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진으로 말하다’ 중 보리수와 여인. digital print, 40×40inch, 2011
‘인도, 사진으로 말하다’ 중 보리수와 여인. digital print, 40×40inch, 2011

‘가까이 있을 때는 전체가 보이지 않는다. 그 커다란 나무를 보기 위해 나무 주변에서만 맴돌았지 멀리서 볼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반대편에 서서 나무를 바라보니 그 신성한 보리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물속에 길게 드리운 보리수 그림자를 보고는 그 아름다운 모습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사원의 끝은 또 다른 사원의 시작이었다.’

사진작가 현경미씨가 카메라에 담은 인도는 자신의 표현대로 가슴을 뛰게 한다. 마치 그림과도 같은 이국적 풍광이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학교 가기 전 아이들에게 축복을 내리는 사제, 신에게 자신이 왔음을 알리고자 종을 치는 여인, 사원에 모셔진 흰소의 위엄 있는 자태…. 현씨는 남편, 딸아이와 함께 4년을 보낸 인도의 소박하고 성(聖)스러운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현씨는 자신의 사진여행집 ‘인도, 사진으로 말하다’(도래)에서 “인도에 도착한 후 3년 동안 단 한 장의 사진도 찍을 수 없었다”고 했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다 독특한 피사체가 될 수 있었지만, 그럴수록 누군가 찍은 듯한 사진이 나오기 쉬웠다고 한다. 그래서 “무엇을 찍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깨달았다. 힌두교라는 종교를 알지 못하면 인도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걸. 그 후로는 카메라를 들고 인도인의 삶 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힌두교를 찍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녹여내는 커다란 용광로 같은 힌두교가 얼마나 인도인의 일상에 가깝게 있는지, 그 일상의 힌두교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인도, 사진으로 말하다’에 실린 현씨의 사진들은 서울 청담동 갤러리 Arte22에서 7월 13일까지 전시된다.

키워드

#화보
유창우 영상미디어 부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