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기업들 간 서울시내 면세점 전쟁의 막이 올랐습니다. 삼성과 현대산업개발, 현대백화점, 신세계, SK, 롯데그룹이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겠다고 뛰어들었습니다. 올해 관세청이 내건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운영권(특허권)은 4장입니다. 이 중 대기업 몫으로 분류된 3장의 특허권을 놓고 이들 다섯 개 대기업이 다투는 셈이지요.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오는 12월에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권의 주인이 가려지게 됩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연이어 세 번째 이어지고 있는 대기업들의 면세점 전쟁이 과연 한국 경제와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 SK, 롯데, 신세계, 현대산업개발, 현대백화점. 서울시내에 면세점 하나를 차리겠다고 나선 기업들의 면면입니다. 지난해 이 경쟁에 뛰어들어 면세점 운영권을 거머쥔 기업인 한화와 두산도 있습니다. 모두 한국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입니다.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기업들이지요. 이런 기업들이 서울에 면세점 하나 열겠다며 최고 경영진은 물론이고 그룹 오너들까지 나서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에 면세점 매장 하나 여는 게 삼성, SK, 롯데, 신세계, 현대산업개발, 현대백화점, 한화, 두산그룹에 과연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사활을 거론하며 최고경영자들과 오너들까지 나서 기업의 자존심 대결을 벌여야 할 만큼, 면세점 매장 하나가 기업 운명을 좌우하는 사업일까요. 글쎄요. 이들 기업이 서울에 면세점 매장 하나 덜 연다고 해서 미래가 암울해지거나, 심각한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 할 가능성도 사실 없습니다.

오히려 면세점 영업권을 따기 위해 이들이 쏟아붓고 있는 엄청난 돈과 인력이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엄청난 돈과 인력을 쏟아부으며 지난해와 올해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등장한 한화와 두산그룹의 서울시내 면세점을 보지요. 적자에 허덕이며 파리를 날리는 상황입니다. 이들이 면세점을 하겠다며 쏟아부었던 엄청난 돈과 인력을 자신들의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과 정밀기계, 중공업과 방위산업 분야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요. 하다못해 해외시장 개척에라도 투자했다면 어땠을까요.

다양하고 많은 사업을 한다고, 또 돈을 많이 쓰고 인력을 많이 동원한다고 해서 기업 경쟁력이 생기고 강화되는 게 아닙니다. 정말 잘하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경쟁할 때 비로소 경쟁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서울시내 면세점 영업권을 놓고 벌이는 지금의 면세점 전쟁이 정말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전한 경쟁일까요. 자존심 하나 건지기 위한 다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기업들이 면세라는 일종의 특혜를 등에 업고 땅 짚고 헤엄치듯 돈을 버는 장사에 열을 올리기보다, 세계시장으로 나가 치열한 경쟁을 하며 더 강한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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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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