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38층으로 한식당 옮기고 메뉴도 모던 한식으로 바꿔
워커힐 G20정상 배우자 오찬…
‘R&D 센터’세워 한식·김치 연구
좌) 롯데호텔 ‘무궁화’의 성게알 찜, 우) 워커힐 ‘온달’의 구절판
좌) 롯데호텔 ‘무궁화’의 성게알 찜, 우) 워커힐 ‘온달’의 구절판

“저희가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겠습니다.”

롯데호텔서울과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식 세계화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서울시내 특1급 호텔 19곳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롯데호텔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르네상스서울호텔, 메이필드호텔 등 4곳뿐. 그중에서 롯데호텔서울과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이 한식 세계화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롯데호텔서울의 한식당 ‘무궁화’는 1979년 3월 롯데호텔 개관과 동시에 오픈했다. 원래 이 호텔 지하 1층에 있었는데, G20에 맞춰 지난 11월 3일 38층 전망 좋은 곳으로 옮겼다. 롯데그룹 최고위층의 특별 지시로 약 50억원의 투자와 1년간의 준비 기간을 통해 새로 개장했다고 한다.

롯데호텔 “한국 대표 한식당 키우겠다”

롯데호텔 ‘무궁화’ ⓒ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롯데호텔 ‘무궁화’ ⓒ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다른 특급호텔에서 한식당이 사라지는 동안 ‘무궁화’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신동빈 롯데 부회장의 ‘한식사랑’이 컸다고 한다. 해외 출장을 떠나면 꼭 현지에 있는 한식당을 찾아 맛을 보고 한식의 세계화를 고민해 온 신 부회장은 무궁화를 단순한 호텔 식당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한식당으로 키우고 싶어한다는 것이 주변의 말이다. 롯데호텔 좌상봉 대표는 “G20 정상회의와 한식 세계화 움직임에 발맞춰 롯데호텔이 사명감을 가지고 한식당 확장이전을 했다”면서 “전문식당과 차별화된 ‘호텔 한식’으로 타 호텔 한식당의 표본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롯데호텔 1층 로비에서 ‘무궁화’행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본관 38층에 올라가면 황금빛 ‘배흘림 기둥’이 늘어선 멋진 복도가 나온다.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서울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식당 ‘무궁화’가 자리잡고 있다. 712㎡ 90석 규모로 내부는 독일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네스 게를라흐가 맡았다. 메인 홀을 중심으로 누리, 가람, 라온, 다솜, 바람, 수피아, 마루 등 순 우리말로 지은 별실이 7개 있다. 메인 홀 창가에서는 청와대가 눈앞에 바로 보인다.

롯데호텔이 1년여 공들여 새로 단장한 ‘무궁화’는 반가 음식(양반이 먹던 음식)을 기반으로 한 코스요리와 전통차, 전통주, 와인 컬렉션 등을 갖췄다. 식기는 도자기 전문업체 광주요 등에 주문 제작해 사용하고 간장, 된장, 소금 등 기본 재료부터 몸에 좋은 식자재를 엄선한다. 코스요리는 가격대별로 다른데 자연송이 전복죽, 가리비구이, 궁중게살 잡채, 인삼튀김, 낙지소면, 성게찜, 상주 한우 등심구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궁화’의 재개점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한식재단 정운천 이사장,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 주한 외교사절단 등이 참석했다. 김 여사는 이날 “국내 호텔의 한식당이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좋은 위치와 시설로 외국인의 입맛에도 맞는 한식 요리를 선보인다니 더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는 이명박 대통령도 이곳을 찾아 식사를 했다고 한다. ‘무궁화’의 백기송 지배인은 “예전부터 무궁화는 청와대 국빈행사의 60% 이상을 담당해왔다”고 밝혔다. 이병우 총주방장은 “기존의 정통 한식을 모던 한식으로 조금 바꿨다. 70%는 원형을 유지하면서 30%는 창작성을 가미했다”면서 “500년 전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가 지금과 다르듯이 한식도 변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임성준 소믈리에는 “전통주뿐만 아니라 한식과 어울리는 와인 40여종도 준비되어 있다”고 밝혔다.

G20 기간 중에는 EU, 사우디아라비아, 말라위 정상 등이 롯데호텔에 머무르며 ‘무궁화’에서 식사를 했다. 롯데호텔 홍보팀의 남재섭 팀장은 “이와 함께 뷔페레스토랑 라세느에서는 11월 한 달간 ‘고메 2010 서밋 뷔페’를 통해 프랑스, 미국, 중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G20 참가국들의 대표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워커힐 “맛은 물론 문화까지 보여주겠다”

워커힐 ‘R&D센터’
워커힐 ‘R&D센터’

롯데호텔서울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은 궁중요리 전문 한식당 ‘온달’과 숯불구이 전문점 ‘명월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G20 정상회의 기간에는 롯데호텔서울보다도 공격적으로 한식을 세계에 알렸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홍보팀의 권은주씨는 “지난 11월 12일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있었던 G20 정상 배우자 오찬 한식 케이터링(행사·연회 등에 음식을 공급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오찬 메뉴는 ‘우리나라 전통이 그대로 살아있는 한식을 준비해달라’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요청에 따라 조선왕조 전통 궁중요리로 구성했다. 메뉴의 주제는 ‘조선왕조 500년(朝鮮王朝五百年)’이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의 궁중요리 전문 한식당 ‘온달’의 조리장이자 오찬 책임자였던 이재옥 조리장은 “1392년 태조 이래 약 500년 동안 조선왕조와 함께 한 전통 궁중요리를 통해 우리의 ‘맛’은 물론 역사와 문화까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선왕조 전통 궁중요리는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을 기초로 왕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고려한 약선(藥膳) 요리다. 이재옥 조리장은 전통 궁중요리 중에서도 청와대 국빈 행사에서 외국 정상들이 선호했던 메뉴를 중심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고 구수한 한국 전통의 맛을 구현했다고 한다.

이번 오찬을 준비하는 데 들어간 식재료는 대한민국 팔도의 특산품 중에서 선별했다. 비무장지대에서 수확한 철원 쌀, 횡성 한우, 완도 전복, 영덕 대게, 공주 밤, 보령 은행, 남해 멸치, 가평 잣, 한라산 표고, 고흥 유자 등이 사용됐다.

메뉴는 총 아홉 가지 종류였고 디저트를 제외하면 크게 세 코스로 구분된다. 전채요리로는 구절판, 잣죽, 잡채를 마련했다. 구절판은 여덟 방향으로 나뉘어진 재료를 밀전병에 싸서 먹게 되어 있어, 서로 다른 뜻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로 ‘화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G20 정상 배우자들이 밀전병에 여러 재료를 손수 말아서 맛보는 재미까지 고려했다고 한다. 이번 케이터링을 통해 한식의 맛과 멋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쉐라톤그랜드워커힐에서는 이 메뉴를 호텔 내 한식당 ‘온달’에서 정식으로 선보인다.

이 호텔은 한식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남달랐던 SK그룹 고(故) 최종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업계 최초로 1989년 호텔 내 김치 연구실을 개설해 ‘SUPEX 김치’를 탄생시켰고 지속적으로 김치의 맛과 영양을 연구해 왔다. 지난 11월 1일에는 R&D센터를 개관했고 한식 세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번에 오픈한 R&D센터는 김치뿐만 아니라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R&D센터의 이춘식 팀장은 “호텔 내 각 레스토랑의 스타 메뉴 개발은 물론 외식 시장 동향에 맞는 상품이나 마케팅 능력을 가진 브랜드 No.1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에서는 지난 11월 10일 G20 비즈니스 서밋 환영 만찬도 진행됐는데 한국 고유의 색을 알리기 위해 곳곳을 다시 꾸몄다. 숯불구이 전문점 ‘명월관’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기능 보유자 홍창원 선생의 도움으로 단청을 재단장했다. 이 밖에도 르네상스서울호텔의 ‘사비루’에서는 G20정상회의 기간 중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랑방’ 메뉴를 내놓았고, 메이필드호텔의 ‘낙원’에서는 외식사업에 진출했으며 중국, 동남아, 일본으로도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G20 퍼스트레이디들에게 선물한‘김윤옥의 한식 이야기’

나물·김치찌개 등 소개… 메뉴·레시피·사진까지 직접 챙겨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G20에 참석한 정상 배우자들에게 선물한 책 ‘김윤옥의 한식이야기(HANSIK Stories of Korean Food by Kim, Yoon-Ok)’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김 여사는 지난 11월 11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참가국 배우자 만찬에서 이 책을 전달했다.

김 여사는 우리나라 주부들이 평소에 잘 해 먹는 나물·김치찌개·보쌈·잡채·불고기 등을 이 책에 소개했다. 김 여사가 청와대에 들어와 제일 먼저 한 일 중 하나인 장독대를 옮긴 일, 음식과 관련한 에피소드, 실용 정보 등도 담았다. 또 음식 레시피와 함께 한식의 기본 철학, 예법, 그릇, 명절 음식, 한식 문화 등도 소개했다.

김 여사는 책에서 “귀한 손님들이 많이 오시는 때를 맞아 한식 문화를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알면 더 사랑하게 된다는 말도 있듯이 더 많은 세계인들이 한식을 제대로 알면 좋겠다는 마음에 여러분들의 도움을 얻어 이렇게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책 발간이 결정된 지난 1월부터 김 여사는 책자 발간과정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쁜 스케줄에도 책자 발간 업무를 점검하고 목차·내용·메뉴·레시피·사진 등을 직접 챙겼다고 한다. 김치찌개, 불고기, 된장찌개 등은 4~5차례 재촬영을 했고, 배경 사진 1장도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김 여사의 꼼꼼한 검토를 거쳤다.

책 제작에 참여한 관계자는 “김 여사가 평소에 즐겨 요리하는 음식과 함께 청와대에서 많은 외국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면서 터득한 요령과 비법을 담았다”면서 “특히 해외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일상 요리들을 선보임으로써 한식이 세계인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만찬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라위, 멕시코, 베트남, 싱가포르, 에티오피아, 유럽연합(EU) 의장국, 인도, 캐나다, 터키 정상 부인과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 배우자 등이 참석했다. 김 여사는 만찬사를 통해 “한국은 인연을 소중히 여겨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합니다. 오늘 저는 오랜 친구들과 다시 만난 기분입니다. 한국과 여러분의 깊고 깊은 우호관계가 오래 이어지고 정상회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원합니다”라고 밝혔다.

이튿날 G20 정상 부인들은 김 여사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 궁궐인 창덕궁을 찾았다. 이어 인근 성북동의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오찬을 했다. 한국가구박물관은 전통가옥 10여채로 이뤄진 박물관으로, 2000여점의 전통가구가 전시돼 있다. 오찬 메뉴는 전통 한식코스였다. 워커힐호텔 한식당 ‘온달’의 이재옥 조리장이 준비했고 중요무형문화재 117호 이봉주, 22호 김선익 선생에게 주문 제작한 방짜유기가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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