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간조선 커버스토리 ‘질문 없는 사회’에도 소개했지만 미국에서 온 유학생 케이티 셔먼씨가 ‘미디어 효과 이론’에 대해 공부할 때의 일입니다. 셔먼씨는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른바 ‘강효과 이론’을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배웠다고 합니다. 공부한 내용은 거의 같았습니다. 하지만 공부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달랐습니다.

미국에서 교수가 수업 시간 내내 “미디어는 다수의 의견을 확대 비춰주기 때문에 더 강해지고 소수의 의견은 더 약해진다”는 ‘침묵의 나선 이론’을 가르쳤을 때, 한바탕 토론회가 펼쳐졌다고 합니다. 교수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고 동의하는 학생, 반박하는 학생, 다른 의견을 내놓는 학생들로 소란스러워져 결국 자신의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제출하는 숙제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어땠을까요? 교수가 미리 만들어온 자료를 보여주며 ‘침묵의 나선 이론은 이런 것이다’라고 설명해줬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 ‘프레이밍 효과 이론’으로 넘어갔습니다. 학생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일일이 다 받아적었습니다. 교재에 밑줄을 치고요. 제 상상입니다만 학생 하나가 “미디어가 시청자에게 강한 영향을 준다”라는 말에 반박했더라면, 아마 교수는 이렇게 답했을지도 모릅니다. “아, 그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 시간에 배울 겁니다.”

우리에게 없는 질문은 “어,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부분, 바로 의문점입니다. 단순히 호기심에서 나온 의문문이 아니라 듣고 보고 읽는 것에 물음표를 붙일 수 있는 비판적인 시각입니다. 왜 우리는 질문을 안 할까요? 궁금한 게 없어서입니다. 왜 궁금한 것도 없을까요? 애초에 물음표를 던져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내용을 듣고도 셔먼씨가 다녔던 미국 학교의 학생들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 한 번 더 곱씹어본 겁니다. ‘혹시 내가 듣고 있는 내용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경계하듯 비판적으로 들었을 겁니다.

아마 우리는 질문을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물었을 때 오고갈 토론을 피하려 아예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질문에 돌아오는 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일을 귀찮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요. 이유가 무엇이든, 질문을 하지 않음으로써 정체되어 있다는 사실만은 명확합니다. ‘지식은 많지만 질문이 없는 사회’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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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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