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견고한 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선택받은 소수만 좁은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대학, 그 대학 중에서도 엘리트만 통과할 수 있는 좁디좁은 명문대. 그 명문대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그냥 열리는 정도가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되고 있습니다. 하버드나 옥스퍼드 대학생이 비싼 등록금을 내야만 들을 수 있었던 스타교수의 강의를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수강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지요.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대규모 온라인 공개강좌) 얘기입니다. 지난 주 주간조선에서 ‘무크, 그리고 대학의 미래’에 대해 다뤘지요. 기사를 읽고 무크에 대해 처음 접하신 분들은 “충격적이다”는 반응을 보이시더군요. 이런 세상이 갑자기 올지 몰랐다는 겁니다. 40대 이상 분들은 “세상 좋아졌네, 나도 듣고 싶은 대학 강의 한번 들어봐야겠다”라고 했고, 고등학생 대학생 학부모들은 “학교 수업에 활용하면 좋겠다”며 반색합니다. 문제는 초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들입니다. “그래서, 대학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거야? 도대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데?” 하며 혼란스러워합니다. 안 그래도 복잡한 입시제도 때문에 머리 아파 죽겠는데, 핵폭풍급 영향력을 가진 예측 불가의 변수가 생겨버린 것이죠.

대학 측도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무크를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받아들이고 문호를 활짝 개방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문을 꽉꽉 닫고 있는 대학도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미래학자의 예측을 앞지릅니다. 뉴욕타임스가 ‘무크의 해’라고 선언한 2012년 이후 4년간 무크의 확산 속도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무크를 어떻게 보든 무크의 시대는 와버렸습니다.

확실히 현재 대학은, 교육은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있습니다. 10년, 20년 후 대학의 상당수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측 가능합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무크가 대학계에 가져올 대변혁은 인정하면서도 “그게 그렇게 쉽게 되겠어?”라는 말이 공공연합니다. 기득권자들의 버티는 힘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얘기지요. 새 시대의 문턱에서는 대립이 있게 마련입니다. 새 시대로 진입해 찬란한 영광을 맞는 사람들과 문턱을 진입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사람들 간 대립. 대학의 양극화, 교수 세계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안 이 갈등과 반목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 갈등의 피해자가 또 있습니다. 이 시기에 대학입시를 치러야 하는 아이들이죠. 10년 후에는 대학의 위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대학 학위증이 과연 필요할지, 필요하다면 어떤 분야에 왜 필요할지 예측하기 힘듭니다. 이 상황에서 입시를 준비하자니 혼란스러울 수밖에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손끝에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가 있는 시대, 누가 얼마나 많이 아느냐는 더 이상 인재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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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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