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부터 최근까지 10년 넘게 국방부는 ‘군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이라는 것을 벌여 왔습니다. 지금까지 이 사업에 들어간 돈만 최소 6조8000억원입니다. 그런데 10년에 걸쳐 6조8000억원이라는 돈을 쓰고도 국방부가 이 사업을 마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니 더 나아가 “이 사업을 마치려면 돈이 더 필요하다”며 “2조6000억원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9조4000억원이 있어야 우리 장병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다 바꿔줄 수 있다는 게 국방부의 주장인 셈이지요.

이 사업은 원래 2012년에 마쳤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못했지요. 정말 돈이 없어서 못 끝낸 걸까요. 그렇게 믿고 싶은데 6조8000억원이라는 돈과 국방부가 보이고 있는 행태를 생각하면 “돈이 없어서”라는 말이 왜 이리 군색하게 들릴까요. 국방부는 2012년 이후 거의 매년 “이 사업을 끝내겠다”고 약속했지만 마치 ‘양치기 소년’처럼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지난주 ‘돈먹는 하마’처럼 돼버린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을 취재하며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들을 들렀고, 토목·건설업 종사자들도 만났습니다. 백화점에 입점한 유명 침대 및 가구 매장에서 성인 남성 1인이 쓸 수 있는 매트리스가 포함된 침대와 옷장, 책상 가격을 알아봤습니다. 건설업 종사자들을 통해 숙식과 휴식, 운동 가능 공간 등이 포함된, 한꺼번에 1000명쯤 지낼 수 있는 건물과 시설 조성을 위한 대략의 건설비도 알아봤습니다.

글쎄요. 6조8000억원이란 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이들의 반응이 어땠을 것 같으신지요.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과 대부분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육·해·공군에 입대해 병장으로 전역한 분들이라면 현재 한국 군 후배 장병들의 부대 내 생활 여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국방부가 최소 6조8000억원이나 되는 국민 혈세를 가져다 썼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군 장병들이 아직도 왜 그런 열악한 곳에서 지내야 하는 걸까요. 아마도 이 글을 본 국방부 관계자가 “사병들의 생활시설이 열악하지 않다”고 반박한다면 그 관계자에게 ‘열악’의 정의를 묻고 싶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군이라는 상명하복의 폐쇄적 조직에서 감사가 얼마나 정밀하고 정확히 진행될지 모르겠습니다. 국방부가 어떤 감사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