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제2의 지구’로 불리지만 매일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인 태양풍이 날아드는 등 환경이 척박하다. ⓒphoto 뉴시스
화성은 ‘제2의 지구’로 불리지만 매일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인 태양풍이 날아드는 등 환경이 척박하다. ⓒphoto 뉴시스

태양계의 행성 중 하나인 화성을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방법론이 제시돼 화제다. 주인공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40년 넘게 일한 물리학자 제임스 그린 박사. 그는 NASA를 은퇴하면서 지난 1월 2일 “화성을 지구화하는 게 실제로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인간의 화성 이주를 위한 기술은 어떤 것일까.

NASA에서 40년 넘게 일한 물리학자 제임스 그린 박사. 지난 1월 12일 NASA를 은퇴하면서 “화성을 지구화하는 게 실제로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photo NASA
NASA에서 40년 넘게 일한 물리학자 제임스 그린 박사. 지난 1월 12일 NASA를 은퇴하면서 “화성을 지구화하는 게 실제로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photo NASA

인공 자기장으로 두꺼운 대기 부활시켜

화성은 지구 바로 바깥쪽을 공전하는 행성이다. ‘제2의 지구’로 불릴 만큼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매력적인 곳이다. 지구(반지름 6378㎞)보다 크기는 작지만 지구처럼 자전축이 25.2도 기울어져 계절의 변화가 있다. 자전주기도 지구와 비슷해 24시간37분이다. 지구처럼 암석형 행성이라 표면이 단단하여 인간이 걸을 수 있다. 태양계의 행성들만 해도 표면을 걸을 수 없는 가스형 행성이 더 많다. 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되는 행성이다.

하지만 화성은 지구와 달리 환경이 척박하다. 대기의 96%를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데다 그나마 희박해 화성의 대기는 너무 얇고 차갑다. 산소 비율은 1%(지구는 21%)도 되지 않아 숨 쉬기조차 어렵다. 대기압도 0.006기압(지구의 150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커서 최저기온은 영하 176도, 평균기온은 영하 62도에 불과하다.

또 태양으로부터 매일 전기를 띤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인 태양풍이 날아든다. 지구도 화성처럼 태양풍의 영향을 받지만 지구 경계에 도달하면 지구 자기장에 의해 대부분 지구장 밖으로 튕겨 나간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땅 아래, 즉 지구의 중앙부인 핵 속의 철(Fe)이 지구 자기장을 만들어 일종의 지구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화성은 자기장이 없다. 때문에 태양풍과 같은 우주의 방사능으로부터 지표면을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할 뿐 아니라 태양풍에 의해 대기가 쓸려나가 희박하다. 중력도 지구의 38% 수준이어서 사람이 오래 머물 경우 골밀도 감소와 근육 손실 등의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수십억 년 전, 원래 화성은 두꺼운 대기로 덮여 있어서 지구처럼 따뜻하고 지표에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르는 환경이었다. 그런데 오래전 화성의 내핵이 회전을 멈춰 자기장이 사라지는 바람에 태양풍으로부터 대기를 붙잡아줄 수 없었고 지금과 같은 사막이 돼버렸다. 이런 악조건의 환경을 지구처럼 바꿔야만 사람이 화성에서 문명을 이루고 살아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위해 오랫동안 ‘테라포밍(Terraforming)’ 기술을 연구해왔다. 제임스 그린 박사도 그중의 한 명이다. 테라포밍은 지구를 뜻하는 ‘테라’와 ‘~화(化)하다’는 의미의 ‘포밍’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지구처럼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만들고, 온도를 올리며, 물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그린 박사가 주장하는 테라포밍은 화성에 거대한 인공 자기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공 자기장이 태양풍을 막아줘 대기가 두꺼워지면서 화성 스스로도 테라포밍을 시작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화성에 자기장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린 박사는 2017년 워싱턴에서 개최된 ‘행성과학 비전 2050(NASA Planetary Science Vision 2050)’이라는 워크숍에서 자신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화성 궤도 근처에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전자회로를 발사, ‘라그랑주 L1’에 고정시킨다. 라그랑주는 화성과 태양이 끌어당기는 힘이 같은, 즉 화성과 태양의 중력이 상쇄(중력 0)되는 매우 안정된 지점이다. 그린 박사는 모의실험을 통해 화성을 자기장 영역 안에 둘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했다.

라그랑주 L1 지점에 인공 자기장을 만들 경우 태양풍이 직접 화성에 닿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면 화성의 온도가 높아져 극지방을 덮은 땅 밑의 얼음층이 녹고 오래전에 존재했던 바다의 일부도 다시 생길 수 있다. 얼음층이 녹을 경우 그 밑에 갇힌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돼 화성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고, 화성의 대기도 두꺼워진다. 그린 박사는 인공 자기장은 인위적으로 기후를 바꾸는 테라포밍이 아니고 화성이 자연스럽게 지구처럼 변하도록 그냥 놔두는 기술이라 문제될 일이 없다고 말한다. 현재 NASA는 화성의 궤도에 인공 자기장을 설치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실제로 화성에 인공 자기장이 만들어지면 화성으로의 이주는 우리의 상상보다 조기에 실현될지 모른다.

화성 온도 올리는 다양한 테라포밍 기술

화성의 테라포밍은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을 비롯해 많은 과학자들도 제안한 바 있다.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을 화성에 보내는 방법도 그중의 하나다. 적은 빛의 화성에 광합성 작용을 하는 특별한 미생물을 보내 화성 전체의 온도를 높이고, 산소를 만들며, 대기를 변화시켜 물을 생성하자는 것이다. 지구에서도 시아노박테리아가 광합성을 통해 메탄, 암모니아, 그리고 다른 가스들로 가득했던 지구의 대기를 오늘날의 산소가 풍부한 기체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려면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기술은 아직 요원하다.

화성에 인간을 보내겠다고 공언한 미국의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화성의 테라포밍 방법을 내놓았다. 머스크가 제안한 기술은 만년설로 뒤덮인 화성의 극지방에 수소폭탄을 1만개 이상 떨어뜨려 단시간에 화성을 지구처럼 바꾼다는 것이다. 태양열로 얼음을 녹이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핵폭탄으로 단숨에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방법은 비용이 적게 들고 현재 기술로도 실현이 가능하다.

물론 방대한 양의 얼음을 한 번에 녹이면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빠르게 발생해 대기가 다소 두꺼워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성 표면과 땅속 극지 얼음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가 예상보다 많지 않아 이를 모두 증발시키더라도 화성의 평균기온을 올리는 일은 기대한 만큼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핵폭탄은 부작용을 예측하기 힘들고, 핵무기 폐기를 촉구하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학자들은 머스크의 주장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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