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설날 연휴도 부지런한 등산 애호가들에겐 기회다. 잠시 짬을 내어 머리를 식히고 몸도 단련하는 데는 역시 산이 최고다. 우리나라는 문밖만 나서면 산이 보일 정도로 등산을 즐길 여건이 좋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나름대로 계절에 맞는 산행 대상지가 따로 있는 법. 바람이 차고, 적설량이 많고, 눈꽃이 좋은 산들이 바로 그런 곳들이다. 겨울의 진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겨울산 5곳을 알아본다.

계방산

고봉에서 보는 한겨울 설화의 진수

강원도 평창과 홍천의 경계를 이룬 계방산(桂芳山·1577m)은 단일 산으로는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근방에 이름난 명산인 오대산 비로봉(1563m)보다도 14m나 더 높다. 특히 계방산은 겨울철에만 만끽할 수 있는 환상적인 설경이 3월 초순까지 이어져 인기가 높다. 여기에다 해발 1089m의 고갯마루인 운두령에서 산행을 시작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운두령에서 정상까지의 표고차는 488m에 불과하다.

운두령에서 북쪽 능선을 타고 1166m봉을 거쳐 정상으로 오른다. 출발지점에서 50분 거리의 휴식장소를 지나 가팔라지기 시작하는 산길 주변에 설화가 자주 형성된다. 급경사 지대를 지나 1492m봉을 지나면 길이 평탄해진다. 이어 주목군락과 헬기장을 지나면 계방산 정상이다. 이곳은 강원 내륙 일대가 멀리까지 조망되는 멋진 전망대다. 오대산과 설악산으로 이어진 산줄기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하산은 남쪽으로 뻗은 긴 능선을 이용한다. 정상에서 갈림길 두 개를 지나 남쪽으로 1시간 반 정도 계속 진행하면 속사에서 운두령으로 이어지는 도로로 내려서게 된다. 거리에 이르면 길옆의 산장민박 앞 주차장에 도착한다.

운두령을 출발하여 1166m봉~1492m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뒤, 남릉을 통해 도로까지 내려서는 총 산행거리는 약 9km.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 소요된다.

■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속사 IC 진출 좌회전`→ 속사삼거리 좌회전 → 7.3㎞ 진행 → 이승복 생가터 입구 직진 → 5㎞ 진행 → 운두령 정상

소백산

찬바람에 가슴 비우고 새해 설계

최근 내린 눈으로 눈꽃이 만발한 충북 단양군 소백산에서 등산객들이 겨울정취를 즐기고 있다. ⓒphoto 연합
최근 내린 눈으로 눈꽃이 만발한 충북 단양군 소백산에서 등산객들이 겨울정취를 즐기고 있다. ⓒphoto 연합

소백산(小白山·1439.5m)의 겨울은 주능선에서 맞는 찬바람으로 기억된다. 높은 고도와 낮은 기온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설화 또한 이곳의 자랑거리다. 이 산의 설화가 유난히 뛰어난 것은 겨울철 북서풍이 유난스럽기 때문이다. 찬바람에 가슴을 비우고 눈꽃으로 감동 받고 싶다면 소백산이 제격이다.

소백산은 죽령~비로봉 코스가 희방사 길과 더불어 당일 산행으로 인기가 높다. 죽령매표소에서 소백산천문대까지 콘크리트 포장길은 차가 다니지 않아 호젓하다. 죽령에서 천문대까지는 바람을 피할 만한 곳이 전혀 없다. 천문대를 거쳐 연화봉(1383m)으로 오르면 희방사로 연결되는 산길과 만난다. 죽령에서 연화봉까지는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는 완경사 오르내리막이 반복되는 구간이다. 등산로에 나무계단을 깔아놓았기 때문에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비로봉 직전 천동리 코스 갈림목을 지나면 곧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여기서 왼쪽 길을 따르면 주목감시막사로 내려서고, 오른쪽 길을 따르면 비로봉 정상으로 바로 오른다.

비로봉 정상에 서면 오르막은 끝난다. 하산은 정상에서 남동쪽 능선을 타고 비로사로 내려서는 것이 무난하다. 계속해 국망봉까지 능선산행을 이어가려면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 겨울철이면 늘 눈이 두껍게 쌓이고 바람이 심한 구간이기 때문이다. 국망봉 직전의 석륜암터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초암사 방면으로 하산할 수 있다. 삼거리에서 초암사까지 2시간, 배점리 종점까지 3시간 소요.

■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풍기IC 진출 우회전`→ 두 번째 신호등 좌회전`→ 제천방면 진입 후 계속 직진 → 죽령

치악산

사다리병창 코스 손꼽히는 절경

눈꽃이 환상적인 치악산 설경. ⓒphoto 김기환
눈꽃이 환상적인 치악산 설경. ⓒphoto 김기환

치악산(雉岳山·1288m)은 전형적인 ‘겨울의 산’이다. 설악산, 소백산, 한라산 등과 더불어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능선이 대륙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을 정면으로 맞받고 있어 유난히 설화가 자주 핀다. 이 산의 대표적 등산로는 사다리병창 코스로 전국 명산을 통틀어도 손꼽힐 만큼 인기가 높은 산길이다. 치악산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계곡과 사찰을 거친 다음, 조망이 뛰어나면서도 아기자기한 능선길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치악산의 가장 급경사인 비로봉 북사면에 위치해 단시간에 고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반면 그만큼 오르기 어렵고 힘들다.

구룡사 매표소에서 구룡사를 지나 세렴 통제소까지의 약 3㎞ 구간은 산책로 수준의 넓고 완만한 길이다. 본격적인 산행은 세렴 통제소에서 다리를 건너 철계단길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계곡길과 갈림목 안내판에 ‘사다리병창~비로봉 2.7㎞’가 표시돼 있어 우습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꾸준히 오르더라도 2시간30분은 잡아야 할 만큼 길고 가파른 능선길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산세를 감상하며 오르면 어느새 돌탑 3기가 선 비로봉 정상에 올라선다.

하산은 대개 신선탑과 용왕탑 사이로 난 철계단길로 안부까지 내려선 다음 오른쪽(북쪽) 계곡길을 따라 다시 사다리병창길 초입으로 내려선다. 사다리병창~비로봉~계곡길을 잇는 원점회귀 산행은 적어도 6시간은 잡아야 한다.

■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새말IC 진출 후 안흥방면 우회전 → 800m 진행 → 새말삼거리에서 구룡사 방면 우회전 → 2.2㎞ 진행 → 학곡삼거리에서 구룡사 방면 좌회전 → 직진 3.3㎞ → 치악산탐방안내소

고루포기산

눈구름이 만들어낸 설화 명품

겨울산의 명코스로 꼽히는 고루포기산 정상 오름길.
겨울산의 명코스로 꼽히는 고루포기산 정상 오름길.

예전만은 못해도 여전히 대관령은 남한에서 가장 눈이 많은 곳이다. 그러니 이 바로 옆에 위치한 능경봉~고루포기산 능선은 겨울이면 눈꽃이 필 확률이 아주 높은 곳이다. 한반도의 등줄기에 솟은 산을 넘나드는 눈구름이 만들어낸 설화는 명품으로 꼽을 만하다.

산행은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해 능경봉~고루포기산을 연결해 한다. 대관령휴게소는 옛 고속도로(현 465번 지방도)를 경계로 하여 상행과 하행휴게소로 나뉘어져 있다. 이곳 하행휴게소 주차장 동쪽 둔덕 위에 솟은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기념비 옆에 등산로 안내판과 산길 초입이 보인다.

이곳에서 출발해 산불감시초소를 거쳐 능선으로 오르면 새로 건설된 영동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인다. 이후 잠깐 걸으면 곧 능경봉 정상이다. 이후 긴 내리막길을 지나 제1쉼터와 ‘대관령 전망대’를 거치면 오목골 하산로가 갈라지는 지점인 제2쉼터에 닿는다. 고루포기산 정상은 이곳에서 멀지 않다. 여기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3시간. 하산은 제2쉼터까지 되돌아와 서쪽 직각 방향의 오목골 갈림길을 이용한다.

대관령휴게소에서 능경봉~고루포기산~횡계로 돌아오는 데는 총 9㎞에 4~5시간 정도 걸린다. 눈이 깊으면 서너 시간 더 잡아야 무리가 없다.

■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IC 진출 → 횡계 방면 우회전 → 1㎞ 진행 → 횡계 입구에서 대관령 방면 좌회전→ 5.3㎞ 진행 → 우회전 하면 대관령 하행휴게소 도착

성인봉

환상적 눈 터널의 유혹에 빠져보자

울릉도 성인봉 정상 북쪽 일대. 산 아래 평평한 곳이 나리분지다. ⓒphoto 김기환
울릉도 성인봉 정상 북쪽 일대. 산 아래 평평한 곳이 나리분지다. ⓒphoto 김기환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철 강수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는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린다는 뜻이다. 눈이 한번 왔다 하면 1m씩 내리는 것이 보통이다. 눈 내린 직후엔 산행이 어렵지만, 대개 며칠만 지나면 표면이 어느 정도 굳어지고 길도 잘 난다. 굳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눈꽃 구경은 실컷 할 수 있다.

산행은 도동에서 북서쪽의 대원사 가는 길을 따라가며 시작된다. 가파른 언덕길을 지나 잠시 더 가면 성인봉 등산로가 시작된다. 478.5m봉 동쪽 안부의 휴식처를 지나 478.5m봉 북사면을 가로질러 난 길을 탄다.

516.7m봉 북사면으로 접어들면 고정로프가 설치된 지점이 나타난다. 이곳은 여름에도 추락사고가 잦은 곳이라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지대는 10분 뒤 또 한 군데 나타난다. 도동~성인봉 간 등산로의 중간 휴식처인 팔각정을 거쳐 능선 오른쪽으로 난 길로 진행하면 바람등대라 부르는 능선 안부에 오른다.

바람등대 이후 능선길의 경사가 다소 급해진다. 바람이 심한 이 능선에 설화가 자주 핀다. 벤치가 놓인 휴식처를 지나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 표석이 서 있는 성인봉 정상이다. 정상에 선 뒤 나리분지로 가려면 정상 직전 휴식처로 내려와 서쪽 아래로 난 등산로를 따른다. 겨울철에는 길이 나지 않았을 경우 도동으로 길을 되짚어 하산하는 것이 안전하다. 여름철에는 성인봉 정상에서 나리분지까지 50분가량 소요된다.

■ 찾아가는 길

울릉도행 여객선은 겨울에는 포항에서만 뜬다. 수시로 운항 시간이 달라지므로 대아여행사 홈페이지(www.daeatour. co.kr)를 참고한다. 문의 (02)514-6766

김기환 월간 산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