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찬씨 제공
photo 김종찬씨 제공

김종찬(25)씨는 미국 어바인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유학생이다. 그에겐 몇 가지 타이틀이 더 있다. 그중 하나가 ‘국내 아이패드 1호 구매자’다. 그는 지난 4월 3일(미국시각) 아이패드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현지 지인에게 부탁해 해외 배송료를 물고 7일 아이패드를 손에 넣었다. 아이패드 출시는 당시 국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 그의 아이패드 이용기는 이내 입소문을 타고 회자됐다. 블로그와 인터넷매체, 케이블TV 등 언론도 제법 탔다.

그가 이번엔 ‘국내 아이북스(iBooks) 개인출판 1호 저자’라는 또 하나의 타이틀을 달았다. 김씨는 지난 6월 30일 자신의 블로그(www.kimjc.com)에 “마침내 애플 아이북스 스토어에서 한국인 최초 개인출판 저자가 됐습니다”란 글을 올리고 개인 자격으로 아이북스 스토어에 자신의 책을 판매하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책 제목은 ‘How to publish your own books on iBook store as an Individual Publisher(개인출판 저자로 아이북스 스토어에 당신만의 책을 출간하는 방법)’.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아이북스 개인출판에 도전할 수 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아이패드 구매 당시만 해도 군(카투사) 복무 관계로 국내에 머물렀던 그는 현재 제대 후 복학, 미국에 체류 중이다. 인터뷰는 7월 6~7일 이틀간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그는 “내가 직접 해보니 출판사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책을 만들어 독자와 만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며 “특히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만든 전자책 시장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독자에게 열려 있어 콘텐츠만 좋다면 얼마든지 도전해볼 만하다”고 귀띔했다.

책 내용은 ‘아이북스에서 책 출간하는 방법’

아이북스는 올 1월 애플이 아이폰에 이은 역작으로 발표한 태블릿 PC 아이패드에 기본 소프트웨어로 내장된 전자책서비스다. 무선인터넷망을 이용해 단 한 번의 ‘터치’로 서점(아이북스 스토어)에 접속, 6만여권의 도서를 전자책 형태로 내려받을 수 있다. 아이북스의 등장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던 전자책시장의 비약적 성장을 주도했다. 지난 4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아이북스가 탑재된) 아이패드 인기에 힘입어 올해 10% 수준인 세계 전자책 시장점유율이 2015년 33%까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일부에선 “아이북스가 1인 출판 붐을 일으켜 출판계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애플이 앱스토어 시스템으로 개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에게 수익모델을 선사했듯 아이북스 역시 일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자기 책을 출간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애플에 따르면 △미국 세금등록번호와 애플 계정을 발급받고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획득한 후 △전자책 포맷 ‘이펍(EPUB)’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 아이북스 스토어에 올리면 △애플 측이 유해 콘텐츠 여부를 판별해 판매를 승인한다.

그러나 아이패드 국내 출시 시점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한국인에게 이런 얘긴 ‘그림의 떡’이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5월 한 IT인터넷신문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개인이 ISBN을 신청하는 게 까다롭고 기존 출판사를 이용하지 않으려면 1인 출판사로 등록해야 하는데 이 과정 역시 쉽지 않다”며 1인 출판과 관련, 부정적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김종찬씨는 “그 기사가 나오기 전부터 개인출판을 준비하고 있었고, 아이북스란 플랫폼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청 찾아다니며 혼자서 출판 준비

김씨가 ‘아이북스 스토어에 내 책을 올리겠다’고 결심한 직후 제일 먼저 한 일은 구청 방문이었다. “카투사를 준비하기 위해 입대 1년 전에 한국에 와서 SK컴즈 등에서 1년간 직장생활을 했어요. 개인출판자가 되려면 구청에 가야 한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당시 회사가 여의도에 있어 점심시간을 이용해 무작정 영등포구청을 찾았죠. 등록과정에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가 필요하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서류를 갖추고서야 경기도 성남의 한 구청에서 개인출판사 등록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한 일은 ISBN과 미 국세청이 발급하는 택스(TAX) ID 확보하기. ISBN은 한국문헌정보센터 웹사이트에서, 택스 ID는 한국 국세청에 전화를 걸어 팩스로 신청서를 보낸 후 각각 받을 수 있었다. 그후 애플에 신청서를 접수했고 승인이 떨어진 후 아이북스에 책을 출판, 관리할 수 있는 계정을 갖게 됐다. 이제 남은 건 콘텐츠를 올리는 일이었다. 첫 책인 만큼 그동안 개인출판을 준비하며 얻은 노하우를 한 달간 틈틈이 정리해 34쪽 분량의 ‘미니 책’에 담았다.

6월 20일 아이북스 스토어에 탑재된 김씨의 책 판매량은 7월 7일 현재 80권이다. 미국 계정으로 74권,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국가 계정으로 6권이 각각 판매됐다. 그는 “미국 계정으로 판매된 책의 대부분은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구매했고, 유럽에선 어떤 경로로 누가 샀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권당 가격이 0.99달러에 불과해 판매금액을 합해봐야 10만원이 채 안 되지만 그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앞으로 낼 여러 권의 책도 모두 아이북스 스토어를 통해 출간하겠다는 포부다.

출판 보름 만에 80권 팔려

김종찬씨의 책은 아이패드뿐 아니라 아이폰4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 사진은 아이폰4 아이북스 스토어에서 김씨의 책을 검색한 모습.
김종찬씨의 책은 아이패드뿐 아니라 아이폰4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 사진은 아이폰4 아이북스 스토어에서 김씨의 책을 검색한 모습.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이 출시될 때도 미국에 있었던 그는 전형적 ‘아이팟 세대’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애플 팬’ 정돈 아니었다. 애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오히려 군 복무 기간을 포함, 한국에 있을 때였다. “아이팟 터치, 아이폰을 함께 쓰며 점점 애플의 매력에 빠져들었어요. 애플이 다른 기업과 다른 건 단순히 이익만 생각하지 않고 사용자 편의와 혁신적 아이디어를 지향하기 때문이죠. 그게 바로 애플이 지금껏 제가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는 아이폰4 품질 논란과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 판매 호조를 둘러싼 국내 기류를 잘 알고 있었다. “전 아이패드는 물론, 아이폰4도 다른 어떤 한국인보다 빨리 입수했고 많이 사용해봤다고 자부해요. HTC디자이어·넥서스원·모토로이·시리우스 등 안드로이드폰도 웬만한 건 한번씩 써봤고요. 갤럭시S는 못 써봤지만 그 역시 안드로이드폰일 뿐이죠.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는 안정성이 떨어져 일반인이 쓰기에 고품질이라고 할 수 없어요. 그런 면에서 전 안드로이드폰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곧 출시할 윈폰7이 아이폰의 라이벌로 부상하리라고 봅니다.”

그는 공부 말고도 하는 일이 많다. ‘JC KIM’이란 이름으로 아이폰·아이패드 앱스토어에서 아이애드(iAd·애플이 개발한 모바일 광고 플랫폼)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수익을 얻고 있으며 아이폰·아이패드 프로그래밍 관련 책도 번역했다.(이 책은 조만간 국내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국내 최초 아이북스 개인출판 저자’란 사실이 알음알음 소문나며 국내 모 출판사로부터 동일한 내용의 한글 책 출간 제의도 받은 상태다.

목표는 한국 이끄는 기업의 CEO

김씨의 최종 목표는 ‘한국을 이끄는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되는 것. 그 전에 미국에서 학업과 비즈니스를 병행하며 ‘미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한국인’의 모델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요즘은 ‘인스파이어(Inspire)’란 이름의 미국 현지법인을 만들려고 한창 준비 중이에요. XBOX(소니 게임기)나 킨들(아마존 전자책 단말기), 아이패드·아이폰 같은 기기 이용자를 대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판매하는 일을 해보려고요. 제 근황이 궁금하신 분은 언제든지 블로그에 놀러 오세요. 참, 트위터를 이용하신다면 제 계정(@kimjongchan)을 팔로하셔도 좋고요.”

최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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