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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234호] 201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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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트렌드]타이거맘은 가라 스칸디맘이 온다

권위보다는 자율 억압보다는 조력 북유럽식 자녀교육법 주목 김난도 교수 새 트렌드 전망

박소영  기자 

“성교육은 유치원부터 하라. 개방적인 성(性)문화를 가진 북유럽에서는 6~7세부터 성교육을 한다. 그 결과 10대 임신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어린이에겐 단순한 일상이 최고다: 학원이나 컴퓨터게임보다는 산책이나 수영이 좋다.”
   
   지난해 3월 25일자 영국 신문 더타임스가 소개한 스칸디나비아식 자녀 양육법 중 일부다. 권위보다는 자율, 억압보다는 조력을 내세운 스칸디나비아식 교육법이 내년 한국 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같은 의견을 내놓은 사람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오른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그는 최근 ‘트렌드코리아 2013’이란 책을 출간하고 “내년에는 북유럽식 자녀 교육법이 우리나라의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합리적 교육 중시하는 30대 엄마
   
   김 교수는 2006년 연말부터 새해 트렌드를 정리한 책을 매년 발표해 왔다. 김 교수는 이번 책을 통해 ‘스칸디맘’이란 신조어를 제시했다. 스칸디맘이란 자녀와의 정서적 교감, 합리적 교육을 중시하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30대 엄마들을 말한다.
   
   김 교수가 새로운 트렌드로 예측한 스칸디나비아식 자녀 교육법은 올 한 해 영국 사회를 강타한 것이다. 북유럽식 자녀 교육법은 페이스북이나 핀터레스트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영국 30대 부모 사이에서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앞서 소개한 더타임스의 기획기사 역시 이런 영국 사회의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더타임스의 당시 기사 제목은 ‘타이거맘은 잊어라, 스칸디 대디가 온다’였다. 더타임스는 “엄격한 자녀교육을 뜻하는 ‘타이거맘’(호랑이 엄마·예일대 로스쿨 에이미 추아 교수가 2011년 자신의 저서 ‘타이거 마더’에서 주창한 개념) 대신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상한 아빠 중심의 교육법인 ‘스칸디 대디’ 열풍이 서유럽을 휩쓸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양육법 외에도 ‘가정의 중심은 가족 구성원 전체다’ ‘폭력·고함은 절대 금지한다’ ‘종종 자녀들과 함께 밖에서 놀아라’ ‘일곱 살 전엔 글 읽기를 가르치지 않는다’ 등 여덟 가지 방법을 더 소개했다.
   
   김 교수의 주장이 영국을 포함한 서유럽의 경향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교육의 주체가 여전히 엄마라는 점이다. 즉 영국이 아버지 중심의 스칸디 대디를 내세웠다면, 한국에서는 스칸디맘이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가 소개한 스칸디맘의 특징을 살펴보면 이들은 아이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칸디맘은 자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지 않는다. 엄마가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자녀 교육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고 할 경우 이들은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이 가정주부로서의 삶이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한다. 이전 세대 엄마들이 대부분 자녀 교육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것과는 대조적이다.
   
   
▲ 스칸디나비아식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한 영국 웹사이트들.

   자녀 인생의 주연이 아닌 조력자
   
   또 고도성장기에 태어나 소비에 대한 죄책감이 적은 이들은 자신을 가꾸고 꾸미는 데 엄격하다. 스칸디맘은 내 자식도 사랑하지만 나 자신도 사랑하는, 자기애가 넘치는 엄마들이다. 김난도 교수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가보면 아이들 학원 아래층에 피부관리숍이나 네일숍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엄마들이 학원 간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자기 소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기 생활’을 추구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난 예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칸디맘은 자녀와 드레스코드를 맞추거나 같은 아이템을 이용해 모녀(母女)룩, 모자(母子)룩 등의 특별한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디자인 분야에서는 절제된 북유럽 스타일을 선호한다.
   
   교육에 대한 생각도 이전 세대 엄마들과는 다르다. 스칸디맘은 자녀의 인생에 ‘주연’이 아닌 ‘조력자’일 뿐이다. 자녀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기보다 자녀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암기식·주입식 교육을 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원칙이다. 지도보다는 교감에 중점을 두고, 훈육이 아닌 소통을 시도한다. 캠핑, 공연 감상 등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 문화적 접점을 찾는다.
   
   스칸디나비아식 자녀 교육이 휩쓸고 지나간 영국 사회를 보면 이러한 교육방식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에 스칸디나비아식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한 웹사이트 중 가장 유명한 ‘리틀스칸디나비안’(littlescandinavian.com)을 보면 그런 변화들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사이트는 매일 메인 화면에 스칸디나비아에서 유행하는 자녀교육법의 일부를 업데이트하는데 이는 국내에서는 흔히 접하기 힘든 개념이다.
   
   
   30대 엄마들이 우리 사회 바꾼다
   
   예를 들어 11월 28일자에는 ‘크리스마스 카드에 넣을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이란 내용의 글이 올라와 있다. 11월 13일에는 ‘스칸디나비아식 달력 만드는 법’도 소개했다. 이 달력은 날짜별로 작은 주머니가 달려 있어 부모가 메모를 적어 넣을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자녀가 사용하는 물건 하나에도 스칸디나비아식 교육 철학을 담는 것이다.
   
   이러한 스칸디나비아식 자녀교육법은 사실 국내에서도 전혀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최근 한국 부유층 가정 사이에서 명품 유모차로 이름을 알린 것들은 대부분 북유럽 제품이다. 북유럽산 유모차는 엄마와 아이의 양대면이 가능하고, 엄마의 동선을 고려해 시트가 높게 설계됐다는 특징이 있다. 또 북유럽산 아동용 가구 중에는 아이가 자라면서 형태를 변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들도 있다. 아기띠 하나도 아이가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다.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선호하는 것도 스칸디나비아식 자녀교육 방법의 하나다. 유기농 면을 사용한 친환경 장난감, 옥수수 전분·밀 전분을 사용한 기저귀 등은 모두 이 지방 스타일이다.
   
   김난도 교수는 책을 통해 “북유럽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30대 엄마들이 크게 늘고 있고, 이들이 향후 10년간 우리 사회를 크게 바꾸게 될 것”이라며 “교육 방식의 변화로 사교육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것이고, 기업들 역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 추구하는 실용성·친환경성 등을 고려한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지오의 이현미 소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스칸디맘, 스칸디 대디 신드롬은 대한민국 사회의 장기적 트렌드가 될 전망이며, 엄격한 교육을 친밀한 교육으로, 주입식 교육을 소통식 교육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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