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뮤지컬 ‘영웅’과 수입산 ‘지킬 앤 하이드’ ‘아이다’ 연말 3파전

겨울방학이 성큼 다가왔다. 이번 연말연시에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뮤지컬이 많아 어떤 것을 먼저 볼지 고민하는 관객들이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토종 뮤지컬 ‘영웅’과 수입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아이다’가 3파전을 벌일 전망이다. 빅3 뮤지컬은 캐스팅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정성화가 안중근(영웅) 역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맡았고, 가수에서 인기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옥주현은 5년 만에 아이다(아이다)를 다시 담당하며, 제대와 함께 회당 1800만원의 출연료로 화제를 불러모은 조승우가 지킬(지킬 앤 하이드) 역을 강렬하게 소화해낸다.

영웅

‘영웅’
‘영웅’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6관왕과 뮤지컬 어워즈 4관왕인 뮤지컬 ‘영웅’이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지난 12월 4일부터 재공연을 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소재로 한 토종 창작 뮤지컬 ‘영웅’은 지난해 LG아트센터에서의 초연 때보다 더욱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연출됐다. 초연보다 더 넓어진 무대에 맞는 최적의 기술력도 보여준다. 하얼빈역 장면에서 등장하는 실물 크기의 기차가 무대에서 달리는 모습은 관객들의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만든다. ‘영웅’의 획기적인 무대는 역시 토종 뮤지컬인 ‘명성황후’의 무대를 만든 박동우 무대미술감독 작품이다.

‘영웅’은 안무도 짜임새 있게 보강됐다. 남자 앙상블의 군무가 돋보이는 추격 장면은 좀 더 역동적으로 표현된다. 불꽃 같은 카리스마와 따뜻한 인간미를 겸비한 안중근은 한국뮤지컬대상과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성화, 신성록, 양준모가 번갈아 맡는다. 정성화는 “안중근 의사 역할을 2년째 맡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라 조심스러우면서도 관객들에게 더욱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영웅’을 제작한 에이콤인터내셔날의 윤호진 대표는 “내년 5월 말부터 LA팬티지시어터에서 2주간 공연한 뒤 8월 중순부터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 3주간 오른다”며 “2013년에는 일본 도쿄 공연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명실상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뮤지컬로 자리잡은 뮤지컬 ‘영웅’은 내년 1월 15일까지 공연된다.

지킬 앤 하이드

‘지킬 앤 하이드’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계 최고의 흥행스타로 손꼽히는 조승우의 군 제대 후 복귀작이자 4년 만의 출연작으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다. 조승우는 2004년 국내 초연 때부터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감성적인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조승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번 공연의 1차 티켓 오픈 당시 조승우의 13회 출연분(1만5600여장)은 15분 만에 매진됐다. 또 그는 80회 공연 14억4000만원, 회당 1800만원이라는 고액 출연료로 뉴스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킬 앤 하이드’는 초연 이후 지금까지 총 3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시즌 공연을 본 관객들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있었다” “최고의 출연료를 받을 만하다”면서 작품성과 연기력을 인정했다. 관객의 반응이 절정일 때는 조승우(지킬)가 1막에서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과 2막에서 ‘대결(Confrontation)’을 부를 때이다. 또 김선영(루시)의 ‘나는 누구일까(No one knows who I am)’와 ‘남자를 유혹해(Bring on the men)’에서도 힘찬 박수가 터져 나온다.

지킬 역은 조승우를 비롯해 류정한, 홍광호, 김준현 등 4명이 번갈아 맡는다. 엠마 역은 김소현·조정은, 루시 역은 김선영·소냐·선민이 담당한다.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선악의 대립과 갈등을 깊이 있게 다룬 로버트 스티븐슨의 원작과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을 잘 버무려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내년 3월 31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아이다

‘아이다’
‘아이다’

우리나라에서 2005년 초연된 ‘아이다’가 5년 만에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의 사랑을 받는 라다메스 장군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아이다’는 팝의 거장 엘튼 존과 뮤지컬 음악의 대표적인 작사가 팀 라이스가 콤비를 이룬 대작이다. 2000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1500만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갔고 토니상 여우주연상, 작곡상, 무대디자인상, 조명디자인상을 수상했으며 그래미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을 받았다.

국내 초연 때 음악감독이었던 ‘칼마에’ 박칼린이 이번에는 국내 협력연출을 맡았다. 아이다 역은 옥주현, 암네리스 역은 정선아, 라다메스 역은 김우형 등이 담당한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한 명이 하나의 배역을 담당하는 ‘원 캐스트(one cast)’이다. 총 120회 공연 동안 한 배역을 한 명의 배우가 책임진다. 박칼린은 “중복 캐스팅된 배우가 많아질수록 원래 스토리, 안무, 조명, 의상이 지닌 의미가 조금씩 번져나가기 시작한다”면서 “그럴 경우 작품의 질과 철학을 유지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옥주현은 “2005년 초연 때 미흡한 점이 많이 보였고, 다시 한번 하고 싶어 5년간 칼을 갈았다”며 “5년이 지나 배우로서 좀 더 성숙한 시기에 다시 하게 돼 너무 기쁘고 원캐스팅이라 건강에 신경 쓰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월 28일부터 내년 3월 27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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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호 차장대우 / 문경연 인턴기자·서강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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