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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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올해 우리 나이로 26세인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책 제목이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낭만이 가득하다는 20대, 그 중반의 문턱을 넘어서다 보니 머지않아 다가올 30대를 생각하게 된다. 앞자리의 숫자가 ‘3’으로 바뀔 날이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아직 해놓은 것도 없는데 남은 20대를 어떻게 보내야 하지’, 나이만 먹을 뿐 제자리걸음만 하는 기분이다. 이 책은 ‘20대를 치열하게 보낸 40대 남자들이 알려주는 54가지 비밀’을 서술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40대 여성작가이다. 그녀가 알려주는 20대 남자들의 인생지침서, 무언가 새롭다.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남자의 모든 인생…’의 저자 남인숙(40) 작가를 만났다. 그는 1996년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93학번)를 졸업한 뒤 KBS 방송작가와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2000년부터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그가 2004년 출간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는 중국어로도 번역돼 한국과 중국에서 380만부 이상 판매됐다. 10년 전 20대 여성들의 멘토로서 여성 독자들의 인기를 끈 그녀가 이번에는 20대 남자들의 멘토로 돌아온 것이다. 그는 이번에 책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10년 전 20대 여성들을 위한 책으로 큰 사랑을 받은 뒤 남자 독자들에게도 꾸준한 문의가 있었다. 사실 여성이다 보니 이 책을 써야 할 동기를 찾기 어려웠다. 결혼을 하고 자연스레 40대인 남편과 주변의 훌륭한 남자들을 보게 되면서 남자들이 일에서의 성공과 인생에서의 성공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리고 이것이 20대 때부터 잘못 이어져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다시 펜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에서 20대 남자에게 ‘알파맨’이 되길 강조했다. 알파맨은 흔히 사회에서 큰 성공을 거둔 남자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그는 알파맨을 새롭게 정의했다. “알파맨은 경쟁사회 속에서 서열의 맨 앞줄에 선 남자가 아니라 그 서열 자체를 무시할 수 있는 ‘자신만의 칼을 갖고 있는 남자’”라고 설명했다. 즉 서열에서 선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알파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사람이 진정한 알파맨이라고 생각한다. 옆의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주제와 테마를 가져야 한다. 20대 남자들이 내 인생의 주제가 무엇이고 테마가 무엇인지 알고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전 수많은 알파맨을 만났다. 그가 만난 알파맨들은 일선 기업 CEO 등 ‘직업적 성공’을 거둔 사람이 아니다. 알파맨에 대한 자신의 정의처럼 자기 분야에 대한 자부심으로 ‘인생에서 성공한’ 다양한 분야의 30~40대다. 그들을 인터뷰하며 그는 알파맨들의 공통점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내가 만난 알파맨들을 보면 대학교 때부터 그 직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대 때 자연스럽게 경험을 쌓아가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게 돼 직업을 찾은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20대 남자들이 대학교 때부터 직업적 목표를 갖고 시작하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먼저 알고 내 인생의 주제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20대 남자가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은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 대학생들이 참여한 세미나에서 철학을 가지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20대 남학생들은 철학에 대해 ‘로크의 사회계약론’ ‘헤겔의 변증법’ 등 학문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철학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철학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그는 기자에게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는 것을 때로는 ‘고집’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신만의 철학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안 듣고 바리케이드를 쳐버리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 이야기를 듣고 그 논리를 정리해 자신만의 철학을 다시 재정립해 나감으로써 완성이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철학을 갖기 위해 20대 남자들에게 ‘사색을 하라’고 조언한다. “최근 한병철 교수의 ‘시간의 향기’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의 주제는 왜 현대인은 항상 시간이 없다고 느낄까라는 것이었다. 시간을 보면 순간순간 금방 지나간다. 하지만 한 교수는 사람들이 현재에만 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만 생각하고 미래와 과거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파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남 작가는 이에 덧붙여 20대 남자들이 ‘경험’과 ‘체험’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20대 남자는 경험과 체험을 흔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체험은 그 상황을 몸으로만 느끼는 것이다. 경험은 그 체험에 사색이 더해지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20대 남자들은 군대에서 체험이 아닌 경험을 만들어 와야 한다. 해외 어학연수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언어만이 아니라 그곳의 문화를 생각하면서 외국에 던져진 내 모습에 대해 사색하고 생각의 덩어리를 안고 오는 것이야말로 철학을 갖게 되는 것이다.”

20대 남자들이 신경 쓰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인맥관리다. 남자들은 인맥이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실력을 갖추는 시간보다 인맥을 쌓는 것에 더욱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남 작가도 남자들의 이러한 성향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준비가 덜된 20대 남자들이 대인관계를 지나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인생에 큰 독(毒)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들은 여성보다 인맥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알파맨들은 인맥을 일부러 관리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면서 다만 주변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해 대한다. 그러면 인맥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인맥은 좇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오게 된다는 의미다.

그가 바라본 20대 남자들은 ‘남을 의식하며 직업적 성공에만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20대 초반 내가 생각한 성공도 화려한 직함을 갖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남 작가는 기자에게 “직함이 화려해도 그것이 빈 껍데기라는 점을 알게 되면 남자로서 성공한 삶을 산 게 아니다”며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한마디로 선망했던 것을 말한다. 직관적으로 저 일이 멋있어 보여서 시작하는 것이 많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해 시작한 직업이 자신의 적성과 너무 맞지 않아 후회를 하거나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 특히 직업장벽이 높은 공무원, 변호사, 검사, 의사가 됐지만 적성이 맞지 않음을 알게 돼 만족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태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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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김민섭 인턴기자·연세대 법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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