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도서전의 한국 부스.
베이징 도서전의 한국 부스.

9월 3일까지 5일간에 걸쳐 중국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국제전람중심’에서 아시아 최대이자 세계 4대 메이저 규모의 국제도서전 중 하나인 베이징국제도서전이 열렸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이번 도서전엔 세계 56개국으로부터 1762개 출판사가 참여,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특히 이번 도서전시회는 누구보다도 한국 출판계에 중국 출판 시장의 현재의 흐름과 앞으로의 전개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전망을 제공한 기회의 장(場)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전체 출판 매출 규모는 2009년 기준으로 약 1460억위안으로 약 270억달러 규모의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이라고 얘기된다. 2009년의 중국 출판 시장의 총 매출 규모는 그 전년도인 2008년 대비 50%가량의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독서시장이 원하는 출판물을 자체적으로 개발, 기획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고, 급변하는 환경과 시장의 기대에 신속히 부응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아직까지는 해외로부터 다양한 분야의 출판저작물을 도입해야 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출판저작권거래 규모가 다른 나라의 출판시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클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도서전엔 대한출판문화협회를 비롯하여 교원, 대교, 임프리마 코리아, 에릭양에이전시 등 모두 28개사의 출판사와 저작권 에이전시가 한국관에 부스를 마련하고 중국 출판 시장은 물론 대만, 태국, 베트남 등의 다른 아시아권역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경쟁력있는 타이틀을 전시했다. 현재 중국 출판계가 가장 많은 저작물(번역판권)을 수입해 들여오는 시장은 단연 영미권과 유럽이다. 누구나 인정하듯, 그것은 그만큼 서양 언어권이 중국 출판 시장에서 널리 통용될 수 있는 다양하고 유용한 저작물이 풍성하기 때문이다. 한편 아시아권에서는 아직까지는 일본 출판물이 중국 출판 시장에서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수년 들어 한국 출판물에 대한 중국 출판 시장에서의 구매 호응도도 급상승하고 있다. 이를테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세는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세는 강세를 보인다. 이번 전시장에 마련된 국제관에서 가장 많은 인파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가운데 저작권 구매 상담이 가장 활발히 진행된 공간이 바로 한국관이었다는 사실이 그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서울국제도서전시장에서 이루어진 판권 상담 거래 규모보다 베이징 도서 전시장에서의 규모가 훨씬 컸다는 분석이다. 이는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현지 출판사들은 물론 중국의 각 성에서 올라온 수많은 출판사들이 저마다 한국 출판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유력 출판사의 한 편집자는 “중국에서는 최근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도서개발과 출판에 역점을 두라는 권장 메시지가 정부당국으로부터 나왔다”는 내용을 필자에게 귀띔했다. 그러한 배경은 정확한 수치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 내에서 성인도서 대비 아동·청소년 도서의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그것을 만회하기 위한 정책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출판 그룹의 거의 대부분이 국영 기업인 관계로 정부 정책에 신속한 대응을 하는 것은 그들로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전시회에서 예년에 비해 부쩍 강한 관심을 표명해온 영역 중 한 분야가 아동, 청소년에게 어울리는 문학류였다. 과거 성인 문학 도서를 중심으로 관심을 보였던 것과는 분명 도드라지는 분위기다. 물론 아동을 위한 다양한 학습교양물과 학습만화류의 도서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관심을 보였다. 이외에도 중국 출판계는 어학물, 실용도서, 그리고 여성 처세와 자기 계발 도서분야 등에도 폭넓은 관심을 보였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또 한국 출판계가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여 해외 출판 시장에 내놓는다면 머지않은 시점에 국제 출판 콘텐츠 시장에서 일본의 아성을 넘어서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목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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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용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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