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미국의 거대 소셜미디어(SNS) 회사인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가 창업자인 잭 도시(45)에서 인도 출신의 파라그 아그라왈(37)로 바뀌었다. 아그라왈에 앞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거대 빅테크의 CEO들 역시 이미 인도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각국 언론들은 인도 출신들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석권하는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위터는 하루 2억명 이상이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TikTok) 같은 매체들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트위터는 각국 정부, 언론인, 학자 등 여론주도층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런 상황에서 아그라왈의 취임과 관련, 트위터의 대주주들이 트위터가 현재 처해 있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위터는 지난해 미국 대선투표일 직전에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비리를 보도한 뉴욕포스트의 기사가 링크되지 못하도록 조치해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인도 뭄바이에 있는 인도공대(Indian Institutes of Technology·IIT).
인도 뭄바이에 있는 인도공대(Indian Institutes of Technology·IIT).

트위터 CEO 취임한 아그라왈

가장 중요한 사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이다. 트럼프는 트위터 팔로어가 9000만명에 달했다. 올 1월 6일 발생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사건 직후 트위터는 “폭력을 선동할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폐쇄했다. 트럼프는 계정 복구를 위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위터의 대주주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정치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최근 잭 도시에게 사임하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런데 엘리엇의 대주주인 폴 싱어는 트럼프를 지지하며 공화당에 거액을 기부하는 인물이다. 미국 언론에서는 요즘 도시가 물러난 트위터가 트럼프의 계정을 복구시킬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에서도 가장 정치적으로 예민한 자리인 트위터 CEO에 취임한 아그라왈은 인도 뭄바이에 있는 인도공대(Indian Institutes of Technology·IIT)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해 스탠퍼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AT&T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11년에 트위터에 입사했다. 2017년부터 최고기술책임자(CTO·Chief Technology Officer)로 머신러닝, 소비자공학 분야를 담당했다. 아그라왈이 트위터에 입사했을 당시 종업원은 1000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5500명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4년간 CTO로 일하던 아그라왈이 CEO로 임명된 것은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 트위터를 이끌어나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그라왈은 CEO가 되면서부터는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이슈인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 이용자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도 자신의 책무로 다루어야 한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실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무명인사였다. 앞으로 아그라왈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계 언론의 뉴스가 될 전망이다.

MS, IBM 등도 다 인도 출신 CEO

아그라왈은 미국의 테크노기업들을 이끄는 많은 인도 출신들 가운데 가장 최근에 CEO로 임명된 인물이다. 아그라왈보다 먼저 CEO로 활약하는 인도 출신들 중에는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어도비의 샨타누 나라옌, 데이터회사인 넷앱(NetApp)의 조지 쿠리안 등이 있다. 초일류 빅테크기업의 CEO들 외에도 인도 출신 청년들이 실리콘밸리에서 크고 작은 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세계의 IT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49)는 타밀나두의 첸나이 출신이다. 전기기술자로 개인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속기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서벵골주 카라그푸르에 있는 IIT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와 와튼스쿨을 나왔다. 지난 2004년 구글에 입사한 뒤 크롬, 구글 맵, 구글 드라이브, 안드로이드 앱 등 주요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을 감독하였다. 2015년부터 구글의 CEO, 2019년부터는 모회사인 알파벳의 CEO가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끄는 사티아 나델라(54)는 인도 정부 고위공무원 아버지를 둔 부유한 가정 출신이다. 마니팔공대와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이어 MS에서 근무했다. 2014년에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에 이어 MS의 세 번째 CEO가 되었다. 나델라는 MS의 목표가 “지구 위에 사는 모든 사람과 조직이 더 많은 성취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MS가 다른 회사들과 협력하는 것을 강조하는 한편, 사업 영역도 확장 중이다. 링크드인을 250억달러, 마인크래프트를 개발한 게임회사 모장을 25억달러에 인수했다. 그가 취임한 후 2018년까지 MS의 주가는 3배 이상 올라, 2019년 파이낸셜타임스와 포춘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59)는 안드라프라데시 출신으로 육군 장성의 아들이다. IIT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주 어바나샴페인의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획득했다. 1990년부터 IBM에 입사하여 주로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클라우드컴퓨팅 분야에서 근무했다. 2012년에 CEO가 되었다.

실리콘밸리 영웅에 환호하는 인도인들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의 샨타누 나라옌(58)은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영어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이데라바드공대를 나온 뒤 미국에 유학하여 1985년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석사학위를 획득했다. 1986년부터 실리콘밸리 디지털사진 관련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애플과 실리콘그래픽스를 거쳐 1998년 어도비에 부사장으로 입사했으며, 2007년에 CEO가 되었다. 그는 데스크톱에서 사용하던 포토샵 등 어도비 제품들을 클라우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변환시켰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을 중시하며 창의적인 경영으로 10년 만인 2018년 어도비의 시가총액을 1000억달러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인도 출신 실리콘밸리 스타들의 성공 스토리는 많은 인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번에도 아그라왈이 트위터의 CEO로 임명되자 인도인들은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인도 언론들은 전했다. 마힌드라그룹의 총수 아난드 마힌드라는 “이게 바로 ‘실리콘밸리 CEO 바이러스’라는 인도의 바이러스인가. 여기에는 백신도 없다”고 기뻐하였다. 인도 언론들도 앞다투어 아그라왈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고향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우등생이었던 아그라왈은 뭄바이의 IIT에 그렇게 뛰어난 성적으로 입학하지는 못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지난 11월 30일 “아그라왈은 뭄바이 IIT에 77등으로 입학하여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고 보도했다. 아그라왈의 한 동창은 “모든 IIT 재학생들은 고향에서는 영웅이다. 아그라왈은 첫해 성적이 10점 만점에 10점을 기록하여 동급생들 가운데 최고였다”고 말했다. 천재들이 득실거리는 IIT에 들어와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의 지도교수는 아그라왈이 “과 수석으로 졸업했다”고 말했다.

많은 인도 청년들이 미국에서 성공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술회사를 운영하는 인도 출신의 아지스 쿠마르는 미국에서 IT전문직 종사자의 상당수가 인도인인 이유에 대해 이런 설명을 한다. “1980년대 후반에 인도에서 컴퓨터공학이나 전자공학을 전공한 많은 졸업생들이 학위취득을 위해 미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에 공학을 전공하는 미국인은 크게 감소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수학과 과학이 생존의 무기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인도인 CEO들은 평생을 노력하여 정상의 지위에 도달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의 성공 요인이 포착된다.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에 집중하는 자세가 성공과 관계가 있다고 인도 언론들은 설명한다. 실제 인도의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성공해서 잘살려면 수학과 과학을 열심히 공부하라고 가르친다. 위험한 정치나 부패와 얽히지 않고 잘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그라왈의 어머니도 지난 11월 30일 인도 미디어들과의 인터뷰에서 “아그라왈은 항상 컴퓨터를 좋아했고, 자동차와 수학은 그의 특기였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발간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12월 3일 ‘미국 기업들은 인도인 IT 경영자들을 원한다’는 기사에서 “인도의 우수한 공대에서 벌어지는 학생들 간의 지독한 경쟁이 ‘불확실성과 모호성’을 다룰 능력을 배양하여 거대 IT기업에서 성공하도록 만든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13억 인구의 인도에서 학생들 간의 경쟁은 살인적이다. 특히 공대에 들어가기는 매우 어렵다. 인도 최고의 명문인 IIT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IIT는 지역별로 모두 23개 대학이 있는데, 트위터 CEO 아그라왈,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도 IIT 출신이다. 인도에는 IIT 외에도 31개 국립기술공대, 25개 인도정보통신대학, 19개의 정부지원 공대들이 있다. 이러한 공대에는 공동입학시험(Joint Entrance Examination·JEE) 성적순으로 입학한다. JEE 과목은 수학, 물리학, 화학 등이다. JEE 성적 우수자들 중에 명문 IIT에 입학하려면 훨씬 어려운 JEE-Advanced(심화과정) 시험을 치러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 2학년 수준의 문제가 출제된다. 올해의 경우 1만6000명 정원의 공대에 입학하기 위해 220만명의 수험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인도의 치열한 입시와 학사과정에 대해 IIT의 한 인도인 재학생은 미국 주간지 ‘포브스’에 이렇게 설명했다.

“인도 전역에서 14~15세의 아이들이 JEE 시험준비 학원에 등록한다. 이 아이들 모두가 공대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똑똑하고, 성공하려는 아이들 가운데 상위권 3000명이 IIT에 입학한다. IIT 중에서도 톱 5에 속하는 칸푸르, 뭄바이, 델리, 첸나이, 카라그푸르 등 5개 대학은 가장 들어가기 어렵다. 평균 경쟁률이 200 대 1로 세계에서 가장 힘든 입학시험을 치러야 한다.

천재들이 모이는 IIT에서 벌어지는 일들

평균 2년 동안의 입시 준비 끝에 IIT에 입학한 합격생들은 이미 번아웃 상태이다. 입학 후에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는 학생들도 많다. 인도인 공학자 중 우수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 유학 후 눌러앉았다. IIT 교수들 상당수는 IIT에서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이다. 교수들이 실력 문제로 학생들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시설 면에서는 IIT가 세계 최고의 대학은 아닐지라도 입학하기는 가장 어려운 대학이며, 입학생들의 IQ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재학기간 중 학생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IIT 출신들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인구 10억이 넘는 나라에서 가장 어려운 경쟁을 뚫고 입학한 학교를 졸업한 최고의 2000명이 갖는 자신감과 능력 때문이다.”

순다르 피차이를 배출한 IIT카라그푸르에 재학 중인 바산타라는 학생이 올해 인도의 한 입시학원 사이트에 재학생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나는 항상 최고였으며 주위에서도 항상 나를 최고라고 칭찬했다. 이러한 칭찬 덕분에 나는 더 잘할 수 있었다. 그리고 IIT에 들어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으리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IIT에 입학해 보니 나와 같은 수준이거나 나보다 잘하는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만 한다. 여기서는 아무도 나를 칭찬하지 않는다. 비슷한 수준의 두뇌들과 경쟁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스트레스도 많지만 경쟁을 이겨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성취이다!”

올해 IIT의 졸업생들은 인도 회사에 취직하면 최고 2000만루피(약 3억12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 포스트는 전했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도 인재를 찾아 이곳을 찾는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기업들에는 IIT가 최고의 인재들을 키우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는 인재유출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과 함께 인도 출신들의 성공요인으로 지적되는 요인은 역설적이지만 인도의 어려운 환경이다. 자원이 희소한 환경이 오히려 혁신(Innovation)을 북돋운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설명했다.

인도는 공식적으로 전체 인구의 25%가 빈민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식수와 전기공급의 잦은 중단은 일상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도인들은 불확실성에 적응한다. IIT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보험회사들을 위한 재난리스크 관련 데이터 솔루션 업체를 운영하는 아자이 라바카레는 “인도에서 자라면 불확실하고 모호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고 최소의 자원을 투입하여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매우 제한된 자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힌두어로 ‘주가드(jugaad)’라고 한다. 주가드는 영어로는 난도질을 의미하는 ‘해크(hack)’로 번역되기도 한다. 의미상으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낳는 검소한 혁신(Frugal innovation)과 비슷하다. 한국어로 비슷한 말을 찾자면 ‘임기응변’ ‘쾌도난마’가 아닐까 한다.

우태영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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