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그 새로운 소재를 어떻게 찾으세요? 참 신기해요.” 주간조선 독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이 말을 한 300번쯤 들은 것 같네요. 맞습니다. 주간지 기자들의 큰 일 중 하나는 아이템과의 싸움입니다. 아이템은 고구마줄기 같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음, 혹은 다다음 아이템이 딸려 나오는 경우가 많지요.

지난 호 추석특집으로 다룬 ‘은퇴 후 성공적으로 인생 2막을 연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50대 남성의 고독사(孤獨死) 문제를 심층취재하던 중 기획하게 됐지요. 고독사 통계를 봤더니 연령별로는 ‘50대’, 성별로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의외더군요. 1인가구 60대 이상 노인이 많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산산이 깨뜨리는 통계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본질적 원인은 은퇴 남성들의 관계빈곤에 있었습니다. 남성은 직장이라는 사냥터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고, 사냥터를 떠난 순간 관계정립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었죠. 그래서 은퇴 후 일터를 떠나면 연락할 친구가 없다는 겁니다.

은퇴 후 고독사에 내몰리는 50대 남성들을 취재하면서 우울했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대한민국 베이비부머 가장들의 자화상 같았죠.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참으면서 가족을 위해 희생했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으니 이제는 ‘나답게’ 살 만한 상황이 됐는데 만날 사람도 없고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현실에 맞닥뜨린 겁니다. 이런 분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는 기사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소문해봤습니다. 은퇴 후 멋들어지게 인생 2막을 사는 사람들을요.

공무원 출신 70대 파워블로거 권태곤씨가 딱 그 경우였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시절에 공무원을 택했고, 아내와 두 딸을 위해 체질에 맞지 않는 공무원 생활을 꾹 참고 버텨냈습니다. 그리고 딱 20년 만에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20년은 공무원연금 수령의 자격 연한이지요. 그에게 공무원연금은 가족에게 짐지우고 싶지 않은 생명줄이었던 겁니다. 50대 중반에 퇴직한 그는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습니다. 꾹꾹 눌러온 버킷리스트들을 하나둘 꺼내 실천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맞았습니다. 취미로 마라톤을 하다가 마라톤기획자로 명성을 날렸고, 취미 삼아 전원주택을 짓다가 전원주택 분야 숨은 고수로 자리 잡아갔습니다.

권씨가 운영하는 다음(Daum)카페 ‘세상에 이런 집이’는 국내 전원주택 분야에서 최다 회원수를 보유한 블로그입니다. 지금 그는 제주도 애월읍에 손주들이 좋아하는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면서 집짓기 조언을 낙으로 삼고 있습니다. “70대인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라며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더군요. 권씨는 말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인생 2막의 열쇠가 있다”고요. 섣불리 사업하려 들지 말고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길이 보인다는 말이지요. 그러고 보니 인생 2막의 성공비결이 인생 1막의 성공비결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성장과정에서 소질과 적성을 잘 헤아려야 성공적인 인생 1막을 살 수 있듯, 인생 2막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선을 ‘밖’이 아닌 ‘안’으로 향해야, ‘남’이 아닌 ‘나’를 잘 들여다봐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

#취재 뒷담화
김민희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