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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302호] 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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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보이차 이야기]윈난산의 10분의 1 가격, 미얀마산 고수차의 도전

서영수  영화감독 

보이차 상식
고차수는 해발 1000~2400m의 원시림에 서식한다. 일교차가 큰 산악 기후의 특성상 안개가 잦고 수시로 피어오르는 구름의 영향으로 태양의 직사광선보다 부드러운 산광(散光)을 많이 받는다. 찻잎이 웃자라지도 않고 조직이 부드러우며 인체에 유익한 유효성분을 적절히 갖게 된다. 수령이 오래된 고차수는 뿌리가 깊고 주간(主幹) 조직이 촘촘하여 장마와 가뭄에도 영향을 보이지 않아 맛이 깊고 차기(茶氣)가 세다.
▲ 미얀마의 봄을 살찌우는 고수차의 새싹.
미얀마가 보이차의 새로운 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미얀마에는 오래된 차나무인 고차수(古茶樹)가 널려 있다. 이 차나무는 물론 보이차나무다. 이들 고차수에서 나는 보이차를 가리키는 고수차(古樹茶)는 강제 숙성시킨 일반 보이차보다 훨씬 비싸다. 지금까진 중국 윈난성의 고차수 보이차가 수량이 한정돼 있었던 탓에 고수차 가격이 순료(100% 고차수) 기준 357g에 50만~100만원으로 비쌌다.
   
   윈난성 고수차와 동일한 미얀마의 고수차를 노리고 홍콩 자본이 뛰어들었다. 지난 2월 초 미얀마 동북부 샨주(Shan State)에 있는 코캉(Kokang)자치구위원회의 백소성(白所成) 주석은 홍콩신억자산유한공사(香港信億資産有限公司)와 협력을 선언했다. 홍콩신억공사가 100% 출자한 독자기업 형태로 ‘코캉차업총공사(果敢茶業總公司)’를 설립, 코캉자치구 안에 있는 모든 차엽(茶葉)에 대하여 일괄수매와 판매에 대한 독점권을 확보하고, 코캉과 미얀마의 차산업 부흥과 발전에 기여한다는 내용이었다.
   
   코캉에는 최고급 보이차를 만들기 위한 원료인 수령(樹齡) 200~300년의 고차수가 100만 그루 정도 있다. 코캉에선 나이 어린 고차수도 수령이 100년 이상이다. 비싸기로 유명한 윈난의 반장차구(班章茶區)가 연간 고차수 보이차 최대생산량이 50t인 데 반하여 코캉은 봄과 가을에 단 2회 채차(採茶)만으로 연간 5000t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
   
   코캉은 윈난성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윈난산 대엽종과 똑같은 양질의 고차수가 생태환경이 훌륭한 자연림에서 자생한다. 윈난성과 코캉은 지형이 같다. 양국 국경에는 해발 3200m의 대설산(大雪山)이 있다. 대설산의 동쪽에는 윈난의 고차수 중에서도 최고로 대접받는 빙다오(島) 지역이 있으며, 서쪽에는 막 기지개를 켜는 코캉의 고차수 다원이 펼쳐져 있다.
   
   코캉산(産) 고수차(고차수 보이차)는 8월에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얀마산 고수차는 기존 고수차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윈난산 고수차의 10분의 1 가격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고수차 애호가들은 저렴한 가격에 차를 마실 수 있게 됐다.
   
   코캉은 오래전부터 차의 명산지였다. 코캉은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영국 왕실과 귀족을 위한 최고 품질의 홍차를 공급하는 차 생산기지였다. 또 차학전문가들이 코캉 지역에서 1500년 된 고차수를 발견하여 보고함으로써 2014년부터 미얀마 코캉자치구는 세계 차 발원지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의 윈난과 더불어 세계 차 발원지로 새롭게 기록된 것이다.
   
   미얀마산 보이차의 등장은 중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보이차의 종주국을 자처해왔고, ‘보이차=윈난산’이 국제적으로 정착돼 가고 있었다. 미얀마가 보이차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신규 참여하면 중국이 그동안 쌓아온 종주국 지위와 보이차 시장의 질서가 크게 흔들린다.
   
   중국 정부는 2008년 12월 1일 보이차의 정의를 ‘윈난 지역 대엽종 차나무 잎을 사용해서 자연건조시킨 원료로 만든 생차와 숙차’라고 공표했다. 중국국가품질검사총국이 2009년 6월 1일부터 시행한 ‘보이차 지리표시 상품보호관리법’의 핵심도 보이차는 ‘윈난성 원료’로 못 박아 배타적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중국 내의 다른 성에서 만든 차에는 ‘보이차’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
   
   미얀마가 보이차 생산에 뛰어든 것은 정세 변화와 관련이 있다. 중앙정부의 정책이 바뀌었다. 135개 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인 미얀마연방공화국의 테인 세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TV 연설에서 “정치에 이어 경제 분야에서도 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미얀마 내 기업 지분을 100%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콩신억자산유한공사가 코캉자치구위원회와 MOU를 체결한 것은 중앙정부의 이런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코캉자치구와 중앙정부 간의 내전 종식도 큰 이유다. 미얀마가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60여년 동안 코캉자치구의 코캉족 반군은 중앙정부에 대항해 무장 투쟁을 벌여왔다. 반군은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미얀마 정부군과 2009년 8월 초 치열한 전투를 치르기도 했다. 한 달여의 소탕작전을 피하여 코캉 지역 주민 15만명 중 3만7000여명이 중국 윈난성 난산(南傘)으로 피신했다. 코캉족 지도자 펑자성(彭家聲)의 무장반군이 2009년 8월 30일 중국 국경을 넘어와 중국 국경 경찰에 투항함으로써 교전은 끝났지만 피란민 중 상당수는 미얀마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2011년 출범한 테인 세인 대통령의 미얀마 신정부와 불안한 평화를 유지하던 코캉자치구는 코캉의 고차수를 이용하여 차산업을 부흥시키기로 최근 중앙정부와 합의했다.
   
   코캉 지역과 중국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은 1840년부터 코캉에서 양귀비를 재배하고 아편을 제조하여 중국에 공급했다. 이때부터 코캉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골든트라이앵글’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곳으로 속칭 ‘마법의 땅’이라 부른다.
   
   본명인 장치푸(張記福)보다 마약왕 쿤사(KUNSA)로 오명을 떨치다가 2007년 10월 26일 숨진 쿤사가 미얀마 정부로부터 독립을 선포했던 샨주에 코캉자치구가 속해 있다. 코캉 지역의 소수민족은 중국계가 대부분이다. 중국 윈난에 사는 소수민족인 부랑족(布朗族)과 와족(族)을 비롯하여 명나라 유민에 뿌리를 둔 한족(漢族)까지 합류해 있다. 이들을 통칭하는 코캉족은 공용어로 중국어를 사용한다. 자신들을 코캉이 아닌 중국식 발음인 궈간(果敢)이라 부르며 화폐도 중국의 인민폐를 사용한다. 심지어 이동통신도 중국 회사를 이용하고 있다. 난민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이 2009년에 미얀마 정부의 공격을 피해 넘어온 코캉족을 받아준 것도 국적은 다르지만 정서적으로는 같은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고수차 생산의 강자로 나서려는 코캉이 고수차 수요에 목마른 중국 시장을 최우선으로 겨냥했다. 차를 단순한 식품이 아닌 문화적 자긍심으로 여기는 중국이 보이차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미얀마의 보이차 산업을 어떻게 바라볼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영수
   
   1956년 부산 태생. 유현목·이두용 감독 밑에서 영화를 배운 뒤 1984년 영화감독으로 데뷔.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조예가 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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