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고윤호 조선일보 객원기자
ⓒphoto 고윤호 조선일보 객원기자

이웃집 개가 30분째 짖어대는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아우, 시끄러워. 주인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저렇게 짖는 개는 어디 다른 곳에 보내 버리지’…. 짖어대는 소리가 한 시간이 지나면 ‘짖지 못하게 성대수술을 하든지’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된다.

대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보호자가 자신의 반려견이 그렇게 오랜 시간 짖는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동물행동학과 동물행동치료를 공부하기 전에는 이웃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개를 통제하지 못하는 보호자를 욕하곤 했다.

반려견이 집에 혼자 남겨졌을 때 왜 그리 쉬지 않고 짖는 것일까? 몇 시간을 대문을 바라보며 짖는 행위는 분명 반려견에게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나는 동물행동학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어딘가에서 장시간 개 짖는 소리가 들리면 걱정부터 앞서기 시작한다. 저 반려견은 지금 죽음에 가까운 공포를 느끼고 있구나. 보호자에게 이 사실을 빨리 알려줘야 할 텐데.

반려견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동물이다. 어려서부터 맺어진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믿는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놀이를 즐기면서 생존해나간다. 어느 순간 그런 사회 구성원이 옆에 없다고 인식될 때면 순간적인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내가 혼자 있을 때 갑자기 나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내가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지?’

이와 같은 반려견의 ‘이상행동’을 공포에 기인한 분리불안이라고 한다. 세계적 행동치료 수의사인 커스티 섹셀(Kersti Seksel) 박사는 현대인이 키우는 반려견 다섯 마리 중에 한 마리는 분리불안 증상이 있다고 한다. 단지 증상의 정도와 종류가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분리불안에는 짖는 것 말고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침을 과다하게 많이 흘리거나 설사, 구토, 식욕 상실이 대표적이다. 또한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대문이나 창문을 긁거나 집 안의 가구를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이 중에 하나의 증상만 보이거나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사람끼리는 인간의 언어를 이용하여 소통한다. 상대에게 혼자 있는 동안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니 무서워할 필요가 없으며 나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안심시킬 수 있다. 그러나 반려견은 인간의 언어를 통해서는 논리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보호자가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을 반려견이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개들의 인지능력은 이미 수십 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증명되어왔다. 개는 가축 중에서 인간과 함께 살게 된 최초의 동물이다. 함께 사는 사람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람이 요구하는 행동을 취하고 그로 인한 칭찬에 기분이 좋아지는 동물이 바로 개이다. 따라서 보호자가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 그 훈련과 교육이 칭찬과 맛있는 간식이다. 교육의 원리는 크게 탈감작(脫感作·Desensitization)과 역조건 형성(Counter Conditioning)이다. 쉽게 설명하면 탈감작은 강한 자극에 대해 무디게 하는 작업이며 역조건 형성은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보호자가 반드시 돌아온다는 인식 심어줘야

탈감작 훈련의 예를 하나만 들어 보자. 반려견을 입양한 이후 매일 여러 차례 1~2분 정도 문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반려견이 혼자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면 외출하는 시간을 5분으로 늘려 본다. 그 5분도 얌전히 기다렸다면 이번에 시간을 10분으로 늘려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외출했다가 들어오면 반려견은 대개 꼬리를 치거나 짖으며 격하게 주인을 맞아준다. 이때 보호자는 개 이름을 부르거나 만지지 말고 개가 스스로 흥분을 가라앉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반려견이 진정하고 얌전히 있으면 차분하게 이름을 불러주면서 쓰다듬어준다. 외출하기 직전에는 반려견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사료가 들어 있는 기능성 장난감을 제공해준다. 개가 혼자 있을 때 뭔가 좋은 것이 생긴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 이게 역조건 형성이다. 보호자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그런 장난감이나 사료들은 반려견이 닿지 않는 곳에 치워놓는다. 이러한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면 반려견은 언젠가는 보호자가 반드시 돌아온다라는 인식이 형성된다. 또한 보호자의 외출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아님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분리불안 증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어왔는지에 따라 행동교정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보호자가 얼마나 인내심을 가지고 반려견이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참아내느냐가 중요하다. 분리불안을 치료하는 데에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행동교정의 속도를 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노령견의 경우 치매와 함께 분리불안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이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약물치료가 불가피하다.

반려견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몸짓과 표정과 소리로 표현한다. 따라서 반려견의 언어에서 짖는 행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호자가 나갔다가 들어올 때 반가워서 내는 소리, 낯선 사람이 집 앞에 지나갈 때 보호자에게 알리기 위해 내는 소리, 다가오지 말라고, 그만하라고 내는 소리 등 상황에 따라 짖을 수도 낑낑거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언어 표현은 짧게 몇 초에서 길게 몇 분 지속되지 않는다. 이런 짖음조차도 성가시게 느껴진다면 훈련을 통해 못 하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인간에 의한 갖가지 소음이 존재하는 현대사회에서 이 정도의 시끄러움은 너그럽게 이해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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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이혜원 건국대 동물병원 행동치료 클리닉 수의사·수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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