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비거리 비결은 팔굽혀펴기(푸시업)’ 칼럼을 쓴 뒤 재미있는 이야기 두 가지를 알게 됐다. 먼저 69세의 A씨. 대학 동문 골프모임에서 푸시업의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니 멤버 중 최연장자인 A씨가 말했다. “나는 10년 전부터 푸시업을 하루에 400개씩 하고 있다. 근육이 울퉁불퉁 나오고 건강에도 좋아 하루도 빠짐없이 한다. 드라이버 거리도 늘었지.” 나는 A씨와 4개월 전 같은 조에서 라운드했다. 그때 “파워는 좋은데 스윙 스피드를 늘리면 10년 후배들만큼 거리를 낼 수 있을 건데…”라는 느낌을 받았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투수 장현식(22). 그는 고교 2학년 때인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4개월 동안 푸시업을 무려 6만개를 했다고 한다. 프로야구 신인 지명을 앞두고 높은 순위를 받기 위해 오전 7시부터 시작, 다음날 새벽 1시에 끝나는 지옥훈련을 자청했다. 훈련 중 푸시업을 매일 500개씩 했으니 한 달이면 1만5000개, 4개월에 총 6만개가 된다. 장현식은 엄청난 푸시업 덕분에 고3 때 처음으로 완투를 했고, 신인 지명 때 예상을 깨고 1라운드 전체 9위로 NC에 지명됐다. 프로 3년 차(경찰청 2년 근무)인 올 시즌엔 ‘꿈의 선발’을 노리고 있다. 장현식은 “많이 던져도 힘이 안 떨어진다”며 동료 선수들에게 푸시업을 권한다.

골프에서는 ‘힘’이 전부는 아니다. 힘센 이가 장타를 날린다면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는 세계 최장타인 400야드쯤은 날려야 한다. 고1 때까지 역도선수를 한 최경주(47)가 PGA(세계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장타로 이름을 날렸을까? 그렇지 않다. 그는 전성기인 2007년 평균 285야드(약 261m)의 비거리를 기록했는데, 이는 투어 순위에서 100위 안팎이었다. 역도 선수는 근육을 상하로 움직이므로 좌우로 근육을 사용하는 골프 운동에 큰 도움이 되질 못한다. 최경주는 피나는 훈련으로 근육 형태를 바꾸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PGA 통산 8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골프에서 장타를 내거나 굿샷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파워 이외에 세 가지 요소가 더 필요하다.

1. 유연성과 순발력: 아무리 파워가 좋아도 물 흐르는 듯한 스윙을 하지 못하면 거리, 방향성이 엉망이 된다. 매일 최소 10분간의 스트레칭으로 몸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2. 스윙 스피드: 공을 세게 치면 멀리 가고 살살 치면 얼마 가지 못한다. 연습장에서 공을 맞힐 때 의식적으로 스윙을 빨리하는 습관을 만들면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않더라도 헤드 스피드가 늘어난다.

3. 집중력: 모든 일이 그렇지만 골프도 매번 샷할 때 집중하지 않으면 공의 스위트 스폿(정중앙지점)을 놓치기 일쑤다. 지난해 작고한 ‘골프계의 전설’ 아널드 파머는 “집중력은 자신감과 (잘 치겠다는) 갈망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파워 기르기 포함 네 가지 요소는 꾸준한 훈련으로 연마를 해야 한다. 만일 그럴 처지가 안 된다면 매일 아침저녁으로 집안에서 푸시업과 유연체조만 해도 갖출 수 있다. 예컨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손목과 발목을 푸는 ‘작은 정성’도 도움이 된다.

김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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