 개조할 필요가 없다.

지구의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추세로 계속될 경우 2050년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 대비 2℃가 증가하며, 전 세계적으로 건조화가 심각해질 전망이다. 그럴수록 물 부족 현상 또한 심각해진다. 연구팀이 히드로겔 정제를 연구하는 목적은 오로지 이를 이용해 맑은 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서이다.

연구팀은 히드로겔 정제 기술이 반드시 상용화될 것을 확신한다. 때문에 곧 넓은 범위의 확장성 시험을 해달라는 산업계의 요청을 예상해 다음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히드로겔은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간단해 기존의 공급을 능가하는 깨끗한 물을 만들어 전 세계의 물 부족을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다. 히드로겔 정제의 상용화를 위해 뛰는 연구팀의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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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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