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8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대한예수교장로회 평양노회회관에서 열린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 성추행 관련 4차 재판장의 외부 모습. 홍대새교회 측 교인들과 전 목사의 처벌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한데 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한 홍대새교회 교인이 사진기자의 촬영을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photo ‘전병욱 목사 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지난 12월 8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대한예수교장로회 평양노회회관에서 열린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 성추행 관련 4차 재판장의 외부 모습. 홍대새교회 측 교인들과 전 목사의 처벌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한데 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한 홍대새교회 교인이 사진기자의 촬영을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photo ‘전병욱 목사 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3m 정도 폭의 좁은 복도가 50여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한쪽에서는 10명 정도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성추행 목사를 처벌하라!” 나머지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이 시위대를 분리시켜 놓으려는 듯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이 광경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향해 누군가가 소리쳤다. “사진 찍지 말라고!” 갑자기 엘리베이터 쪽에서 웅성웅성하던 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성이 나타났다. 동시에 검정우산이 펴지면서 그 남성을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로부터 보호했다. 다시 한 번 고성이 터져나온다. “찍지마, 이 XX들아!” 이 남성이 들어온 걸 전후해 사람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남성은 이 틈에 6층의 한 사무실로 입장했다.

지난 12월 8일 오전 9시30분.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평양노회회관 6층의 풍경이었다. 사무실로 입장한 남성은 삼일교회 담임목사 재직 시 성추행 혐의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전병욱(51) 홍대새교회 목사. 이날 회관 밖에 있던 사람까지 하면 총 100여명 정도가 평양노회가 주관한 재판과 관련해 회관에 모였다. 100여명 중 20명 정도는 전병욱 목사에 대한 면직을 요구하는 ‘전병욱 목사 성범죄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소속 인원들이었고, 70여명은 홍대새교회 측 교인이거나 전병욱 목사를 옹호하는 인사들이었다. 나머지 10여명은 재판을 취재하기 위해 온 교계 언론매체 소속 기자들.

전병욱 목사는 이날 9시30분에 재판장에 출석했다가 11시쯤에 퇴장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 목사가 재판장을 출입하는 과정에서 양측 간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욕설도 들렸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전 목사 지지자들은 재판장에 입장하는 전 목사를 공대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전 목사 도착을 전후해서 교인들은 전 목사가 타고 온 엘리베이터부터 재판장 입구까지 도열해 통로를 만들었으며, 미리 준비해 온 우산을 펴들고 전 목사가 사진 찍히는 것을 막았다. 또한 전 목사가 퇴장할 때는 아예 복도의 전등 스위치를 내려 사진이 찍히지 않도록 했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해 몸싸움이 일단락됐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공대위 측 인사는 “재벌 총수도 언론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데, 교인들까지 동원되어 몰래 재판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목사가 재벌 총수보다 더 센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은 2009년부터 기독교계에서 논란이 됐던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그동안 이 사건은 주간조선(2213호 보도 ‘한 스타목사의 교회 개척에 기독교계가 들끓는 이유’)을 비롯한 언론 보도를 통해 교계 외부에도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됐다. 전 목사는 이 사건으로 2010년 삼일교회 담임목사를 사임한 뒤 2012년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홍대새교회를 새로 열었다. 사임 과정에서 거액의 전별금을 받은 사실도 논란이 됐다.

교단 측이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을 미루다가 사건 발생 4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교단의 정식 재판이 열렸다. 교단은 목사에 대한 징계 권한을 갖고 있다. 잘못이 크다고 판단하면 목사직을 수행할 수 없도록 면직 판결을 내린다. 때문에 이번 재판은 기독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평양노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독교 교단이 성추행과 같은 혐의로 물의를 빚은 목사들의 처벌에 미온적이었다는 점에서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더함공동체교회 이진오 목사는 주간조선에 “목사가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으면 정식재판에 회부해 징계하는 것이 아니라 교단이나 교회가 자체적으로 목사직에서 사임하는 정도로 사건을 마무리해왔다. 이후 1~2년 있다가 복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따라서 이번 사건은 정상적 절차에 의한 재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의 2003~2011년 상담 통계를 보면 전체 437건 중 목회자의 성폭력이 60건에 달할 정도로 교회 내 목회자들의 성추행은 심각하다. 그럼에도 목사가 성범죄로 사법적인 처벌을 받기 전 교단이 나서서 면직한 사례는 없다.

전병욱 목사가 소속되어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평양노회는 지난 10월 13일 전 목사가 담임을 했던 삼일교회 측이 성추행 혐의로 낸 고소건을 상정하고 재판국을 구성했다. 재판국은 총 7명의 목사와 장로로 구성되어 있다. 노회 재판국은 이후 총 네 차례 재판을 열었다. 이 중 전 목사는 세 번 출석했다. 특히 전 목사가 출판하는 재판 때마다 비슷한 몸싸움이 일었다.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재판국의 태도다. 교단의 재판국은 교회법에 따라 판단을 내리지만 공정성을 담보로 해야 하는 것은 일반 법원과 같다. 하지만 4년 만에 구성된 재판국(국장 서문강 목사)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 교단 측에서 전 목사를 감싸고 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부에서 나올 정도다. 특히 최근에는 성추행 피해자를 직접 불러다 증언을 들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국은 세 번째 열린 재판에서 성추행 피해자들의 대리인 2명을 불러다 경과를 전해들었다. 한 명은 피해자들을 상담하고 보상절차를 도운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고미경 소장이었으며, 다른 한 명은 피해자들을 인터뷰한 교계 언론 기자였다.

하지만 재판국은 “피해자의 직접 증언을 들어야겠다”며 십여 명의 피해자 중 한 명을 불러다 증언을 들었다. 고미경 소장의 입회하에서 비공개로 이뤄지기는 했지만, 이 여성이 증언을 하는 내내 울음소리가 사무실 밖에까지 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고미경 소장은 지난 12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사건의 성격상 피해자들의 진술과 당시 정황에 집중해야 하지만, 재판국원들의 이런 노력이 부족했다”며 “재판국원들은 여성들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교회를 떠나지 않은 이유와 지금에서야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를 물었다”고 했다.

재판국 구성 당시 한 달 안에 결론을 내겠다던 재판은 현재 두 달 넘게 진행 중이다. 성추행이 일어난 교회에서 성추행 사건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까지 한 상황인데도 정작 교계에서는 판단을 미루고 있는 셈이다. 공대위 측 구교형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양노회가 전 목사 처리를 위한 재판국을 설치했을 때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봤지만, 희망은 이내 절망으로 바뀌었다”며 “노회는 예정된 기일을 넘기고도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데,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비슷한 증언을 하는데도 판단을 미루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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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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