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회사 설립 9년 만에 직원들에 의해 쫓겨났다. 1985년 그때 나이 30세. 표면상 이유는 경영난이었지만 실은 괴팍한 성격 때문이었다. 지구상에 최초로 PC(개인용 컴퓨터)시대 개막을 가져온 IT계 천재이자 억만장자 청년의 어이없는 몰락. 세상은 비웃었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설상가상 애플은 소송까지 걸었다.

‘왜 내가 쫓겨났지? 말도 안돼!… 그들이 내게 그럴 수 있어? 배신자들…. 반드시 복수하고야 말겠어! 난 할 수 있어! … 그러나 과연 재기가 가능할까?… 왜 이렇게까지 됐지?… 그들도 문제 있지만 나도 참 어리석었어… 한심한 놈….’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 수치감, 분노, 회한, 자책, 절망감 속에 살았다. 바로 이런 사고 패턴을 심리학적 용어로 ‘부정적 반추(negative rumination)’라 한다.<아래 ‘행위모드’ 참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대인은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런 생각을 반복한다. 이것이 장기화되고 심도가 깊어지면 결국 소진(burnout) 상태로 빠져 우울증 등 각종 신경증이나 암,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자살 일보 직전까지 간 잡스를 붙잡은 것 역시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명상과 요가에 전념했다. 핵심은 간단했다.

‘마음을 지금 여기에 머물게 하라.’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면 차츰 산란한 마음이 가라앉는다. 과거와 미래로 방황하다가도 다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 어느새 미움, 분노, 불안, 회한감이 희미해지며, 그 자리를 평정, 안도감, 기쁨이 메워간다.

사실 스티브 잡스는 한때 수도승이 되려고 했을 만큼 선(禪)명상의 매니아였다. 20대 초반 그는 인도의 명상과 일본의 선불교에 푹 빠졌다. 인도 여행을 다녀오고, 샌프란시스코의 선불교 포교 센터에서 명상을 수련했다. 이 센터를 설립한 스즈키 순류 선사의 책 ‘선심초심(Zen mind, beginners mind)’을 읽고 일상 속 수행법을 배웠다.

그러나 마음을 ‘지금-여기-순간-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대인은 너무 많은 생각과 자극에 휩싸여 살고 있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정보가 떠다니고 있으며 우리의 가용 기억 용량은 대부분 초과상태가 돼 ‘깜빡’거린다. 그런 상태에선 지금 자기 상태가 어떤지, 무얼 하는지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쉽게 말해 밥 먹으면서 회사 생각, 운전하면서 가정 일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네 모습이다. 생각은 딴 데 있는데도 밥은 먹고, 운전도 제대로 한다. 이것이 ‘자동조종(autopilot) 모드’의 삶이다. 이런 습관과 관성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별한 훈련법이 필요하다.

우리가 수많은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마음의 속성부터 알아야 한다.

마음은 크게 생각(이성), 감정(감성), 감각(오감) 등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예컨대 허기지면 배가 꼬르륵거리며 신체 ‘감각’으로 나타난다. 이어 기분이 가라앉는 ‘감정’으로 연결되며 마침내 ‘배고프다’ ‘뭘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미개한 원시인들은 생각보다 감각, 감정이 압도적으로 우선시되는 생활을 해왔다. 동물적 삶이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지금은 생각이 마음을 압도한다. 생활의 자동화는 육체의 역할을 더욱 감소시켜 현대인들의 신체감각 인지능력은 최저 수준이다.

여기서 우리들의 불균형적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오로지 생각에 치우친 ‘생각병’ 환자들이 너무 많아 세상은 늘 시끄럽고 불만이 넘친다.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와 질병, 불행이 증가한다.

스티브 잡스 추모 사진을 배경으로 진행된 지난해 9월 애플의 신제품 발표 무대. ⓒphoto 뉴시스
스티브 잡스 추모 사진을 배경으로 진행된 지난해 9월 애플의 신제품 발표 무대. ⓒphoto 뉴시스

마음챙김 ① 생각이 아니라 감각에 집중하라

마음챙김은 1차적으로 생각으로 과부화된 마음을 감각으로 되돌리는 훈련이다. 지금 자신의 신체에서 느껴지는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 등 오감(五感)을 알아차리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건포도 명상을 비롯 여러 기법을 사용한다.<62쪽 ‘실습’ 상자기사 참조> 주의를 신체감각에 집중할수록 생각은 줄어들고 마음은 쉬게 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심한 이의 전형적 사고 패턴(부정적 반추)은 이렇다.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은 잠잠해지지 않는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생생하고 거세게 일어난다. 걱정을 멈추려 할수록 걱정거리가 더 일어난다. 잠을 청해보지만 어느새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 기력이 점점 고갈되면서 자신이 나약하고 나락에 빠져든다는 느낌이 든다. 새벽 알람이 울릴 즈음이 되면 전신이 탈진된 상태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참한 기분이 든다.’(우울증 환자의 체험기)

이처럼 마음의 세계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대상이나 인물은 치워버리거나 안 보면 그만이지만, 마음의 세계에선 그렇게 안 된다. 오히려 생각하지 말라면 더 생각난다. 다음의 간단한 실험을 해보자.

‘눈을 감고 1분간 자유롭게 생각하라. 단 ‘흰색 북극곰’은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분 어떠했는가. 만약 1분간 ‘흰색 북극곰’을 전혀 떠올리지 않았다면 대단한 마음 근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대부분은 흰색 북극곰 모습을 여러 차례 떠올렸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마음의 속성이요, 생각의 역설이다.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더 나는 법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마음의 속성에 반하는 삶을 많이 살아왔다. 나쁘거나 싫다고 판단되는 생각은 부정하거나 금지·억압했다. 어른들이 내게 그렇게 강요했고 나도 내 자신에게나 남에게 그렇게 했다. “안 돼. 그런 생각하면 못 써!” 그런 속에서 우리 각자 억압된 마음의 상처, 트라우마는 쌓여갔다.

마음챙김 ② ‘나쁜 생각’도 무시하지 말라

심리학자들은 ‘마음은 사회’라고 한다. 일반 사회처럼 선·악·미·추, 온갖 것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속성이다. 그러나 만약 어떤 생각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억압하려고 든다면 사라지기는커녕 ‘흰색 북극곰’처럼 떠올라 자신을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다. 그래서 나쁜 생각이라도 막 대하면 안 된다.

만약 ‘마음이 청개구리’라는 속성을 우리가 진작 이해했다면 우리는 우리와 다른 생각에 대해 보다 부드럽게,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다. 부정(말도 안 돼!)이 아닌 긍정(그럴 수도 있겠네), 강요(이렇게 해!)가 아닌 권유(이런 방식도 있어)의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마음챙김 ③ 생각을 그저 바라만 보라

때문에 마음챙김은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中道)를 지향한다. 그래서 지금 자기 마음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감정·욕망·감각을 ‘단지 바라만 보라(just watching)’고 강조한다.

흔히들 마음은 하늘이요, 생각·감정·감각은 구름으로 비유한다. 하늘 위에는 수많은 구름이 떠다니지만 하늘은 영원히 하늘로 존재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생각·감정이 뜬구름처럼 몰려왔다 사라져가지만 마음은 그대로 존재한다.

나는 관찰자가 돼 내 마음을 바라본다. 마치 구름이 지나가는 것처럼 생각들의 흐름을 그저 바라만 본다. 이때 내 마음은 ‘지금-여기-순간-존재’한다. 그러나 어떤 특정 생각(구름)에 사로잡히면 마음은 ‘지금-여기-순간’을 떠나 그 생각 속에서 이리저리 방황하게 된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평온하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급기야 폭풍우에 뇌성벽력이 등장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수라장이 되는 마음을 오로지 마음챙김 수련을 통해 바로잡아갔다. 그저 생각을 생각으로만 바라보고, 마음이 오직 지금-여기-순간-존재하도록 수행했다.

늘 흔들리고 불안하게 사는 우리들에게 생각의 생각으로 이끌리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 ‘이끌림’을 알아차리고 주의를 ‘지금-여기’로 되돌릴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마음챙김’이다.

생각은 인류 문명의 원동력이지만 비극과 불행의 씨앗이기도 하다. 구약성경 ‘창세기’ 편을 보면 하나님은 분별력과 지혜를 가져다주는 선악과(fruit of the Tree of Knowledge)를 아담과 하와에게 먹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열매를 먹었고 이후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불행과 죽음을 맛보게 된다.

스티브 잡스의 선(禪) 스승인 스즈키 순류는 마음챙김을 이렇게 표현했다.

‘집 앞뒷문을 열어놓으세요. 그리고 생각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하세요. 단 생각에게 차 대접은 하지 마세요.’

조선뉴스프레스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www.chosunnewspress.chosun.com 문의 : (02)724-6734

마음을 ‘행위(유위)’에서 ‘존재(무위)’로 바꾸기

영국 옥스퍼드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미국 매사추세츠대학은 지난 30년간 불안과 스트레스, 우울증에 대한 연구 결과, 인간 마음의 작동 방식을 크게 △행위모드(Doing Mode·유위)와 △존재모드(Being Mode·무위)로 나누고, 마음의 병은 ‘존재모드’ 속에서 더 잘 치유된다고 주장했다.

옥스퍼드대 임상심리학 교수인 마크 윌리엄스 등은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2000년대 들어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BCT·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프로그램을 개발, 환자들에게 적용한 결과 우울증 재발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등 획기적 효과를 나타냈다. MBCT는 영국 국립보건연구소(NIHC)가 가장 먼저 추천하는 심리치료법이다.

MBCT에 따르면 ‘행위모드’는 보통 문제(상황)에 닥쳤을 때 ‘왜 그러지? 어떻게 해결해야지?’라고 생각, 행동하는 우리 일상의 사고방식이다. 인류는 지금껏 이같은 이성적·논리적 문제해결 방식으로 발전을 이룩했다.

반면 ‘존재모드’는 지금 상황이나 현실을 바꾸려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고대에서부터 오랜 세월 숙성된 이런 마음의 태도는 만족이나 행복은 외부(환경)가 아니라 내부(마음)에서 찾을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바로 ‘지금-여기-순간-존재’를 지향하는 마음챙김의 철학이다.

연구팀은 장기간 임상치료 결과 ‘행위모드’는 일상 문제를 처리하는 데 탁월하지만 마음의 병 등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적합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 스트레스·우울증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부정적 반추’ 현상을 가져와 상태를 악화시켰다. 반면 ‘지금 이대로가 더 좋을 수 있다’는 존재모드, 즉 무위(Non-Doing)적 태도가 상태를 호전시켰다.

MBCT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 정서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이의 경우 평소 사고습관을 과도한 행위모드에서 존재모드로 바꾸어볼 것을 권유한다.

<실습> 건포도 명상(raisin meditation)

본격적인 마음챙김 수련의 첫 과정이다. 작은 건포도 한 알을 온 정신을 집중해 먹어보는 체험이다.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행위를 일부러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우리가 평소 소홀했던 감각(오감)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다. 둘째 먹기 같은 일상의 관행적 행위도 마음챙김을 통해 전혀 다른, 새로운 경험으로 느낄 수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유의할 점은 시종일관 건포도를 생전 처음 먹어보는 사람의 자세, 즉 ‘초심자의 마음(Beginner’s mind)’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과정 걸리는 시간은 3~5분 정도로 하며, 2~3번 반복해도 좋다. 미리 아래 지침을 읽어보고 시작한다. 필요하다면 명상 하는 중에 다시 읽어도 좋다.

<음성녹음(오디오)을 활용하려면 △네이버 블로그 조선토크(http://blog.naver.com/chosuntalk) 내 ‘8주 마음챙김 명상’에서 할 수 있다. 그밖에 유튜브에 들어가면 ‘건포도 명상’ 관련 영상파일이 여럿 있고, 시중 ‘마음챙김 명상’ 관련 책자 중에도 CD가 수록돼 있다.>

1단계: 보기

건포도 한 알을 손바닥 위에 놓는다. 마치 생전 처음 보는 물체인 양 세심하게 살펴본다. 어떻게 생겼는가. 오돌토돌한 표면은 어떤가. 어떤 색으로 보이는가. 손바닥에 드리운 그림자가 보이는가. 빛에 비추어 보면 다르게 보이는가. 꼬불꼬불한 주름 구석구석까지 살펴본다.

2단계: 만지기

손가락으로 집어서 촉감을 느껴본다. 끈적거리는가. 매끄러운가. 무게는 어떤가. 누를 때 질감은 어떻게 변하나. 귀에 가까이 대고 손가락으로 비벼본다. 무슨 소리가 들리나.

3단계: 냄새 맡기

코 밑으로 가져가 냄새를 맡아본다. 어떤 냄새인가? 아무 냄새가 없다면 ‘냄새 없음’을 알아차린다.

4단계: 입안에 넣기

천천히 건포도를 입으로 가져가면서 넣을 준비를 한다. 손과 팔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차린다. 건포도를 입안에 넣는다. 혀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침이 나오는가. 혀 위에 건포도를 넣고 씹지는 말고 이러저리 굴려본다. 어떤 변화를 느끼는가.

5단계: 씹기

천천히 건포도를 깨물어본다. 그리고 씹어본다. 어떤 맛이 나는가. 입안에 어떤 느낌이 퍼지는가. 계속 씹을 때 질감의 변화가 느껴지는가. 삼키고 싶은 충동이 올라와도 참는다. 계속 천천히 씹으면서 건포도의 형태, 맛, 입안의 변화를 관찰한다.

6단계: 삼키기

삼키고 싶은 충동이 계속 올라올 때 그 충동을 온전히 알아차림으로 경험해본다. 건포도를 삼키기 위해 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한다. 건포도를 삼킨 뒤 목구멍, 식도를 지나 위장까지 내려가는 전 과정을 느껴본다.

7단계: 남은 느낌 느끼기

먹은 다음의 느낌은 어떤가. 위 속은. 입안에 남아 있는 맛은 어떤가. 또 먹고 싶은가.

<과제>

향후 2주 동안 다음의 과제를 행한다.

① 건포도 명상- 주 2~3회 수련한다.

② 마음챙김 식사나 차 마시기- 건포도 명상처럼 온전하게 주의를 기울여 식사나 차 마시기를 한다.(하루 1회)

③ 실습 3분 명상- 연재 1회(2018년 5월 21일자) 때 행한 ‘실습 1분 명상’을 3분으로 늘려 행한다.(하루 1~2회)

함영준 조선뉴스프레스 상임고문·우울증 치유기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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