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오늘’을 살아가면서 ‘어제’를 떠올린다. 그것은 ‘어제’를 통해 더 나은, 혹은 보다 발전된 ‘오늘’과 ‘내일’로 들어가는 열쇠를 찾기 위함이다. 미래를 향한 꿈이 큰 사람일수록 그 열쇠를 손에 넣고자 하는 욕망은 크다. 지난 과거, 혹은 역사는 오늘과 내일을 위한 훌륭한 선 경험의 장(場)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경 속에서 거듭됐던‘흥망성쇠’의 표본으로 요긴한 지표가 된다. 이런 맥락에서 쇠락과 실패가 아닌 발전과 성공을 바라는 개인과 기업인에게 필요한 교범(FM)이 될 맞춤한 책이 있다.‘Great Company 500:세계 명문기업들의 흥망성쇠’(타임비즈)가 그것이다.

이 책은 지난 400년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기업의 역사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730쪽에 달하는 제법 묵직하고 두툼한 책인데도 재미가 쏠쏠하여 읽는 부담이 적다. 그래서 단시간 내 다량의 유용한 정보를 원하는 이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재미만 있는 게 아니다. 그간 나온 유사한 책들이 대부분 기관이 중심이 돼 대기업이나 그들의 활동을 가능케 한 정부 활동에 초점을 맞춘 자료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면, 이 책은 기업 활동과 경제사를 결합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의 경제를 이끌어낸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따로 떼어 관찰하지 않고 서로 연결하여 살피는 전개 방식은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다. 일례로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에 대해 “이론은 1776년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타당하다”(22쪽)고 전제한 뒤 그 이유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 방식이다.

공저자 래리 슈웨이카트와 린 피어슨 도티도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이 지닌 한 가지 한계라면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유럽 등 여러 나라 출신의 기업들이 다뤄지고 있긴 하지만, 사실 미국의 기업들만을 다루기에도 상당히 버거운 작업이었다고 그들은 나름의 솔직한 입장을 토로한다. 그러나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미국 기업의 역사가 곧 세계 기업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그리고 산업혁명을 계기로 촉발된 영국의 산업주의를 꽃 피운 주인공이 미국이고, 수공업이나 가족 기업의 틀을 벗어나 오늘날의 기업 형태를 갖추게 한 모태가 미국식 자본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 책은 나름대로 이미 그 가치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또 다른 미덕 두 가지를 더 지녔다. 하나는 기업 하나하나를, 혹은 기업인 한 사람 한 사람을 구분하여 도식적으로 다루기보다는 130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숱한 기업인과 기업을 이야기 서술방식으로 풀어 누구나 쉽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한 권의 재미있는 전기를 읽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 미덕은, 각각의 기업과 기업인들을 다루면서 그와 연관된 역사적 사건과 사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경제·경영이론과 실제들이 인문서의 내용처럼 비교적 상세히 어우러져 세련된 지식과 정보교양서로서의 역할까지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이 책은 역사이지만 현재이기도 하다. 역사 속의 모든 기업은 꿈을 꿀 때 번창했고 현상유지를 하려 할 때부터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당대의 결탁과 협잡을 통해 잠깐의 번영을 누린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 기업가 정신과 미래의식으로 무장한 기업만이 몇 대를 걸쳐 생존하고 번성했다. 발상을 멈추는 순간 도태가 시작됐고, 현재에 자족하는 순간 퇴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되었다. 부디 이 책이 고루한 역사 속 기업들을 살펴보는 박제된 히스토리가 아니라, 현재의 열정과 에너지를 충전하는 또 다른 의미의 ‘미래지향적’ 가이드가 되길 바란다.”

이구용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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