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한옥 여관 간판을 그대로 사용한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빛바랜 한옥 여관 간판을 그대로 사용한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혼자 오는 여자 손님을 숙박업소에서 받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여자 혼자 여행을?” “혹시?…” “분명 무슨 사연이 있을 거야” 등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붙었다. 지금은 감히 상상이 안 되는 얘기지만, 그때는 그랬다. 요즘은 어떤가. 혼밥·혼술뿐만이 아니라 혼여족이란 신조어도 탄생할 정도로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여행을 해도 아무렇지 않은 세상이 됐다.

덕분에 여행문화도 변했다. 코레일의 자유여행패스인 ‘내일로’를 이용하는 ‘내일러(Railer)’들은 유명 관광지만을 찾아다니는 여행에서 벗어나 지역주민들만 다녔던 맛집을 찾아가고, 뒷골목에 스며 있는 ‘스토리’에 주목한다. 이제 사람들은 소소한 지역문화에 관심을 갖는다. 도시도 시골도 아닌, 딱히 하나로 표현이 안 되는 어중간한 위치에 있었던 소읍(小邑)이 이제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품은 매력적인 모습으로 여행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고추장보다 진한 정이 넘치는 고장 전북 순창

순창이 젊어지고 있다. 고추장, 장류, 장수의 고장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순창에 귀향·귀촌인들이 늘면서 지역민과 귀촌인들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고 있다. 낯선 게스트하우스, 유기농 빵집, 수제 맥주집 등이 작은 소읍 순창에 들어서면서 순창으로 향하는 여행자도 많아졌고 젊어졌다. 그들의 여행 방식은 다르다. 순창의 오래된 골목을 걷고, 한옥 툇마루에 앉아 수다를 떨고, 종일 방바닥을 뒹굴기도 하고, 정 심심하면 섬진강가에 나가 산책을 한다.

“순천이요? 아니 전라북도 순! 창!입니다.”

40년가량 여관으로 쓰였던 한옥을 수리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금산여관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홍성순씨의 얘기다. 2014년 6월 문을 열고 한동안은 “순천이 아니라 순창이당께!”를 외쳤다고 한다. 그동안 순창은 장류축제나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강천산 등산객들 정도가 찾는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머무르는 여행지가 아닌, 지나가는 당일 여행객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머물다 간다. 그런 의미에서 금산여관은 순창의 여행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이곳이 어떤 매력이 있길래 한 고을의 여행문화까지 바꾸어 놓았을까.

“처음 이 집을 산다고 하니까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1938년에 지어진 80년 가까이 된 집을 10년 이상 방치하다 보니 지붕에서는 비가 새고, 서까래는 썩고 엉망이었거든요. 20년을 백화점에서 근무하면서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했어요. 그거 아세요?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는 거. 하루 종일 근무하다 보면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꽃이 피는지도 알 수 없거든요. 그래서 여행을 했어요. 틈만 나면 배낭을 꾸려, 주로 야간버스를 탔는데 목적지는 그때그때 달라요. 터미널에 가서 그 시간에 떠나는 버스를 탔으니까요. 여행은 저에게 일종의 해방구였죠. 한옥에 살고부터는 일주일을 집 밖으로 안 나가도 바깥세상이 궁금하지 않더라고요. 여기서도 이렇게 하늘이 보이잖아요. 얼마나 좋아요.”

그녀의 고향은 순창이다. 고향에 돌아와 하늘을 볼 수 있는 마당이 딸린 작은 집에서 사는 꿈을 꾸고 살았다. 그리고 지금의 80년 된 한옥을 구입해 귀향의 꿈을 이루었다. 손수 집을 수리하고, 여관으로 쓰였던 방을 그대로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가급적 원형을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본래 모습 그대로가 좋았고, 자신이 여행하면서 느꼈던 낡은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여행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주인장의 마음을 읽었을까.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가 툇마루란다. 80년 동안 손때가 묻은 툇마루는 빛이 날 만큼 윤기가 흐른다. 볕 좋은 날이면 사람들은 삼삼오오 툇마루에 둘러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금산여관 게스트였던 장재영씨는 그가 늘 묵었던 110호 방 한 칸을 수리해 커피와 수제맥주를 파는 ‘방랑싸롱’을 만들었다. ‘방랑싸롱’ 한쪽 벽면에는 그가 전 세계를 여행한 기록을 담고 있는 비행기표가 가득 붙어 있다. 세계일주클럽이라는 모임을 이끌고 있던 그가 순창의 매력에 푹 빠져 아예 눌러앉은 것이다. 그는 이제 순창을 찾는 여행자들과 또 다른 여행을 하고 있다.

01 천연발효 시골빵 전문점 ‘농부의 부엌’ 박문식 대표.<br></div>02 80년 손때 묻은 툇마루는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br>03 섬진강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장군목 인근을 걷는 여행자들.
01 천연발효 시골빵 전문점 ‘농부의 부엌’ 박문식 대표.
02 80년 손때 묻은 툇마루는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
03 섬진강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장군목 인근을 걷는 여행자들.

순창 군립도서관 바로 옆에는 ‘농부의 부엌’이라는 수제 빵집도 있다. 지난 봄 문을 연 이 집에서는 빵과 쿠키를 매일 굽는다. 부모님이 농사지은 유기농 농산물과 직접 산과 들에서 채취한 산야초와 야생 열매가 빵과 쿠키의 주재료다. 여름에는 누룩 발효빵을 만들고, 다래·무화과·사과·딸기 등 제철 과일을 이용한 발효종을 활용해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한다. 주로 순창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귀농·귀촌인,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여행자들이 ‘농부의 부엌’ 고객들이다. 삐걱거리는 나무 마루가 깔린 매장 2층에는 곧 전통찻집도 문을 열 계획이다. 차 역시 산야초나 발효 효소차를 낼 예정이다.

이처럼 순창에는 다양한 이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순창이라는 지역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인구 3만의 작은 소읍에 불과하지만, 대도시 못지않은 명물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들이 모였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냉담했던 지역주민들도 하나둘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은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하나 더 생겨났고, 빈 농가를 수리해 귀촌하는 젊은 부부들도 있다고 한다. 여행자가 주민이 되고, 그 주민이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가는 셈이다. 이러한 지역문화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의 정을 느끼게 만든다. 그 정(情)을 느끼고 싶어 여행자들은 순창의 이곳저곳을 찾아오는 것이다. 여행에 있어 중요한 콘텐츠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순창을 찾는 여행자들은 장터의 풍경도 바꾸어 놓았다. 대부분의 시골장터가 그렇듯, 찾는 사람이 줄다 보니 예전 같은 북적거림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순창 장터에는 젊은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띈다. 여행자들은 순대국밥이나 다슬기탕, 시래기국밥 등 순창의 토속적인 음식에 관심이 많다. 여행자들 덕분에 장터에는 순대국밥 골목까지 들어섰다.

섬진강은 순창을 지나며 많은 비경을 만들어냈다. 읍내를 벗어나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섬진강 향가유원지가 있다. 이곳에 가면 느리게 흐르는 섬진강의 정취를 만날 수 있다. 강을 만나기 전에 일제강점기 시절에 뚫린 향가터널은 꼭 걸어봐야 한다. 자동차 통행은 금지되어 있고, 도보나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다. 향가터널에서는 한여름 등골 서늘한 냉기와 겨울날 평균 20도를 오르내리는 온기를 만날 수 있어 사계절 내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내부에는 다양한 새들을 형상화한 모빌이 걸려 있고, 벽면에는 자전거를 타는 모습의 벽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또 여행자들이 직접 타일을 만들어 장식하는 체험거리와 중간에 쉴 수 있는 멋진 의자도 놓여 있다. 향가터널 끝에는 오토캠핑장과 숙박동, 그리고 순창과 남원을 연결하는 철도 가설을 위해 강물에 박아둔 8개의 철도 교각을 섬진강 종주 자전거 코스와 연결한 향가다리가 있다. 다리 중간 지점에는 미니 스카이워크가 설치돼 있어 물안개가 피는 날이면 일출, 일몰 풍경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사진가들이 많다.

섬진강 상류 비경의 백미는 읍내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장군목 유원지다. 장구목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 이르면 둥글게 골이 나 있는 거대한 암반이 강바닥 전체를 뒤덮고 있는 신비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바위가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강 한가운데에는 요강바위가 있다. 사람 두 명은 족히 들어갈 만큼 크고 깊은 이 바위는 실제로 한국전쟁 때 주민 5명이 몸을 숨겨 화를 면했다고 전해진다. 마을 사람들은 이 요강바위를 수호신으로 받들어왔고 아들 낳기를 원하는 여자가 이 요강 위에 앉으면 소원을 이뤘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장군목 상류 구담마을을 지나 섬진강 시인 김용택 생가가 있는 진뫼마을까지, 또는 하류 방향으로 강경마을을 한 바퀴 돌아오는 트레킹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여행 Tip

80년 된 한옥 게스트하우스 금산여관(063-653-2735·http://blog.naver.com/tinyss99)이 순창터미널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먼저 배낭을 풀고 기점 삼아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1인실 3만원, 2인실 5만~7만원.

순창 군립도서관 옆에 있는 농부의 부엌(010-2830-4677)은 매일 아침 빵을 굽는다. 천연누룩발효종과 우리밀, 통밀, 잡곡을 넣어 건강하게 만든 식사 대용 빵인 ‘시골빵’이 이 집 대표 메뉴다.

01 대흥시장을 중심으로 150여곳에 이르는, 강경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젓갈가게.<br></div>02 강경포구의 옛 영화(榮華)를 상징하는 금강변에 전시된 폐어선.<br>03 강경 지역 근대 시기 상권의 흥망성쇠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 건물인 구 강경 노동조합.
01 대흥시장을 중심으로 150여곳에 이르는, 강경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젓갈가게.
02 강경포구의 옛 영화(榮華)를 상징하는 금강변에 전시된 폐어선.
03 강경 지역 근대 시기 상권의 흥망성쇠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 건물인 구 강경 노동조합.

근대역사문화유산의 보고 충남 강경

강경천과 논산천이 금강으로 흘러드는 천혜의 내륙항 강경 땅에 들어섰다. 포구였다는 흔적만 있을 뿐 현재의 모습은 평범한 강마을이다. 비록 한때였지만 이곳 강경포구가 함경남도 원산항과 더불어 ‘조선 2대 포구’로 불릴 만큼 번창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1990년 금강 하굿둑이 완공되면서 뱃길은 끊겼고, 이제는 강경젓갈박물관에서나 그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단지 멈춰선 폐어선만이 그때의 영화(榮華)를 그리워하는 듯 금강을 바라보고 있다.

활발한 수상무역의 중심으로 발달했던 강경포구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고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찍 상점이나 금융건물 등 현대식 시설물들이 들어섰다. 덩달아 인구가 늘다보니 1920년대에는 충청남도에서 가장 먼저 전기가 들어왔다. 사통팔달로 연결되는 육로와 물길 덕분에 이곳은 육지의 공산품과 곡물은 뱃길을 이용하여 서해로 보내졌고, 서해의 해산물은 육로를 통해 북으로는 공주, 동으로는 청주와 충주, 남으로는 전주와 익산까지 유통되는 등 지리적 요충지가 되었다. 강경장은 조선 말까지만 해도 평양장, 대구 서문시장과 함께 조선 3대 시장으로 불릴 정도로 근대 육상과 해상 물류의 중심지로 번창하던 곳이었다.

이제는 모두가 과거의 얘기에 지나지 않지만, 대신 그 자리에 젓갈시장이 자리 잡았다. 강경 젓갈은 그 역사가 깊다. 박지원의 ‘허생전’에서 주인공 허생이 돈을 벌기 위해 강경장에서 소금을 팔았다는 내용이 등장하는 것을 통해 역사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매년 10월 중순이면 강경젓갈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끝났지만 젓갈은 연중 판매한다. 특히 김장철이면 강경역 주변은 장항선 열차를 타고 온 여행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흥시장을 중심으로 강경읍내에 몰려 있는 젓갈가게만 해도 150여곳에 이른다. 관광버스 주차장까지 갖춘 대형 업소도 즐비하다. 강경 젓갈시장은 예로부터 부안 곰소, 보령 광천과 더불어 국내 3대 젓갈시장으로 불려왔다. 국내 젓갈의 40% 이상이 거래되는 젓갈의 집산지다. 1년 먹거리를 준비하는 김장의 역사와 함께 강경 젓갈시장도 함께 성장해온 셈이다.

강경에 왔으니 젓갈 맛을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다양한 젓갈 맛을 골고루 볼 수 있는 젓갈백반집을 찾았다. 반찬만 나르는 상이 두 번 나온다. 하나는 일반 반찬이고, 또 하나는 젓갈 상이다. 창란, 오징어, 낙지, 새우, 멍게, 밴댕이, 가리비, 어리굴, 조개, 꼴뚜기, 청어알, 갈치속젓 등 젓갈 종류만 15가지다. 하나씩 먹으면 전혀 짜지 않다. 하지만 염장 음식이다 보니 한꺼번에 많은 젓갈을 먹으면 그만큼 염분 섭취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젓갈백반에는 상추가 함께 나오는데 상추에 밥과 젓갈을 싸서 먹으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살아난다.

“다들 밥 두 공기는 기본으로 드시고 가세요.”

만나식당 이영옥 대표의 말처럼 밥도둑이 따로 없다. 좀 이른 점심이다 싶었는데, 밥 두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김장철 가장 인기 있는 새우젓.
김장철 가장 인기 있는 새우젓.

마침 오일장이 서는 장날이다. 시장 구경을 하고 상설시장인 대흥시장을 지나 강경 근대문화유산 답사에 나선다. 강경은 근대역사문화유산의 보고(寶庫)다. 뱃길이 끊긴 지 오래지만, 강경 읍내 곳곳에는 적산가옥의 흔적이 남아 있는 주택과 일제강점기 당시의 공공건축물들이 즐비하다. 굳이 목적지를 따로 정하지 않고 무작정 골목을 걷다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거슬러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남일당 한약방, 강경읍 염천리 있는 구 강경 노동조합 건물, 희소가치가 큰 초기 한옥교회인 강경 북옥감리교회, 강경 중앙초등학교 강당을 비롯해 등록문화재 324호인 한일은행 강경지점 건물 등을 만나게 된다. 강경 근대문화유산의 중심은 강경 역사박물관이다. 근대 역사자료와 근대 농기계류, 밀짚모자 제조기, 홀치기 집기 등 민초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각종 도구와 강경의 역사, 생활문화를 담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이 건물은 한일은행 강경지점 건물로 현재 외부 공사 중이라 내부만 둘러볼 수 있다.

강경의 근대역사문화유산은 총 4군데의 근대문화유산 코스로 나뉘어 있다. 강경 역사박물관을 비롯해 강경 중앙초등학교 강당, 구 강경공립상업학교 관사, 구 연수당 건재 약방 등이 1코스, 옥녀봉을 포함해 구 식산은행 지점장 관사, 구 강경성결교회 예배당으로 이어지는 4코스 등이다. 여행객들의 이동 편의를 감안해 코스가 정해져 있어 돌아보기 한결 수월하다.

지상 2층 규모의 한식 목조건물인 연수당 한약방은 1923년에 건축됐다. 1920년대 촬영된 강경시장 전경 사진 속의 현존하는 유일한 건물로 건축 당시 남일당 한약방으로 사용되던 것을 건축주가 바뀌면서 연수당 건재 대약방으로 상호를 변경하여 운영되었다. 현재는 후대 자손이 관리하고 있다. 전통적인 한식 구조에 상가의 기능을 더해 근대 한옥의 변천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 건축물이다. 구조는 한식이지만 1층 차양지붕, 지붕 장식재, 변화된 툇마루 등에서 일본 건축의 분위기를 띤다. 그 특이성 때문에 보존의 필요성이 큰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1905년 논산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학교인 강경 중앙초등학교의 강당은 등록문화재 제60호로 지정됐다. 1937년 6월 30일 준공된 지상 1층의 조적조 건물로 콘크리트 기반 위에 붉은 벽돌을 사용해 지었다. 근대 교육시설 중 강당의 전형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강경의 제 모습을 보려면 옥녀봉에 올라야 한다. 1코스에서 옥녀봉 이정표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4코스로 연결된다. 옥녀봉에 오르면 금강이 휘감아 흐르는 옛 포구의 풍경과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강이 없었다면 밋밋했을 풍경이다. 산세 좋은 산촌의 풍경처럼 평야지대지만 금강이 흐르는 덕분에 들과 강, 멀리 산자락이 조화를 이루는 안정감 있는 풍경을 만들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이 풍물과 경치에 빠져 ‘택리지’를 집필했다고 할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이외에도 도지정문화재인 임이정, 팔괘정, 죽림서원, 미내다리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강경의 명소들이다. 또한 해질녘 금강의 노을은 사진가들이 즐겨 찾을 만큼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미내다리는 강경천을 미내라고 부른 데서 연유한다. 조선시대에 육로를 통해 충청도에서 전라도로 가려면 반드시 이 다리를 건너야 했다. 개태사의 솥, 관촉사의 미륵과 함께 논산의 3대 명물로 불린다. 일제강점기 강경천 공사 때 둑을 새로 쌓고 물길을 새로 내면서 현재는 다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1997년 폭풍우로 무너진 것을 2003년 논산시가 복원했다.

여행 Tip

장항선 열차가 강경역에 하루 편도 20여편 정차한다. 용산역에서 약 2시간40분 소요. 젓갈시장은 상설시장이지만 강경 오일장은 4일과 9일 선다.

강경읍 황산리의 만나식당(041-745-7002)에 가면 ‘젓갈백반’을 맛볼 수 있다. 젓갈 종류만 무려 15가지가 넘는다. 종류가 많다 보니 주인에게 젓갈 이름을 물어보고 먹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상추와 곁들여 먹으면 짠맛이 덜하다. 1인분 1만원.

눌산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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