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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수의 보이차 이야기]  한 시즌 거래에 수조원대… 차산은 돈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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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8호] 201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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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보이차 이야기]한 시즌 거래에 수조원대… 차산은 돈 잔치

서영수  영화감독 

▲ 고차수에 기생하는 야생란.
차산(茶山)의 봄은 돈이 넘친다. 고수차(古樹茶)를 찾아 전 세계에서 몰려든 차상들은 자동차 트렁크에 현금을 가득 실고 고차수다원(古茶樹茶園)을 누비고 다닌다. 성지를 순례하듯 윈난(雲南)의 깊은 산골을 줄이어 찾아오는 보이차(普茶) 애호가들의 관광행렬과 차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열기로 차산의 좁고 험한 산길은 시내처럼 붐빈다. 3월과 4월 사이에 원하는 찻잎을 차산에서 직접 구하지 못하면 그해의 고수차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고수차 전문 차상들은 조금이라도 많은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차산에서 숱한 밤을 지새운다.
   
   고수차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지난해에만 무려 1조7500억원을 투입한 우림고차방(雨淋古茶坊)의 고수차 수매담당 부장을 부랑산(布朗山)에 있는 라후족(拉祜族) 차농의 집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차농에게 줄 선물을 잔뜩 들고 온 그는 “생태환경이 좋은 양질의 고차수를 갖고 있는 차농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가을부터 지금까지 집에도 못 가고 차산 탐방과 초제소(初製所) 건립에 매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동안 눈치를 살피다가 내가 차상이 아닌 줄 알고는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는 “이 집 주인이 이미 다른 사람과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웃돈을 주고서라도 소량이나마 사러 왔다”며 고수차 구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수매담당자답게 초면인 나에게도 다른 차산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애썼다. 2012년 설립되어 2년 만에 보이차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우림고차방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경영방식과 고가판매 전략은 다소 문제가 있지만 그의 열정만큼은 대단하였다. 고수차 전문 보이차 생산자들은 모차(毛茶)를 만드는 시기인 봄뿐 아니라 수시로 차산에 올라와 고차수의 상태도 살피면서 차농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만 원만한 거래가 지속가능하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하려는 고수차의 인기와 열풍은 2009년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하여 지금은 폭발 일보 직전의 과열 상태다. 이제는 거금을 주고도 사기 힘든 고수차는, 대만의 유명한 차인(茶人) 덩스하이가 1995년에 멍하이(海)에 와서 고수차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차농에게 인건비만 얹어주면 손쉽게 구할 수 있던 물건이었다. 그때는 고수차의 가치를 아는 사람도 드물었고 가격 또한 대형 차창에서 생산한 병배차(竝配茶)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밀식재배한 밭차보다 수확량이 적고 가격을 더 받을 수도 없는 고수차를 심지어 채차(採茶)하기 좋게 왜화(倭化)시키거나 아예 뿌리째 뽑아버려 옥수수를 심기도 했다. 같은 무게의 옥수수보다 못한 대접을 받던 시절이 불과 20여년 전이었다.
   
   그 시절은 질보다 생산량이 우선인 시기였다. 추위에 강하고 생산량이 많은 국가급 우량개량종 차나무 운항 10호와 14호의 전성기였다. 차농들은 넓고 완만한 구릉에 운항 10호와 14호를 무성생식으로 심어 밀식 재배하여 기지차(基地茶)를 생산하였다. 경사진 산비탈까지 활용하여 계단식으로 차밭을 조성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아낌없이 뿌려 대지차(臺地茶)를 대량 생산했다. 이 대지차에 조수악퇴발효(潮水渥堆酵) 기법을 사용하여 대량 생산하는 숙차(熟茶)의 원료로 사용하였다. 당시 차밭과 산속에 드문드문 서 있는 고차수는 귀한 몸이 아니라 제거 대상이었다.
   
   하지만 요즘 생활수준이 높아지며 비료와 농약으로부터 자유로운 고수차를 찾는 중국인이 많아졌다. 보이차 소비와 투자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과 선호도 변했다. 씀씀이가 커진 중국인들이 수령이 100년 이상 된 고차수의 아엽(芽葉)을 순료로 한 고수차를 선호하기 시작하며 보이차 시장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생겼다. 이에 따라 윈난 차산의 고수차 가격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상승하였다. 인기 차산의 올해 고수차 모차 가격은 1㎏에 350만원을 뛰어넘을 정도다. 이처럼 비싼 몸값에도 불구하고 고수차가 없어 못 구하는 것이 차산의 오늘이다. 소비자와 상인 모두가 매년 수직상승하는 고수차 가격에 아우성이다.
   
   비싸도 너무 비싼 고차수 가격과 관련해 투기 여부를 알고 싶어 전문가를 찾아나섰다. 200개가 넘는 보이차 제조업체가 모여 있는 멍하이현에서 지인의 소개로 어렵게 만난 70대 중반의 쩡윈롱(曾雲榮) 중국차엽유통협회 이사는 중국국제차문화연구회 등 차 관련 단체의 직함을 8개나 갖고 있는 차업 전반에 대한 핵심 전문가다. 차산지의 부침(浮沈)을 평생 동안 현장에서 보아온 산증인이다.
   
   쩡윈롱 이사에게 매년 치솟는 고차수 가격의 거품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그는 “일부 차산이 투기세력에 오염되어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해마다 투기자본에 휩쓸리는 차산이 늘어가지만 돈을 좇아가는 차농을 막을 묘수는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투기세력의 존재보다 더 큰 근본적인 원인은 급격히 팽창한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가격이 저렴한 대지차와 병배차에 만족하던 중국인들은 대만과 한국에서 먼저 인정한 고수차와 순료(純料)의 가치는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제 풍부해진 자금력으로 싹쓸이를 하려 한다. 앞으로도 고수차 구매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유명한 차산의 고차수의 맛과 차기(茶氣)가 예전보다 못하다는 쩡윈롱 이사는 “예전에는 봄, 가을에만 채차하던 것을 지금은 연중 수시로 채차를 하고 있다. 잦은 채차로 시달린 고차수 찻잎의 겉모습은 얼핏 같아 보여도 내재된 유효성분과 차기가 부실해진다”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차품에 비하여 가격이 안정되어 있는 차산과 아직은 널리 안 알려진 차산이 제법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실 유명세를 타는 인기 차산이 아닌 상당수 차산의 고수차 가격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차와 비슷한 수준인 곳도 많다. 고수차를 좋아하는 애호가들을 위하여 아직은 가격 대비 우월한 차산이 남아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보이차가 노차가 되려면 기나긴 세월이 필요하지만 진위를 가리기도 힘들고 진품이라 할지라도 습(濕)으로부터 자유로운 노차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해 후(後)발효해 대지차보다 숙성도 훨씬 빠르고 만든 첫해부터 바로 즐길 수 있는 고수차는 노차 대신 중국의 신흥부자들에게 건강관리와 부를 과시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보이차 상식
   
   고수차란?
   
   고수차는 수령(樹齡) 100년 이상된 교목고차수(喬木古茶樹)에서 채차한 찻잎으로 만들며 대수차(大樹茶)라고 하기도 한다. 수령이 100년 이하인 차나무를 소수차(小樹茶)라 하지만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한 개량종과는 다르다. 왜화된 고차수의 찻잎은 수령이 100년 이상이 되었다고 해도 고수차로 인정하지 않는다. 고수차의 정점(頂點)을 야생차(野生茶)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야생차는 독성이 강하여 일반적인 음용에 부적합하다. 야생차 채취도 법으로 금하고 있다.

서영수
   
   1956년 부산 태생. 유현목·이두용 감독 밑에서 영화를 배운 뒤 1984년 영화감독으로 데뷔.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조예가 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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