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 Landscape1 Oil On Canvas
Some Landscape1 Oil On Canvas

그림을 한참 들여다봤다. 몇 걸음 떨어져서 보고, 코를 박고 보고, 좌로 보고 우로 보고, 그림인지 사진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관객의 호기심을 끌어내고 발을 잡는 데 작가는 일단 성공했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백색도시는 마치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미래도시 같다. 유리상자 속 경주 안압지 모형을 그대로 옮겨놓은 그림은 낯익은 풍경이지만 새롭다. 사실적인 하늘과 가장 비현실적인 건축 모형을 대비해 놓은 화면은 가상과 실제의 경계가 모호하다. 사진 같은 그림은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정소연(49) 작가의 ‘어떤 풍경’들이다. 건축 모형을 컴퓨터 속에서 디지털 이미지로 재구성한 후 다시 캔버스에 옮겨놓은 것이다.

“전통적인 풍경화는 관객이 오솔길을 걷듯 실제 자연을 산책하는 것 같잖아요? 저는 풍경화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발짝 떨어져 관찰자의 시선으로 풍경 너머의 풍경을 보여주고 바라보라는 거죠. 사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그 이면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는 부지런한 작가이다. 200여회 가까운 전시에 참여하고 개인전만 이번이 11번째이다. 지난 전시에서 선보였던 ‘네버랜드’ 시리즈에서도 그는 식물도감 속 꽃과 새를 캔버스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실물이 아닌 식물도감 속 이미지가 더 익숙한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와 실재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의 아들이 어렸을 때 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보니 미키마우스를 쥐로 알고 있더란다. 그 이후 풍경 뒤의 풍경, 이미지 뒤의 실제를 보여주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그는 “삶도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것과 그 뒤에 숨은 진실은 다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세 살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그는 서양화를 전공한 후 뉴욕공과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아트를 공부하고 돌아와 다시 영상공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오브제,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작업을 해오다 다시 회화에 몰두하고 있다. 세밀한 붓끝에서 그가 만들어낸 가상과 현실의 틈새에서 공간의 확장, 의식의 확장을 느껴볼 수 있다. 전시는 12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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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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