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에서 10·26까지’. 둘 다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날이지만 골퍼들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한강 이남 골프장의 경우, 5월 16일부터 10월 26일까지가 ‘아이언 풀샷’을 할 수 있을 만큼 잔디 상태가 좋은 시기여서 ‘골프 성수기’를 빗대 이렇게 표현한다. 바꿔 말하면 이밖의 날짜(늦가을~초봄)는 아이언, 어프로치샷을 마음먹은 만큼 못 해 정교한 플레이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아마추어 골퍼들 대부분은 2월 말만 되면 어깨가 들썩인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한국 선수들의 우승 낭보가 들려와 골프 채널에 자꾸만 손이 가고, 지인들의 초청도 여기저기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3월 초·중순은 잔디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손이 근질거려 도저히 친구들의 부름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2~3개월 만의 출격인 만큼 챙길 것과 유의사항이 적지 않다. 크게 세 가지를 적어 본다.

첫째는 사전 연습이다. 첫 라운드를 하기 앞서 두세 번은 연습장에서 샷 테스트를 해 잃어버린 스윙 감각을 찾아야 한다. 한 번으론 감을 찾기 어려우니 최소 두세 번은 가야 한다. 두세 번 간다 해서 제 샷을 찾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불안감을 씻어내는 데는 효과가 있다. 바빠서 연습장엘 가지 못한다면 집 근처 공터에서 빈 스윙으로 샷을 익혀라. 꿩 대신 닭은 된다.

둘째는 그립 교체 및 손질이다. 14개 안팎의 골프채 그립을 살펴보면 닳아서 매끈매끈한 게 몇 개 있기 마련이다. 반드시 골프숍에서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 매끈매끈한 그립으로는 공의 스위트 스폿(정중앙 지점)을 맞히지 못해 미스 샷을 남발하기 때문이다. 새 그립은 골프채를 손바닥에 ‘착’ 달라붙게 한다. 지난해 바꾼 상태 좋은 그립이라도 겨우내 베란다에 방치했다면 표면이 훼손되거나 때와 땀에 절어 있다. 수세미와 빨랫비누로 그립을 청소해 새것처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은 옷과 장갑을 잘 챙겨야 한다. 3월은 일교차가 10도 이상 된다. 영상 1~5도의 이른 아침 티업 때는 내복 하의를 입었다가 전반 9홀을 마치고 벗으면 체온 조절에 효과적이다. 또 3월 중순엔 낮 기온이 땀이 날 정도의 15~18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반소매 티셔츠를 준비해 도중에 갈아입으면 남보다 훨씬 부드러운 샷을 할 수 있다. 오래된 장갑은 낡은 그립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샷을 방해한다. 미리 3개 정도를 구입해 미스 샷을 방지하자.

시즌 첫 라운드 전날 밤은 설레기도 하지만 샷을 엉망으로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일쑤다. 취침 한 시간 전에 와인 한잔을 마시고 알람을 두 개 맞춰 놓으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불안감을 씻기란 쉽지 않다. 2015년 2월,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3개 부문의 트로피를 거머쥔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의 수상 소감은 식장을 웃음 도가니로 만들었다. “두려움을 버렸기 때문에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인생에 있어 두려움이란 콘돔과 같다. 벗어던졌을 때 진짜 즐길 수 있다.”

그래도 두려움을 떨치지 못한다면? “내가 못 치면 동반자 세 명이 즐거울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웃으면서 잠을 청할 수 있지 않을까?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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