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회의서 문제 제기되면 24시간 이내 해결방안 도출
발로 뛰는 현장경영 역점… 강의평가 공개·능력별 연봉제 시행도
 ⓒphoto 김영훈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photo 김영훈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난 11월 9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 총장실에서 박종구(52) 총장 직무대행을 만났다. 그는 올 3월 교수 윤리 문제로 사퇴한 이수훈 총장 후임으로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박 총장은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시라큐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7년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가 됐고,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을 지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친동생인 박 총장은 지난 3월 총장실로 온 이후 ‘스피드 경영’과 ‘현장 경영’을 강조해왔다.

그는 “3년 내에 아주대를 다시 대학 순위 톱10 안에 진입시키겠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아주대 교육 프로그램의 대표 브랜드는 의·약학, 이공계, 법학, 경영학 등 네 분야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융합학문을 선도하는 세계 수준의 대학’이 되려고 합니다. 융합학문과 실용학문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실용을 강조하는 ‘실사구시’는 아주대의 대학이념 중 하나다. “우리 대학은 오래전부터 공대, 의과대학을 비롯한 실용학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왔습니다. 아주대의 학풍과 발전전략에 따라 실용학문 분야를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것은 물론 실용학문들을 결합한 융합학문을 통해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대표적인 융합학문으로는 금융공학, 미디어학부, 문화컨텐츠 전공 등이 있습니다.”

그는 대학의 연구 역량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에 이를 위해 경쟁력·비전 있는 10개의 우수 연구집단을 육성하고 있다. “현재 5개의 사업단을 선정했고 4억원 이상을 지원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교수들의 연구지원 서비스 극대화를 위해 실시간 원격지원시스템(Net Clinic)을 구축했습니다.”

연구관리 온라인 원격지원서비스를 시행한 것은 아주대가 전국 대학 가운데 처음이라고 한다. “온라인 원격지원시스템 도입으로 교수들의 연구행정 및 관리 업무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들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박 총장은 대학의 경쟁력이 연구 능력과 함께 재정에서도 나온다고 했다. “저는 세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기존에 있는 재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중투자하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펀드레이징(fund-raising)입니다. 정부, 국책연구원 등과의 산학협력을 강화해서 펀드레이징을 할 겁니다. 세 번째는 동문 관리를 잘 하면서 이룰 수 있습니다. 어느덧 우리 대학 동문 수가 6만5000명이 되었습니다. ‘1-1-1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동문 한 사람이 한 달에 1만원씩 기부하는 것’입니다.”

재정 확보를 중시하는 그는 기업식 경영 기법을 학교 경영에 도입했다. “먼저 기업들의 ‘스피드 경영’을 학교 경영에 도입했습니다. 교내 회의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만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현황과 해결방안’이 공유될 수 있도록 행정 시스템을 개선했습니다. 다음으로는 ‘현장 경영’입니다. 제가 직접 뛰어 학부모, 학교, 동문, 정부, 언론 등에 우리 대학에 대한 이해도와 친밀감을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이 같은 박 총장의 경영 철학은 강의 평가 전면 공개, 교수 능력별 연봉제 시행으로도 이어졌다. “2010학년도 1학기부터 개설 중인 학부 1564개 과목, 657명 교수에 대한 강의 평가 결과를 100% 공개했습니다. 종합 점수뿐 아니라 강의 평가 설문의 각 항목별 점수를 교수들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수들은 세부항목별 점수를 참조하여 자기평가, 자가진단의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교수 능력별 연봉제는 신임 교수를 대상으로 시작했고, 기존 교수에 대해선 단계적으로 해나갈 것입니다.”

올해로 개교 37주년을 맞는 아주대는 2008년 개교 35주년을 기념해 ‘아주 비전 2023’을 선포한 바 있다. “‘아주 비전 2023’은 개교 50주년을 맞는 2023년까지의 장기발전계획입니다. 아주대가 융합학문을 선도하는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서 세계 100대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발전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아주 비전 2023’의 1단계(2008~2013년)는 국내 대학 톱10 재진입, 2단계(2013~ 2018년)는 아시아 50대 대학, 3단계(2018~ 2023년)는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이라고 한다. “‘학문적 수월성 제고, 글로벌 캠퍼스 구축, 혁신적 지원시스템 구축, 긍지와 활력의 아주 문화 확산’이라는 4단계 전략도 포함됩니다.”

이와 함께 아주대의 국제화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 대학에는 62개국에서 온 600여명의 외국인 학생이 있습니다. 그중 유럽 학생이 52%입니다. 한·불기술초급대학 설립에 관한 협정으로 아주대 역사가 시작된 만큼 우리 대학은 처음부터 유럽과의 인연이 깊습니다. 지금은 독일 학생이 가장 많습니다. 교류의 다양성에서는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학생은 50여개국 206개 대학에 300여명이 나가 있습니다.”

아주대는 내년부터 신설된 약대의 신입생을 받는다. “신입생 수는 20명이지만 이를 위해 약학관을 신축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에는 의료원이 있어 임상 약학으로 승부를 걸 것입니다. 기존에 있는 약대가 20개이고 신설된 게 13개인데 5년 안에 ‘톱 3’에 들려고 합니다. 또 우리 대학과 인접한 광교테크노밸리, 판교테크노밸리와도 공동사업을 할 겁니다.”

박 총장은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전국을 다니며 ‘발품’을 팔고 있다. “저는 전국 주요 도시 입학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일선 고등학교의 교장, 교감선생님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대학총장으로서는 흔치 않은 사례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국 주요 도시 입학설명회를 위해 지난 6월에만 광주, 대구, 부산, 제주, 강원 등 총 7회 지방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장학제도도 확대했다. “수능확정장학제도는 입학이 확정된 학생 가운데 언어·수리·외국어 등 3개 영역의 성적이 일정기준 이상인 경우 장학금이 지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어 박 총장은 취업을 위한 학생 교육·역량 강화 대책을 소개했다. “아주대는 현재 IT집중교육, 삼성전자 정보통신트랙, GM자동차트랙 등 산학협력형 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현장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취업한 선배들의 커뮤니케이션 특강, 취업 전문가와의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자공학과의 경우 멘토·멘티 시스템이 잘 돼있습니다.”

아주대는 2010학년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지원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대학으로 선정돼 23억73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수도권 내 재학생 5000명 이상 1만명 이하 7개 대학 가운데 최다 지원 규모이다. 정부 지원금은 학생과 교원의 역량 강화, 교육과정 개편, 교육 인프라 확충 등 창의적 사업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한편 박 총장의 효율적인 회의 방식은 교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회의는 오래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 회의에서 논의할 핵심이 무엇인지 제가 어떤 결론을 이끌어나갈 것인지 머릿속에 그리고 갑니다. 모든 회의는 1시간 이내면 됩니다. 회의를 시작할 때 정시에 시작하고 5분 전에 모입니다. 아무리 늦어도 다음날 아침이면 정리된 회의결과가 제 책상 앞에 놓입니다.”

학생들과의 소통도 즉각적, 효율적으로 한다. “오늘도 오후 3시40분에 총학생회장과 면담이 있습니다. 틈나는 대로 학생들과 막걸리 간담회, 맥주 미팅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기업에 커스터머 퍼스트 폴리시(customer first policy)가 있듯이 우리 학교는 스튜던트 퍼스트 폴리시(student first policy)를 실천하려고 합니다.”

박 총장과 아주대의 인연은 1987년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다. “1995~1998년 김덕중 총장님을 모시고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때는 대학평가 7위까지 갔습니다. 이후 10위권 밖으로 나갔는데 올해부터 재도약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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