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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1호]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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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은 부유한데 왜 행복해 보이지 않나?”

명상 통해 과학 푸는 물리학자 미나스 카파토스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드림온’ 저자 

▲ 미나스 카파토스 박사 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월 6일 국내의 대표적 강연프로그램인 CBS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녹화 현장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1000여명의 청중이 일제히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간 것이다. “숨을 몸 한가운데로 모으세요. 잠시 멈춘 후 다시 숨을 내뱉습니다. 중요한 것은 숨을 내쉬거나 들이마시는 그 정확한 시점에 잠시 멈추라는 것입니다. 이제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여러분의 숨을 따라가세요.”
   
   무대 위에서 명상을 지도하던 사람은 스님이 아니다. 전문적인 명상가나 요가 마스터도 아니다. 그는 회색 눈의 외국인, 그것도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였다. 그리스 출신의 미국인 미나스 카파토스(Menas C. Kafatos·69) 교수가 주인공. 최근까지 미국 채프먼대학 부총장으로 일한 그는 양자역학, 천체물리학 관련한 수많은 연구들을 과학저널에 발표하면서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된다.
   
   이날 그는 양자역학의 이론과, ‘나는 누구인가’라는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연결시켰다. 예를 들면 양자역학에서는 ‘관찰 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그 유명한 ‘양자의 이중 슬릿 실험’이다. 빛이 입자인가, 아니면 파동인가를 밝히기 위해 과학자들은 두 개의 좁은 틈으로 빛을 비추어 보냈다. 그런데 빛은 입자처럼 틈새를 통과해 반대편에 틈새 모양 그대로 나타나기도 하고, 파동처럼 물결무늬로 나타나기도 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궁금했던 과학자들은 슬릿 옆에 감시기를 설치했다. 그러자 파동 현상이 없어지고 빛은 오직 입자의 형태로만 나타났다. 즉 빛은 관찰자가 나타나자마자 마치 우리의 행동을 ‘알고 있다는 듯이’ 자신의 형태를 바꾼 것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결국 과학자들은 ‘관찰자의 의식적 간섭이 결과에 직접적 변화를 가져온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었다.
   
   카파토스 교수는 ‘나’라는 존재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의식적으로 나 자신을 관찰하지 않으면 인생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의 진짜 모습은 언제나 수식어에 가려져 있다. ‘나는 키가 작아, 나는 돈이 없어, 사회적으로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루저야.’ 거울 속에서 일상적으로 보는 나, 또는 타인에 의해 규정된 나로 살아간다. 주체적으로 나 자신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에게 집중 못하게 하는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시간이다. “과거는 기억으로만 존재합니다. 미래는 훗날의 계획으로만 존재하지요. 둘 다 우리 생각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지 실제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으로 괴로워하고 미래를 불안해 하면서 현재의 나에 집중하지 못하지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바로 지금, 현재의 나를 관찰해야 합니다.”
   
   카파토스 교수가 말하는 나를 관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명상’이다. 오랫동안 인도식 명상을 직접 배우고 수행해 왔던 그는 명상을 통해 양자역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학문적 영감도 얻었다고 했다. 과학과 영성은 그에게 있어 오랫동안 하나의 존재였다.
   
   지금은 과학과 종교의 영역이 전혀 다른 분야로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에게는 완전한 하나의 영역이었다. 지중해 크레타섬, 신(神)들의 땅에서 태어난 카파토스 박사는 어렸을 때부터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별을 올려다보며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나?’라는 질문을 하곤 했다. 그리고 그냥 ‘느낌으로’ 별에서 왔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예술적 재능이 넘쳤던 그에게 부모는 파리에 가서 화가가 되라고 했지만, 그는 미국에 가서 과학자가 됐다. 코넬과 MIT, 그리고 NASA에서 어렸을 때부터 그리워하던 그의 ‘고향’, 우주를 탐구했다. 그리고 30여년간 조지메이슨대, 아테네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쳤다. 소문난 일중독자인 그는 그동안 과학자로서 수많은 연구 성과를 냈고 그 우주의 비밀에 한발 한발 접근했다. 지금까지 500억원 정도의 정부지원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과학만으로는 풀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다.
   
   예를 들면 양자물리학은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은 없다고 말한다. 앞서 말한 양자의 이중 슬릿 실험은 관찰자에 의해 공간적으로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냈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움직이는 관찰자의 시계는 정지해 있는 관찰자의 시계보다 상대적으로 더 천천히 움직인다. 동일한 사건이라도 정지해 있는 관찰자의 시계로 재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고 빨리 움직이는 관찰자의 시계로는 찰나나 1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관찰자가 있다면 그에게는 시간이 멈춰 영원한 현재일 수도 있다. 절대적인 시공간의 개념이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모든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준다.
   
   때문에 많은 과학자가 과학을 통해 신에게 접근했다. 닐스 보어처럼 동양사상에 빠진 과학자들도 많았다. 카파토스 교수 역시 우주와 양자역학에 대한 탐구가 자연스럽게 그를 인도 명상으로 이끌었다. 현재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명상의학 전문가 디팩 초프라 박사와 다양한 강연활동을 벌이고 있다. 디팩 초프라 박사는 초프라 재단, 초프라 웰빙센터 설립자로서 오프라 윈프리 쇼에 7회나 출연하는 등 미국 사회에 대중적인 명상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두 사람은 인문학·물리학·의학·종교를 넘나드는 ‘대화형 강의’로 미국 전역을 돌며 많은 이들에게 과학과 영성이 결합된 새로운 앎의 지평을 보여주고 있다.
   
   카파토스 박사가 이번에 한국에 오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이번 한국 방문 기간 동안 공동으로 책을 집필하고 있다. 그의 파트너는 지난해 ‘김미경쇼’로 인연을 맺은 필자다. 언뜻 보기에 우리 둘은 공통점이 별로 없어 보인다. 국적도, 성별도, 나이도, 전문 분야도. 그러나 그는 전혀 문제가 아니라며 웃었다.
   
   “대립물이 서로 공존할 수 있다는 게 양자역학의 기본 원칙이니까요.(웃음) 저는 과학적인 이론에 강한 만큼 김미경 원장은 이런 과학이 우리의 삶과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잘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이 이 책을 보고 ‘삶의 속도를 늦춘다’는 의미를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일단 ‘세바시’에서 한국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영어로 된 강의에다 다소 심오할 수 있는 주제였지만, 청중은 그와 함께 호흡하며 명상에 빠져들었다. 카파토스 박사는 “그동안 수많은 강연을 했지만 한국인처럼 열심히 강의를 메모하고,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처럼 반가워하는 이들은 처음 봤다”며 활짝 웃었다.
   
   카파토스 교수는 한국에 유독 애정이 많다. 그의 부인이자 동료교수인 수잔 양 박사(신경과학)가 한국인이라 이곳은 자신의 고향만큼이나 친밀하단다. 그가 유난히 좋아하는 것은 한국 음식과 한국 드라마. 특이하게도 그는 ‘발 냄새 난다(!)’는 청국장과 된장찌개를 잘 먹는다. 드라마는 특히 사극을 좋아하는데 최근에 ‘광개토대왕’과 ‘각시탈’을 감명 깊게 보았다고 한다. 기분이 좋으면 부인에게 한국어로 ‘폐하!’를 외치는 로맨티시스트이기도 하다.
   
   “한국과 제 고향인 그리스는 여러모로 닮은점이 많습니다. 전통과 역사가 깊다는 점, 주변에 늘 긴장감을 높여주는 강력한 나라들이 있다는 것도요. 무엇보다 두 나라 사람 모두 감정 기복이 좀 심하달까요. 행복과 불행의 극단을 왔다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점은 좀 안타깝지요.”
   
   특히 그는 “한국은 충분히 부유한데도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놀랐다”며 삶의 부피를 키우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잠깐 숨을 멈추고,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발견할 때, 우리의 영혼은 비로소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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