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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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라는 이름은 제 아버지(김재순 전 국회의장)가 지었습니다. 작명을 잘한다고 알려진 분을 만나 ‘우물터’라는 이름을 받았는데, 한동안 고민하시다가 ‘샘터’로 바꿨습니다. 아버지는 ‘샘터’ 창간 이전에 잡지 ‘새벽’의 주간을 맡은 적이 있었고, 지금은 ‘샘터’ 고문 역을 맡아 대외적인 업무를 하십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라는 구호를 내걸고 1970년 창간된 월간지 ‘샘터’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대학로 샘터 3층 사무실에서 김성구(50)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 박정희 대통령, 호암 이병철 회장 등의 휘호가 전시되어 있었다. 김 대표는 부친을 이어 1995년부터 샘터를 이끌고 있다. “행복은 각자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샘터는 봅니다. 샘터가 지향하는 것은 ‘내가 만드는 행복, 함께 나누는 기쁨’입니다. 진짜 행복은 자신이 만드는 것인데, 혼자만 거머쥘 수도 없습니다. 함께 나눴을 때 극대화됩니다.”

40년 동안 샘터에 글을 써온 유명 작가는 100여명이 넘는다.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님, 한경직 목사님, 피천득 선생님 등을 비롯해서 소설가 김승옥, 동화작가 정채봉, 시인 정호승 등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분들 중 피천득 선생님과 저희 집안은 3대에 걸쳐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샘터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성인식 바코드를 잡지 중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와 함께 샘물통장을 10년 정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샘물통장에 독자, 필자, 독지가가 돈을 모아주시면 1년에 한 번씩 샘터에서 선정한 분들께 ‘샘물상’을 드리면서 함께 전달합니다. 따라서 액수는 매년 달라집니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늘 마음이 간다는 그는 샘터 직원들에게는 ‘매번 똑같이, 매번 다르게’를 강조한다. “‘매번 똑같이’는 샘터가 이 땅에 왜 태어났는지 분명히 인식하자는 겁니다. 물을 맑고 깨끗하게 만들자는 원래 취지는 변할 수 없기 때문이죠. ‘매번 다르게’는 이전에 함지박에 떠먹던 독자가 지금은 예쁜 그릇에 담아 마실 수 있게 분위기를 바꿔서 전달하자는 겁니다.”

샘터 출판사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2000여권의 단행본을 냈다. “현재 샘터의 수익원은 잡지보다 단행본입니다. 앞으로는 전자책 사업으로도 수익을 낼 계획입니다. 샘터출판사는 단순히 책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콘텐츠 제공자가 될 겁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아이폰, 태블릿 컴퓨터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것이지요.”

그는 올해가 창간 40주년이라는 형식적인 의미보다는 그동안 쌓아온 내실을 더욱 알차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40, 50, 60주년이라는 것은 샘터 입장에서 보면 큰 일입니다.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매번 실망을 주지 않고, 샘터의 가치를 잘 이어가는 콘텐츠를 생산하느냐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인터뷰 말미에 김 대표에게 아버지가 받쳐주는 우산의 크기가 클수록 비를 피하기는 좋지만 그늘 또한 커지는 것 아니냐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는 것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주어진 범위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결국 제 몫이니까요. 저는 ‘샘터 사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샘터 사장으로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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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호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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