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한우산 활공장 부근의 진달래 군락. 5월이면 철쭉꽃도 좋다. ⓒphoto 영상미디어
의령 한우산 활공장 부근의 진달래 군락. 5월이면 철쭉꽃도 좋다. ⓒphoto 영상미디어

따스한 햇살이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4월이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겨울은 물러가고 드디어 봄이 오고 있다. 도심을 물들이는 노란 개나리와 핑크색 벚꽃은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런 봄꽃은 계절의 변화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붉은빛 진달래는 등산을 즐기는 이들에게 친숙한 꽃이다. 봄이면 가장 먼저 산의 빛깔을 바꾸는 전령이기 때문이다. 사실 진달래는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꽃이다. 하지만 꽃밭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규모의 군락을 이룬 곳은 손에 꼽는다. 그 가운데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진달래 명산 두 곳을 소개한다.

창녕 화왕산

진달래 꽃밭과 십리

억새밭이 한눈에

낙동강 유역의 널따란 평야 한편에 솟은 창녕 화왕산(火王山·757m)은 당당한 위세와 아름다움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봄이면 진달래가 화려한 꽃밭을 이루고 가을엔 억새가 장관인 명산이다. 화왕산 정상부의 평원 안쪽에는 억새 군락이 자리를 잡고 있고 그 바깥으로 능선을 따라 산성이 둘러싸고 있다. 진달래는 이 산성 바깥의 가파른 산비탈에 무리지어 피어난다. 완만한 산릉에 만발한 진달래 풍광을 보려면 정상 동쪽 능선을 추천한다. 동문에서 드라마 허준 세트장을 거쳐 관룡사로 내려서는 임도와 산길 곳곳도 진달래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화왕산 진달래는 광활한 억새밭을 불태울 듯 벌겋게 달아오른 장관을 구경하는 묘미가 있다. 거기에 기암봉과 바위절벽이 산재한 산릉을 따라 이어지는 산성이 한데 어우러져 더욱 멋스럽다. 국내의 다른 지역 산에서 보기 어려운 풍광이다. 화왕산의 봄이 인기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화왕산 등산로는 정상 억새밭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여러 코스가 있다. 그중 진달래 군락 감상을 겸한 산행엔 자하골 코스(자하골 매표소~화왕산장~전망대~암릉~배바위~남문~동문~정상~서문)나 옥천 매표소~임도 코스(옥천 매표소~임도~동문~남문~배바위~서문~정상~서문)가 제일 무난하다.

화왕산성에 접근하는 가장 빠른 코스는 역시 자하골 코스다. 매표소를 지나 넓은 산길을 5분쯤 오르면 길이 좁아지다가 계곡 중간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오른쪽이 화왕산장을 지나는 자하골 코스고 왼쪽은 도성암 코스다. 오른쪽 길을 따르면 곧 벤치와 운동시설이 갖춰진 솔밭이 나타난다. 이어 화왕산장을 지나 약 100m 지점에 다다르면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는 갈림길이다. 자하골 코스로 가려면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 길은 낙엽송 숲 사이로 10분쯤 이어지다가 이윽고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커다란 바위들 사이로 돌계단이 놓여 있는데 경사가 매우 가팔라 오르기 힘들다. 오죽하면 이 코스의 고갯마루를 ‘환장고개’라고 부르겠는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른 비탈길을 지나 고갯마루에 오르면 화산 분화구처럼 거대한 분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십리 억새평원이다. 성벽에서 바라보는 성 안의 억새밭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억새꽃은 가을에만 볼 수 있지만 봄에도 바람에 너울거리는 억새 군락이 장관이다. 화왕산장에서 환장고개까지 가파른 구간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이 코스는 가장 짧은 시간에 화왕산성에 오를 수 있어 화왕산을 찾는 등산객 대부분이 이용한다. 그래서 봄·가을로 심각한 정체현상이 나타난다. 평소 50분 정도면 하산할 수 있지만 성수기에는 3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이때는 간혹 사람들에게 밀려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사람이 많을 때는 도성암 코스로 하산하는 것이 안전하다.

자하골 코스는 빠르긴 하지만 볼거리가 없다. 산길을 걸으며 조망을 원한다면 전망대 코스가 적격이다. 화왕산장~전망대~화왕산성으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바위와 암릉으로 이루어진 능선길이라 훨씬 다양하고 재미있다. 조망도 뛰어나 험준한 풍광의 화왕산은 물론 산 아래 창녕읍과 우포늪 일원의 넓은 들판도 감상할 수 있다.

화왕산장 위의 솔밭으로 접어들면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에 전망대나 제1등산로 방향을 따라 간다. 계단길을 통해 숲 지대를 빠져나가면 곧 사방이 트이는 암릉길이 시작된다. 화왕산장에서 10분 거리에 자하정(紫霞亭)이라는 쉼터가 있다.

자하정 이후 고도는 한결 빨리 높아진다. 바윗길이 계속 이어진다. 안전을 위해 밧줄이 매져 있는 바윗길을 1시간쯤 오르면 능선 상부에 이른다. 이어 장군바위 코스와 합류한 뒤 왼쪽으로 얼마쯤 걸으면 억새밭이 눈앞에 펼쳐지는 평평한 암부 위에 선다. 산불감시초소는 화왕산성 남쪽 모서리. 여기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서 배바위~남문~동문~화왕산으로 이어지는 산성 일주를 하면 된다.

한우산 찰비골의 구불구불한 임도와 붉은 진달래밭. ⓒphoto 영상미디어
한우산 찰비골의 구불구불한 임도와 붉은 진달래밭. ⓒphoto 영상미디어

교통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창녕나들목→좌회전→24번국도→창녕여중→화왕산 자하골 주차장

·서울→창녕 서초동 남부터미널(ARS 521-8550)에서 매일 5회(09:45~17:05) 운행. 요금 1만9000원, 4시간 소요.

·부산·대구·마산·밀양 등지에서 창녕까지 시외버스가 수시로 운행한다.

·창녕→자하골 매표소 도보 30분 소요, 택시 3000~4000원.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200원, 주차료 승용차 2000원.

숙식

화왕산 입구에 토담산장(055-533-2022) 등 민박집과 식당이 여럿 있다. 창녕 읍내엔 창녕장(055-533-2323), 세림장(055-533-8176), 명동장(055-532-9356) 등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읍내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의 부곡온천에 부곡하와이관광호텔(055-536-6331), 부곡로얄호텔(055-536-6970) 등이 있다.

주변 명소

생태계의 보고 우포늪

창녕읍에서 20번 국도를 따라 20분쯤 가면 우포늪에 닿는다. 대합면 이방면 유어면 일대에 걸쳐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 쪽지벌 이렇게 4개의 늪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곳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물새서식지로서 총 342종의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귀식물로 잎의 지름이 1m가 넘는 가시연꽃을 비롯하여 노랑어리연꽃·마름·생이가래 같은 습지식물과 어류·수서곤충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곳은 많은 철새들이 해마다 날아오는 도래지로도 유명하다. 1997년 생태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1998년엔 국제습지조약 보존습지로 지정되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의령 한우산

진달래와 철쭉이 만드는

붉은 꽃밭

경남 의령의 한우산(寒雨山·764m)은 진달래와 철쭉이 연이어 피는 독특한 봄꽃 산행지다. 이곳 진달래는 철쭉과 거의 1 대 1 비율로 섞여 자라고 있어 진달래가 지면 그 자리에 거의 비슷한 규모의 철쭉 군락이 꽃을 피운다. 그래서 4월부터 5월까지 늘 붉은 꽃을 볼 수 있다.

특히 한우산과 연결된 산성산(山城山·741.1m) 능선의 진달래 군락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봄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다. 이곳의 화려한 꽃밭은 군데군데 남아있는 산성(山城)의 흔적과 함께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군락지가 등산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꽃밭 속으로 들어가기는 쉽지 않지만,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한우산의 옛 이름은 찰비산으로 ‘한여름에도 차가운 비가 내리는 산’이란 뜻이다. 이 의미를 그대로 한자로 옮겨, 찰 한(寒) 자, 비 우(雨) 자를 쓴 것이다. 지금도 한우산 계곡은 여전히 찰비골로 불리며 한여름에도 이불 없이는 잠을 청할 수 없을 정도로 시원해서 피서지로 인기 만점이다.

한우산과 산성산의 진달래 개화 시기는 4월 중순경이다. 이곳은 인근 지역의 진달래 명산인 창원 천주산이나 마산 무학산보다 약간 북쪽이긴 하지만 개화 시기는 거의 비슷하다. 고도에 따라 하루 이틀 늦어지는 정도다. 붉게 물든 산자락을 감상하길 원한다면 방문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산행은 찰비골 입구의 벽계 마을 상단에서 시작한다. 궁류면사무소에서 6㎞쯤 떨어진 벽계저수지 상단의 다리를 건너 언덕을 1.5㎞ 정도 오르면 오른쪽에 민가로 이어지는 샛길이 보인다. 이 마을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산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이 시작된다. 이 산길은 산성산 북쪽 능선으로 이어지는데 완만한 경사를 따라 30분이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고갯마루에 오를 수 있다.

능선에 올라선 뒤 남쪽으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첫 번째 목표인 산성산이다. 산성산은 정상과 그 남쪽 봉우리 동쪽 사면에 반원형 토성이 구축되어 있다. 삼국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주로 흙을 이용해 7~8m 높이로 쌓아올린 것이다. 산 이름도 이 토성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주능선에 오르면 길이 좁고 가팔라진다. 마을을 떠나 1시간이면 산성산 정상부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는 ‘산성산 741.1m’라고 쓴 정상석이 있다. 이어 산길은 남쪽을 향해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간다. 숲을 빠져나가면 억새밭이 나타나고 가끔 서쪽으로 절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825m봉을 오르다보면 동쪽 지능선 위에 널찍한 주차장과 화장실을 갖춘 전망대가 보인다. 승용차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비된 임도가 이곳까지 이어진다. 전망이 좋은 825m봉을 거쳐 잠시 내려서면 임도를 만난다. 이곳의 널찍한 공터에서 한우산 철쭉제가 열린다. 이 임도에서 15분이면 한우산 정상에 선다.

정상에서 주능선의 내리막길을 타고 조금 내려서면 안부의 활공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북쪽 사면에 진달래가 만발해 있다. 이곳도 군락지의 규모가 제법 크다. 산성산 정상부와 마찬가지로 철쭉과 진달래가 혼재해 자라고 있다. 활공장 일대는 한우산에서 철쭉이 가장 화려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철쭉제가 열리는 5월 초에는 활짝 핀 철쭉꽃을 만날 수 있다.

활공장에서 계속해 주능선을 타면 북쪽 초원지대로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하산은 찰비골을 통하는 것이 편하다.

벽계 마을에서 시작해 산성산~825m봉~한우산~활공장까지는 3시간 반이면 주파할 수 있다. 여기서 찰비골을 통해 1시간만 내려가면 출발지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교통

산성산에서 한우산으로 이어진 능선길의 진달래밭을 걷고 있는 등산객. ⓒphoto 영상미디어
산성산에서 한우산으로 이어진 능선길의 진달래밭을 걷고 있는 등산객. ⓒphoto 영상미디어

·자가운전 대전·통영고속도로→단성나들목→20번국도→대의교차로→33번국도→합천 쌍백면 소재지(우회전)→1041번지방도→평촌삼거리(우회전)→벽계관광지

·서울→의령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의령까지 1일 3회(09:00, 13:00, 16:30) 시외버스가 운행한다. 4시간50분 소요. 부산에서는 1일 17회, 진주에서 1일 14회, 마산에서 1일 31회 의령행 버스 운행. 의령 시외버스터미널 (055)573-2112.

·의령에서 궁류면 소재지까지 시내버스 1일 9회 운행. 궁류면 소재지에서 벽계 마을까지 택시 이용. 궁류택시 (055)572-8026.

숙식

숙박은 벽계관광지 부근의 펜션과 민박집을 이용한다. 찰비펜션관광농원(055-572-9573), 벽계한우산민박(055-572-6832), 정자나무집(055-572-7832), 벽계식당(055-572-7830). 의령의 먹거리는 자굴산 지역에서 사육하는 칡한우가 유명하다. 우수한 송아지를 고급육 사양프로그램으로 사육하고 있으며 칡(갈근) 첨가 사료를 먹여 키운다. 문의 의령축협 (055)573-5600

키워드

#여행
김기환 월간산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