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취재 능력 방송에 적극 활용
신문기자, 뉴스 ‘코멘테이터’로 활약… 외국 자본 방어에도 순기능

2011년은 대한민국 신문·방송 겸영(종합편성채널) 원년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르면 12월 30일 신규 종합편성채널을 선정해 발표한다. 따라서 내년에는 시청자들이 KBS, MBC, SBS 외에도 뉴스, 드라마, 다큐멘터리, 오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채널을 보게 된다.

한국은 21세기 들어서도 10년이 지나서야 신문·방송 겸영이 허용됐지만 이웃나라 일본은 1950년대부터 신문·방송 겸영이 시작됐다. 일본은 신문·방송 겸영에서도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된다.

일본 신문·방송 겸영의 뿌리는 라디오 방송이 시작된 1925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방송협회가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을 당시 임원들 중에는 도쿄아사히 신문사, 고쿠민 신문사, 호우치 신문사, 도쿄니치니치 신문사의 임원이 포함되어 있었고, 통신사 대표 3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뒤 1926년 도쿄방송협회, 오사카방송협회, 나고야방송협회가 하나로 되어 사단법인 일본방송협회가 출범했다. 이것이 현재 NHK의 전신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은 방송의 시작에 신문이 큰 역할을 했다.

이러한 신문과 방송의 관계는 1951년 상업 TV방송이 시작되었을 때 재차 그 구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각지에서 상업방송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다양한 단체가 신청을 했는데,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각지의 신문사였다. 일본에서 최초로 TV 면허를 취득한 곳은 요미우리신문사였고, 이름은 니혼TV였다. 1951년 니혼TV(요미우리신문사)를 시발로 TBS(마이니치신문사), 후지TV(산케이신문사), TV아사히(아사히신문사), TV도쿄(니혼게이자이신문사)가 등장했다.

이와 같은 신문사·방송사와의 관계는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된다. 첫째는 방송국의 경영 안정이었다. 방송 미디어의 글로벌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국의 경영도 여러 가지 외적 변수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1996년 미국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끌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이 일본의 인터넷사업자인 소프트뱅크와 제휴하여 TV아사히의 주식을 대량 취득한 사건이 있었다. 두 회사는 대주주로서 TV아사히에 임원 파견 등을 통해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으나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사가 TV아사히 주식을 다시 사들여 경영권을 방어했기 때문이다. 즉 뒤에 있는 유력 신문사의 재력으로 인해 TV아사히는 외국 자본의 공세에 대항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장점은 언론 기관으로서 신문사의 취재능력이 TV 뉴스에 반영돼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각 방송국의 주요 TV 뉴스에는 앵커, 캐스터와 함께 신문기자를 ‘코멘테이터(commentator·해설자)’로 기용하는 예가 많다. 또 계열 신문사의 전문기자를 출연시켜 특정 현안에 대해 해설을 하게 한다. 사건·사고 등의 배경, 문맥에 대해서 신문기자가 설명을 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서 보다 깊이 있는 뉴스 프로그램의 제공이 가능하게 된다. 신문사와 방송사는 각각 직원의 교류, 취재협력 등을 통해서 밀접한 관계를 구축한다. 신문사의 간부가 방송국의 간부로 이동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일본의 유력 신문사는 대체로 보수적이라고 분류되나, 이들이 만든 방송은 반드시 보수 성향이라고 평가되지 않는다. 보수 신문으로 유명한 산케이와 자본 관계를 이루고 있는 후지TV나, 역시 보수 신문인 요미우리 계열의 니혼TV의 방송 내용은 신문과 보도 성향에서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방송이 자본 관계에 있는 신문과 다른 것은 여러 가지 측면이 있다고 얘기된다. 방송은 신문과 달리 일정 기간마다 정부로부터 면허를 다시 얻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자신의 이념적인 좌표에서 좀 떨어진 보도를 할 수도 있다. 다른 측면은 TV가 신문보다 공공의 이익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한 측면이다. 일본은 상업방송에 대해 프로그램 기준 등에서 당파성의 배제에 대해서 명시하고 있고, 시청자도 방송 미디어는 그러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방송은 신문의 사설(社說)에 해당하는 ‘논평’을 하지 않는다. 일부 지방국이 실험적인 시도를 한 적이 있을 뿐이다. 신문이 자사의 주력 상품의 일부로 사설을 활용해 온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인터뷰 김경환 상지대 교수

“드라마 등 킬러 콘텐츠로 채널 각인시켜야”

“일본 방송사들의 킬러 콘텐츠는 예능이고, 한국 방송사의 킬러 콘텐츠는 드라마입니다. 내년 개국을 앞둔 한국 종합편성채널의 킬러 콘텐츠는 역시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일본 죠치대에서 케이블 채널 편성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경환 교수(상지대 언론광고학부)는 “SBS가 드라마 ‘모래시계’를 통해 KBS, MBC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듯이 종합편성채널이 시청자들에게 각인되기 위해서는 드라마로 승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신생 종편은 성공하는 드라마보다 실패하는 드라마가 더 많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올해 최고 히트 드라마인 ‘제빵왕 김탁구’의 경우 KBS가 삼화네트웍스로부터 62억원에 사들여 500억원의 광고수입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MBC의 경우 올해는 히트한 드라마 제목이 거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성적이 저조합니다.”

김 교수는 신생 종편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채널 브랜드를 시청자에게 각인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케이블TV 중에서 음악전문채널인 엠넷의 경우도 자리를 잡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최근 ‘슈퍼스타K’를 통해 완성이 됐죠. 신생 종편의 경우 빠르면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는 종편은 차별화된 콘텐츠로 그동안 TV를 보지 않던 사람들도 보게 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젊은층은 뉴스를 잘 보지 않고, 드라마를 본방송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종편은 지상파와도 경쟁하지만 종편끼리도 경쟁할 겁니다. 따라서 프로그램 차별화가 더욱 절실합니다. 일본의 경우 같은 스포츠 중계라도 축구 중계는 TV아사히, 배구 중계는 후지TV가 강합니다. 또 보도는 TBS, 드라마·예능은 후지TV, 애니메이션은 TV도쿄가 강하죠.”

김 교수는 향후 신문과 방송의 소유 구조가 느슨해지거나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후지TV는 산케이신문이 만들었지만 지금은 후지TV가 산케이신문을 먹여살리고 있습니다. TBS는 마이니치신문이 만들었는데, 지금은 마이니치신문이 TBS 지분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본 정부의 정책 금융이 일본 방송국으로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3개 이상의 종편이 생길 경우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1~2개로 정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MB, IPTV, 위성TV 등도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망해가고 있습니다. 중간광고, 간접광고, 가상광고, 신문·방송 패키지 광고 등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통해 생존을 하려고 하겠지만 3조원 정도의 한국 방송시장 규모가 3개 이상을 먹고살게 해주기에는 너무 적은 편입니다. 일본 방송시장 규모는 3조엔 정도인데 제대로 흑자를 내는 방송국은 후지TV와 NHK 정도입니다.”

김 교수는 종편이 글로벌 미디어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삼성, 현대차 등과 같은 대기업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소니가 글로벌 미디어 그룹입니다. 전자회사인 소니는 영화, 음악, 게임 회사 등을 사들여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됐습니다. 일본보다도 자본력이 약한 한국에서 신문, 방송사가 단독으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인터뷰 이창현 국민대 교수

“방송은 이념보다는 감성, 정치성보다는 상업성”

“일본 방송은 철저하게 상업적입니다. 신문은 구독자라는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방송은 시청자가 채널만 돌리면 끝이거든요. 한국의 종편이 공영성 강화를 주장하지만 이를 지키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봅니다.”

서울대에서 언론정보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일본 도쿄대에서 방문연구원을 지낸 이창현 국민대 교수(언론정보학부)는 “방송은 비이념적, 문화적이기 때문에 종편도 시청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한국의 신문·방송 겸영과 일본의 그것은 태생부터 다르다고 했다. “일본은 지상파 방송 시작 단계부터 신문이 주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지상파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신문이 주도하는 케이블 종편이 들어오게 된 것이죠. 또 이번 종편 사업에 진출하려는 신문사들은 대부분 보수적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방송 보도 경향이 보수적으로 될 전망입니다. 진보적인 성향의 신문사는 자본력 부족 등으로 신청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종편끼리의 보도 차별화를 위해서는 보다 비판적인 사회적 어젠다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종편은 결코 새로운 방송 형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문보다는 뉴미디어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신문이라는 올드미디어가 인큐베이팅한 뉴미디어이기까지 하죠. 따라서 기존의 신문 이미지를 벗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봅니다.”

이 교수는 종편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정치적·이념적인 판단보다는 미디어적인 판단을 해야 합니다. 젊은층일수록 뉴스를 안 본다는 것도 참고해야죠. 일본의 경우 매일 아침 자사 신문을 오려서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산케이신문과 연결되어 있는 후지TV의 뉴스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편입니다. 또 보도 이외에는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갑니다. 공영성은 NHK가 담당하고 나머지는 모두 상업적입니다. 신문에서 운영하는 방송사가 선정성, 폭력성까지 활용할 수는 없겠지만 시청자 중심의 상업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기보다는 좋은 프로그램을 찾아내서 방송하는 형태가 안정적이라고 했다. “지상파와 비교해서 종편의 장점 중 하나는 24시간 방송이라는 것입니다. 신문으로 따지면 지면이 넓고 많다는 것이죠. 따라서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이 방송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 여기에 시청률이 확보되면 광고를 붙일 수 있습니다.”

그는 현재 한국의 방송산업이 지상파 중심이라 종편이 자리잡을 수 있는 여지도 많이 있다고 밝혔다. “케이블TV 프로그램은 시청률 1% 이하가 대부분이고 볼 게 별로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케이블TV의 새로운 가치 발굴이 필요합니다. 지상파보다 규제가 적고 순발력이 강하기 때문에 종편의 경쟁력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종편이 추구하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 목표를 세계보다는 아시아로 잡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국의 미디어 그룹이 미국의 미디어 그룹과 싸우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와는 해볼 만합니다. 이미 드라마, 가요 한류를 통해 경험을 얻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보다는 ‘아시아나이제이션(asianization)’이 먼저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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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호 차장대우 / 이시카와 사카에 일본 죠치(上智)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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